'수트핏' 수낙 vs'대처 코스프레' 트러스..英총리후보 패션 대결 승자는?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의 후임 자리를 놓고 최종 경쟁을 벌이고 있는 리시 수낙(42) 전 재무장관과 리즈 트러스(47) 외무장관의 패션이 현지에서 그들의 정책 공약만큼이나 관심을 끌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두 총리 후보자의 패션을 집중 조명했다.
◇ 패션도 ‘철의 여인’ 트러스
트러스 외무장관은 마거릿 대처 전 총리(1979~1990년 재임)를 자신의 정치적 ‘롤 모델’로 삼는 만큼 대처를 연상케 하는 패션을 종종 선보이고 있다. FT는 이 같은 트러스 장관의 패션이 “대처 코스프레(Thatcher cosplay)”로 불린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직전인 지난 2월 러시아 모스크바를 방문한 트러스 장관이 검정색 털모자와 코트를 입었던 것이 대표적이다. 이는 1987년 대처 전 총리가 모스크바를 방문했을 당시 착용한 갈색 계열의 털모자와 코트를 떠올리게 했다. 트러스 장관은 당시 크렘린궁을 방문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격성을 경고하면서 패션뿐 아니라 정치적 행보에서도 ‘철(鐵)의 여인’이라 불린 대처를 연상케 만들었다.
또 지난해 11월에는 에스토니아에서 군용 헬멧과 방탄조끼를 착용하고 탱크에 탑승하는 장면을 연출했는데, 1986년 서독 방문 당시 탱크에 올라탔던 대처 전 총리를 오마주(homage·존경의 표시로 인용하는 것)한 것이란 반응이 나왔다.
이 밖에 푸시 보우 드레스(pussy bow dress·목 부분에 길게 리본 매듭이 들어간 원피스)와 크림색 실크 블라우스, 보수당을 상징하는 파란색 정장과 붉은색 핸드백, 셔츠 소매를 걷어 올려 포인트를 주는 것까지도 대처 전 총리의 스타일과 비슷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역대 영국 총리 중 국민들에게 인기가 높은 대처를 따라함으로써 대처의 인기를 자신의 정치적 자산으로 삼으려는 계산이다.
◇ 매끈한 고가(高價)의 맞춤 정장 입는 수낙
트러스 장관의 패션이 대처 전 총리를 떠올리게 한다면, 수낙 전 장관의 정장 패션은 다른 의미에서 보리스 존슨 현 총리의 정장과 비견된다. FT는 존슨 총리의 정장 바지에 대해 “허벅지 부분이 너무 헐렁해서 승마바지 같은데, 제국의 영광이나 승마 선수의 품위를 나타낸다기보다는 그저 뚱뚱한 남자(fat guy)”라고 폄하했다. 패션에 대한 고려 없이 단지 육중한 하체 때문에 펑퍼짐한 바지를 입는다는 것이다.
반면 수낙 전 장관의 정장에 대해 FT는 “매끈한 정장 차림”이라고 호평했고, 패션잡지 브리티시GQ는 수낙을 “뜻밖의 패션 스타일 히어로”라고 했다. 구체적으로 수낙은 어둡고, 얇은 옷깃의 상의에 밑단이 복사뼈까지 올라오면서 밑위 길이가 짧은 로라이즈(low rise) 스타일의 바지를 ‘핏하게’ 소화한다. 이 같은 패션 스타일은 비교적 단신에 마른 체형을 가진 수낙 전 장관의 단점을 보완하면서 장점을 부각한다. 여기에 흰 정장 셔츠와 윈저노트 방식으로 묶은 얇은 넥타이, 반짝반짝 빛나는 캡토(cap-toe) 옥스포드도 그가 즐기는 깔끔한 스타일이다.
데일리메일 등 현지 언론들은 수낙의 정장이 고급 테일러샵에서 맞춘 정장일 것이라 추정한다. 정장 기장과 품이 수선하지 않고서는 그렇게 수낙의 체형에 잘 어울리게 딱 맞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FT는 “수낙의 정장 차림은 그가 수천억대 자산가 아내와 결혼하면서 부를 얻게 됐다는 사실을 상기시킬 정도”라면서도 서민 유권자들로부터 인기를 얻기 위해 굳이 막스앤스펜서같은 흔한 할인매장에서 파는 기성복을 입으면서까지 ‘서민 코스프레’를 하지 않는다는 점에 높은 점수를 줬다.
◇ 승자는?
두 영국 총리 후보 중 패션 대결의 승자는 누구일까? FT는 “패션에 관해서는 확실한 승자를 찾지 못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둘 다 자신의 강점을 부각시키는 옷을 입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오는 9월 이들의 정치적 승패는 가려질 예정이다. 두 후보가 최종 후보로 결정됐던 지난 20일 보수당 대표 경선 5차 투표에서는 수낙 전 장관이 137표를 받아 113표에 그친 트러스 장관에 앞섰다. 다만 지난 26일 BBC에서 방영한 첫 TV 토론 종료 후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 트러스 장관이 더 잘했다는 응답이 47%로, 수낙 전 장관(38%)에 앞서면서 남은 한 달여간 치열한 접전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보수당은 약 16만명에 달하는 전체 당원을 대상으로 우편 투표를 실시해 오는 9월 5일 새 대표를 선출한다. 의원내각제인 영국은 집권당 대표가 총리를 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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