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가장의 '성범죄 의심 정황' 경찰에 낱낱이 고하고 "꼭 엄벌해주세요"
피의자 혐의 일부 인정, 사건 서울서부지검 불구속 송치
피의자 가족 "피해 여성이 느꼈을 고통 충분히 공감, 같은 피해 없도록 엄벌해야" 탄원
국내 이동통신 대기업에 재직 중인 30대가 주거침입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송치된 가운데 그의 가족은 “어린 두딸에게 당당한 아빠가 됐으면 한다”며 엄벌을 촉구했다.
지난 26일 세계일보와 만난 A씨와 가족은 “지금도 고통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낸다”고 털어놨다.
자신을 “성범죄자 가족”이라고 밝힌 그들은 고개를 들지 못한 채 말을 이어 나갔다.
A씨 가족과 서울 마포경찰서에 따르면 남편 B씨는 지난달 1일 새벽 주거지 인근의 한 주택가에서 귀가하던 20대 여성을 뒤쫓다 가스 배관을 타고 올라가 이 여성의 집 창문을 통해 침입한 혐의를 받는다.
B씨는 당시 피해 여성이 집으로 들어간 사실을 센서등 점등으로 확인한 뒤 창문을 통해 침입을 시도한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피해 여성은 창문을 열고 들어오려는 B씨를 발견하고는 놀라 소리를 질렀고, B씨는 상대의 비명에 밖으로 떨어졌다. B씨는 바로 집으로 도주했다.
B씨는 이튿날 관할 지구대의 탐문 수사에서 덜미를 잡혔다.
결정적 단서는 A씨 가족이 제공했다. 그들은 당시 B씨 사진을 들고 온 경찰에게 전날 정황을 빠짐없이 설명했다.
A씨 가족은 B씨의 범행을 ‘계획적’인 것으로 보고 있다.
B씨는 범행 당일 회사에서 회식 후 귀가하던 길 이 같은 범죄를 저질렀는데, 귀가 후 “신용카드를 잃어버렸다”며 옷을 갈아입고 사건 현장을 다시 찾았다는 게 A씨 가족의 전언이다.
날이 밝자 “사과해야 한다”며 피해 여성의 집으로 향했다고 한다.
A씨 가족은 “B씨는 술에 취했다고 하지만, 술 취한 사람이 범행 장소를 잊지 않고 찾아가고 사과를 해야 한다고 하는 등 가해 사실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며 ‘계획적’이라고 판단한 근거를 설명했다.
피해자 집 주변 폐쇄회로(CC)TV 영상에서도 B씨는 도주 후 현장을 3차례 찾아 주변을 둘러보는 등의 행동을 했다.
A씨 가족은 B씨가 보낸 사죄의 문자 메시지에서도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고 인정하는 대목이 나온다고 전했다.
이어 “같은 여성으로서 피해자가 느꼈을 두려움과 정신적 충격을 생각하면 마치 내가 성범죄를 당한 것 같은 참혹한 느낌”이라며 “(그런데도) 가해자인 남편은 ‘집행유예’ 또는 ‘벌금형’을 받고 마치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사회로 복귀할 수 있다”고 우려 섞인 하소연을 했다.
A씨 가족은 당시 성범죄 시도 정황은 있지만 실제 피해는 없었고, 경찰이 주거침입 혐의만 적용해 검찰에 넘긴 점, 앞으로 피해자와 합의할 수도 있다는 점 등을 근거로 이같이 우려했다.
경찰도 “비교적 가벼운 처벌이 있을 거 같다”고 A씨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B씨의 행동은 분명 잘못된 것이지만, 그가 구속되거나 하면 두 자녀의 양육에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고 묻자 A씨 가족은 “가해자 가족으로서 감내해야 할 부분”이라며 “어린 두딸에게 당당한 아빠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피해 여성도 내 자녀들도 여성”이라며 “나도 가해자 가족이지만 여성”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여성이 안심할 수 있는 사회가 되길 희망한다”며 “(여전히) 여성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가 많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일부는 우리 남편처럼 미수에 그쳐 가벼운 처벌을 받고 풀려난다”며 “가벼운 처벌이 성범죄의 잔혹성에 대한 인식을 낮추고 재발 위험을 키우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덧붙여 “가해자 가족인 나도 힘든데, 피해 여성은 얼마나 더 고통스럽겠느냐”라며 “그 여성은 트라우마로 평생 공포에 떨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긴 것 같다”고 남편 대신 죄스러워했다.
한편 B씨는 사건 후 A씨와 두딸을 남겨둔 채 가출했고 한다.
전업주부인 A씨는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했다.
남편이 앞서 생활비 등을 주기로 약속했지만, 이제는 “가진 돈이 없다”면서 외면하고 있다는 게 A씨 가족의 설명이다. 연락조차 차단됐다고 한다.
A씨 가족이 더 걱정하는 건 아빠에 대한 어린 두딸의 그리움이다.
A씨 가족은 “두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자녀들은 고통 없이 키우고 싶지만, 그러지 못해 아이들에게도 정말 미안하다”며 “아빠를 찾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가슴이 미어진다”고 하소연했다.
더불어 “남편은 내가 미워 다시 안 본다 해도 괜찮지만, 어린 딸들과 한 약속을 지켜줬으면 한다”며 “감옥에 있다면 면회라도 갈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B씨는 가출 전 어린 두딸에게 “장난감을 사주겠다”는 약속을 했다고 한다. 물론 그 약속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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