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천대유 50억 퇴직금’ 곽상도 아들 “인터넷 검색으로 입사”[법조 Zoom In/대장동 재판 따라잡기]

김태성 기자 2022. 7. 3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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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곽상도 전 의원의 아들 병채 씨가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곽상도 전 의원의 ‘50억 뇌물수수’ 사건 공판 오전 증인신문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및 로비 의혹과 관련해 1월 10일부터 본격적인 재판이 시작됐습니다. 동아일보 법조팀은 국민적 관심이 높았던 이 사건에 대한 기록을 남기기 위해 매주 진행되는 재판을 토요일에 연재합니다. 이와 함께 여전히 풀리지 않은 남은 의혹들에 대한 취재도 이어갈 계획입니다. 이번 편은 대장동 재판 따라잡기 제24화입니다.》

“정확한 기억은 없는데 ‘사람인’이란 취업 중개 사이트를 보고 (화천대유자산관리에) 입사지원서 및 이력서를 제출했고 정식 과정을 밟아서 입사했다.”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이준철) 심리로 열린 곽상도 전 의원의 ‘50억 뇌물수수’ 사건에 증인으로 출석한 곽 전 의원의 아들 병채 씨는 “(검찰 조사 당시 진술한 것처럼 2015년 5~6월경) 오로지 인터넷 검색으로 (화천대유 채용) 공고를 보고 지원해서 입사한 것이 맞느냐”는 검찰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습니다. 스스로 ‘성남’ ‘도시개발사업’ ‘성남의 뜰’ 등 키워드 검색을 통해 회사를 찾아 화천대유에 입사했다는 겁니다.

병채 씨는 수사 단계에서부터 2015년 6월경 화천대유에 입사할 당시 곽 전 의원이 관여한 건 자신에게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가 성남 쪽에서 개발사업을 하는데 직원을 구하니 한 번 알아보라”는 취지로 지나가듯 말한 게 전부였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곽 전 의원이 김 씨를 직접 연결해주기는커녕 화천대유라는 회사 이름이나 회사 전화번호 등도 알려주지 않았다는 겁니다.

곽 전 의원은 2015년 3월 대장동 민간사업자 공모를 앞두고 김 씨로부터 “화천대유 측 컨소시엄 대표사인 하나은행이 컨소시엄에 남도록 해 달라”는 청탁을 받은 뒤 그 대가로 화천대유에 입사한 아들을 통해 퇴직금 등의 명목으로 25억여 원(세전 50억 원)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병채 씨는 20일과 27일 곽 전 의원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본인의 화천대유 입사와 ‘50억 퇴직금’ 수령은 곽 전 의원과 무관하다고 주장했습니다.
● 재판부 “증언 불명확… 왜 아버지한테 회사 이름 안 물어봤느냐”

병채 씨는 ‘50억 퇴직금’ 의혹이 불거진 지난해 9월 곽 전 의원의 페이스북을 통해 ‘저는 너무나 치밀하게 설계된 오징어 게임 속 말일 뿐입니다’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냈습니다. ‘50억 퇴직금’은 자신이 7년 가까이 열심히 일한 대가였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건강이 악화된 데 대한 위로금의 성격도 있어 액수가 컸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입장문에는 자신이 취업을 알아보던 당시 김 씨의 회사가 “이미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어 있는 상태라 이 사업이 대박이 날 수도 있겠다(고 판단했다)”는 대목이 등장합니다. 20일 주신문에서 검찰은 당시 곽 전 의원이 지나가듯 “김 씨가 사람을 구하니 알아보라”고 병채 씨에게 말한 게 전부였다면 김 씨의 회사가 대장동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는 사실은 어떻게 알았었느냐고 물었습니다.

병채 씨는 “(페이스북 입장문이) 정확하지 않은 부분이 있을 수 있다”면서 “(김 씨의 회사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는 정보는 당시) 누군가에게 들은 게 아니고 성남시 공고를 봤던 걸로 안다”고 말했습니다. 병채 씨는 “성남시 공고를 통해 성남의뜰 컨소시엄이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것을 알았다는 것이냐”는 검찰의 질문에 “그렇게 기억한다”고 했습니다.

이에 검찰은 “그럼 성남의뜰이 김 씨와 관련 있는 컨소시엄이란 건 어떻게 알았느냐”며 질문을 이어갔습니다. 병채 씨는 “‘성남’ ‘도시개발사업’ 등의 키워드로 검색했을 때 그것(성남의뜰) 밖에 검색이 안 됐다”고 답했습니다. 검찰이 “다른 사람 회사일 수도 있지 않으냐. 김 씨 회사란 보장이 어디 있느냐”고 따져 묻자 병채 씨는 “당시에 돈을 벌기 위해서 취업하려고 한 것이기 때문에 김 씨 회사가 아니어도 취업하려고 했다. (검색한 회사가 김 씨 회사가 아니어도) 상관 없었다”고 했습니다.

병채 씨가 이처럼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진술을 이어가자 재판부도 의문을 나타냈습니다. 재판부는 “오래된 일이니 기억이 희미할 수도 있고 헷갈릴 수도 있는 건 맞다”면서도 “보통의 경우라면 아버지가 권유나 제안을 하면 ‘그럼 그 회사가 이름이 뭐고 어디에 있는 회사인가요. 또 누구랑 연락을 해야 입사 관련해서 얘기를 할 수 있을까요’라고 (아버지에게) 물어볼 것 같다”고 했습니다.

이에 대해 병채 씨는 “어려서부터 아버지와 말을 한 마디만 더 하게 되면 매번 갈등이 벌어졌다”며 “갈등이 생기고 다툴까봐 더 말하고 싶지 않았다”고 답했습니다.
● 곽병채 “母유산 상속에 불이익 있을까봐 퇴직금 말 안했다”

곽 전 의원 측도 27일 진행된 아들에 대한 반대신문에서 병채 씨와 본인 간의 관계가 좋지 않았다는 점을 내내 강조했습니다. 곽 전 의원과 병채 씨가 화천대유 입사에 관한 구체적 정보나 거액의 퇴직금 수령 사실 등을 서로 알리지 않은 것은 소원한 부자관계에 비춰볼 때 충분히 그럴 수 있었다는 겁니다. 병채 씨는 이날 “어릴 적에는 (검사로 근무하던) 아버지를 하도 못 봐서 아저씨라고 부르기도 했다고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곽 전 의원 측이 아버지와 관계가 좋지 않은 이유에 대해 묻자 병채 씨는 “(아버지가) 상대방 감정이나 이런 부분들을 거의 살피지 않고 말씀하셔서 저나 어머니, 누나도 상처를 많이 받았다”며 “그런 이유 때문에 이야기를 계속할수록 상처받으니 어느 순간부터 대화를 안 하는 게 낫겠다고 생각하고 살았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병채 씨는 아버지에게 ‘50억 퇴직금’ 수령 사실을 알리지 않은 이유로 어머니의 유산 상속 문제도 들었습니다. 병채 씨의 어머니는 지난해 4월 병채 씨가 퇴직하고 한 달 뒤인 5월 지병이 악화돼 별세했습니다. 병채 씨는 “제가 그런 성과급을 받았다는 걸 얘기하면 상속 부분에 있어서도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재판 마지막에는 다음달 22일로 구속 기한이 만료되는 곽 전 의원의 보석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심문도 진행됐습니다.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하는 입장인 곽 전 의원은 직접 발언할 기회를 얻어 “제가 한 일이 하나도 없는데 174일 동안 구속됐다”며 “피를 토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주장했습니다.
● 대장동 초기사업자 정재창 “모든 증언 거부”

22일 열린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및 로비 의혹’ 사건 44차 공판에는 그간 증인 출석 요구에 불응해왔던 대장동 사업 초기 민간사업자 정재창 씨가 증인으로 출석했습니다. 정 씨는 이날 법정에서 증인 선서를 마치고서 “형사소송법 148조에 따라 모든 증언을 거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본인이 기소되거나 유죄 판결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경우 증인은 형사소송법에 따라 증언을 거부할 수 있습니다.

검찰은 이날 정 씨가 돈다발을 쌓아둔 채 앉아 있는 영상 등을 제시하며 2013년 정영학 회계사, 남욱 변호사와 함께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에게 3억5200만 원을 건넨 경위 등을 물었으나 정 씨는 모든 질문에 “증언을 거부하겠다”는 답변을 반복했습니다. 정 씨는 당시 유 전 직무대리에게 건넨 돈다발 사진 등을 이용해 2020년경 정 회계사와 남 변호사, 김 씨 등에게 유 전 직무대리와의 유착 관계를 폭로하겠다고 협박해 이들로부터 120억 원을 뜯어낸 의혹을 받습니다.

정 씨는 반대신문에 나선 남 변호사 등 피고인 측 변호인의 질문에도 일체 답변하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이날 “증인이 증언 거부 사유가 없어 보이는 부분까지도 전체적으로 증언을 거부했다”며 “과태료를 부과할 것인지 추후 결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25일 열린 45차 공판에는 천화동인 4호 직원 등이 증인으로 출석해 정민용 변호사의 뇌물수수 혐의와 남 변호사의 횡령 혐의 등과 관련한 증인신문이 진행됐습니다. 다음 재판은 다음 달 8일 열립니다. 이날 재판에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국회의원 시절 보좌관을 지낸 천화동인 1호의 서류상 대표 이한성 씨가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입니다.

김태성 기자 kts571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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