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낭비" 욕먹던 황금박쥐像, '30억→140억' 금테크 초대박 [H.OUR]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3만여명이 사는 전라남도의 한 작은 도시가 뜻밖의 재테크로 '초대박'을 터뜨렸다.
지난 2008년 30억원을 들여 만든 한 조형물의 값이 현재 140억원으로 4배 이상 껑충 뛰면서다. 무엇을 어떻게 해서 '잭팟' 신화를 쓴 것일까.
29일 전남 함평군에 따르면 군이 주도해서 만든 '황금박쥐 조형물'의 현재 값은 약 146억6200만원(올해 7월1일 기준)이다.
몸값은 금값 상승세에 올라타 고공행진 중이다. 이 조형물은 2008년 3월 당시 30억4800만원을 들여 만들었다. 함평군 관계자는 "순금 162㎏, 은 281㎏ 등을 동원했다"고 했다.
사실 함평군이 '금테크(금+재테크)'만을 노리고 황금박쥐 조형물은 만든 건 아니었다.
함평군은 지난 1999년 군내 고산봉 일대에서 멸종위기 동물 1급인 황금박쥐 162마리를 발견했다. 황금박쥐가 1942년 이후 한반도에서 멸종된 것으로 결론이 내려진 이후였다.
황금박쥐의 다른 이름은 붉은박쥐다. 동아시아의 넓은 지역 속에 극소수가 사는 것으로 알려졌다. 햇빛을 받으면 황금이 반짝이는 것처럼 보여 황금박쥐라는 별칭을 얻게 됐다. 2012년 7월27일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으로 지정됐다. 조용한 소도시에 뜻 밖의 '귀하신 몸'이 등장한 셈이다. 이 덕분에 함평군에 대한 주목도도 부쩍 높아졌다.
함평군은 이 황금박쥐를 군의 최대 축제인 함평나비축제 홍보에 활용키로 했다.
생태환경 보전에 대한 인식 제고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함평군과 홍익대 디자인공학연구소는 3년에 걸쳐 황금박쥐 조형물을 만들었다. 작품은 거북 형상의 기단 위에 가로 1.5m, 높이 2.18m로 순은으로 만든 원형 안에 4마리 순금 황금박쥐가 서로 교차하고 있다. 중앙 상단에 대형 황금박쥐 한 마리가 날개를 펼치는 중이다. 원형 안에 있는 4마리 순금 황금박쥐는 과거와 미래를 교차하며 지혜가 담긴 서류를 전달한다는 뜻을 갖고 있다. 상단 중앙의 대형 황금박쥐가 쥐고 있는 번개와 벼 이삭은 전파를 통한 만물의 교감과 풍요를 상징한다.
황금박쥐 조형물 제작 당시 일각에선 '예산 낭비'라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작은 마을에서 감당하기에는 벅찬 금액이라는 말도 상당했다.
하지만 등장부터 반응은 뜨거웠다. 2008년 5월 함평 세계나비·곤충 엑스포 전시관에 등장한 황금박쥐 조형물은 기간 내내 큰 인기를 끌었다. 당시 호사가들은 제작에 들어간 순금 162㎏과 함평군 일대에 서식하는 황금박쥐 개체수 162마리가 딱 들어맞는다며 의미를 분석키도 했다. 황금박쥐 조형물은 함평군의 마스코트로 곧장 자리매김했다. 이런 가운데 금값은 그 해를 기점으로 급등 조짐을 보였다. '알짜배기 조형물'이 된 까닭이다.
몸값이 뛴 황금박쥐 조형물을 노린 일당도 있었다.
지난 2019년 3월15일 3인조 절도범이 황금박쥐 조형물을 훔치려다 미수에 그쳤다. 당시 황금박쥐 조형물의 감정가는 80억~90억원이었다. 이들은 이날 오전 1시53분께 황금박쥐 생태전시관 셔터를 부수고 침입하려다 경보 장치가 울리자 그대로 달아났다. 당시 3인조는 모자와 장갑을 착용한 뒤 침입을 위해 절단기와 방탄유리를 깰 해머까지 준비했다. 절단기로 셔터 자물쇠를 끊은 뒤 50㎝ 가량 들어올리던 중 경보음이 울리자 전시관에 진입도 못 한 채 달아났다.
절도를 시도한 A 씨는 3월21일 오후 10시께 충남 천안의 한 지구대에서 자수했다. B 씨는 같은달 22일 오전 5시30분께 광주의 한 은신처에서 붙잡혔다. C 씨는 사건 발생 54일만에 경찰에 검거됐다.
이들은 각기 다른 지역에 살며 일면식이 없는 사이였다. 인터넷에서 만나 범행을 공모한 것으로 전해졌다.
함평군은 황금박쥐 조형물의 보안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전시관 내 파리 한 마리가 돌아다니면서 일으킨 작은 진동으로 보안업체가 출동하는 일이 있었을 정도다. 한 업계 관계자는 "황금박쥐 조형물은 군의 상징 역할을 톡톡히 하고 예산낭비 논란에도 자유로운 모범적 사례라고 볼 수 있다"고 했다.
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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