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영우 팽나무' 관광객 몸살..주민들 '훼손될까' 노심초사[주말엔]

김정훈 기자 2022. 7. 30.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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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50여명 거주하는 작은 농촌마을
드라마 인기에 하루 200~300명 방문
창원시 "점검 후 울타리 설치 등 대책"
경남 창원 의창구 대산면 동부마을 팽나무. 창원시 제공
경남 창원 동부마을 팽나무에서 지난 26일 관광객들이 인증사진을 찍고 있다. 김정훈 기자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나와 화제를 모은 경남 창원의 팽나무를 보려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관광객들이 몰리면서 자칫 나무가 훼손될 수도 있다고 판단한 창원시는 긴급하게 울타리 설치 등 보호 대책 마련에 나섰다.

팽나무는 창원시 의창구 대산면 북부리 동부마을에 위치해 있다. 이 마을은 30여 가구, 50여 명의 주민이 당근·멜론 등의 농사를 지으며 사는 전형적인 농촌 마을이다. 마을 북쪽으로 낙동강이 흐르고 강 건너편에는 한때 동남권 신공항 건설 예정지로 거론됐던 밀양 하남읍 들판이 펼쳐져 있다. 팽나무는 이 마을의 당산나무다.

평소 한적했던 시골 마을이지만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최근 하루 평균 200~300명이 방문하고 있다. 동부마을 한 복판에 위치한 이 팽나무는 방영 중인 16부작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7∼8화에서 극 중 ‘소덕동 당산나무’라는 이름으로 비중 있게 등장했다. 극 중에서 도로 개발에 얽혀 사라질 위기에 처한 나무가 주인공의 활약으로 천연기념물로 지정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 26일 경남 창원 동부마을 입구에서 바라본 팽나무. 김정훈 기자

팽나무를 취재하기 위해 찾은 동부마을은 지난 26일 낮 최고기온이 34도까지 오르는 무더운 날씨였음에도 부산·통영 등 각지에서 온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마을 입구 골목에는 팽나무로 가는 길을 안내하는 안내 글이 고래그림 등과 함께 내걸려 있었다.

가족·연인·친구과 함께 온 관광객들은 나무를 배경으로 인증사진과 동영상으로 추억을 남겼다. 일부 관광객들은 나무 아래 벤치에 앉아 뜨거운 볕을 피해 휴식을 즐기기도 했다.

지난 26일 경남 창원 동부마을 팽나무로 가는 길목에 그려진 고래 벽화. 김정훈 기자
지난 26일 경남 창원 동부마을 팽나무를 찾은 관광객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김정훈 기자

관광객들은 마을 입구에 그려진 고래 벽화 앞에서도 기념사진을 찍었다. 고래 벽화는 최근 마을부녀회원의 한 자녀가 방문객들을 위해 사흘 동안 그린 작품들이다. 관광객들은 저마다 “이렇게 큰 팽나무는 처음 본다” “옆에 탁 트인 낙동강과 들판이 있어 마음도 트이는 것 같다”는 반응이었다. 통영에서 온 유모씨(53)는 “아내가 드라마에 나온 팽나무를 보고 싶어해서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왔다”며 “마을마다 있는 당산나무는 아이들이 뛰어놀던 놀이터이기도 했다”며 회상했다.

지난 26일 경남 창원 동부마을 팽나무 옆에 있는 정자와 낙동강 변. 김정훈 기자
지난 26일 경남 창원 동부마을 팽나무 옆에 있는 정자와 낙동강 변에서 관광객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김정훈 기자

옆 동네 사는 김모씨(73)는 “시골 마을에는 마을 수호신처럼 당산나무가 하나쯤은 있는데 동네 어르신과 다름없다”며 “겸사겸사 아들이 잘되게 해달라고 오늘 빌러 왔다”고 말했다. 동부마을 부녀회 관계자는 “경치가 좋아 시간이 지나면 더 많은 관광객이 방문할 것 같다”고 말했다.

마을 주민들은 조용한 마을에 관광객이 몰리면서 주차 공간이 부족해 불편함을 겪기도 했다. 특히 너무 많은 관광객이 모여 보호수를 함부로 만질 수도 있어 팽나무가 훼손될까 봐 우려도 했다.

지난 26일 경남 창원 동부마을 팽나무를 찾은 관광객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김정훈 기자

이 나무는 동부마을 탁 트인 야산 정상에 있으며 2015년 창원시 보호수로 지정됐다. 나무는 높이 16m, 둘레 6.8m에 달하며 507년 역사를 지닌 것으로 추정했다. 이 팽나무는 경남지역 팽나무 보호수 139그루 중 741년 된 팽나무(고성군 거류면) 다음으로 두 번째로 오래된 나무이다.

마을 주민은 예로부터 음력 10월 1일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제를 올려왔다. 기원제를 준하는 기간만 해도 한 달가량 걸렸다고 한다. 마을 주민이 줄면서부터는 인근 사찰에서 기원제를 대신 올리고 있다고 했다. 창원시 의창구 관계자는 “나무 전문가들과 함께 훼손 정도를 정밀점검하고 울타리 설치 등 보호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남 창원 동부마을 팽나무와 정자. 창원시 제공
지난 26일 경남 창원 동부마을 팽나무에서 관광객들이 인증사진을 찍고 있다. 김정훈 기자

문화재청은 동부마을 팽나무의 문화재적 가치를 판단하기 위해 조사에 나섰다. 이어 마을주민, 지자체와 함께 천연기념물 지정 여부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다.

팽나무는 중남부 지방을 중심으로 전국에 분포하는 장수목이다. 오래되고 큰 나무(노거수)들은 마을의 당산나무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현재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노거수 팽나무는 경북 예천군 금남리 황목근과 전북 고창군 수동리 팽나무 등 2그루 뿐이다.

지난 26일 경남 창원 동부마을 팽나무 앞에 펼쳐진 낙동강 변. 김정훈 기자

김정훈 기자 j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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