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암 극복한 소년, 정보과학의 노벨상을 받다 "실패는 할 수 있다. 그 다음이 문제"

헬싱키=김미래 기자 2022. 7. 30.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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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쿠스상' 수상자 마크 브레이버먼 교수 인터뷰
마크 브레이버먼 프린스턴대 컴퓨터과학부 교수가. 에뚜 주반코스키 제공

국제수학연맹(IMU)은 올해 아바쿠스상 수상자로 마크 브레이버먼 프린스턴대 컴퓨터과학부 교수를 선정했습니다. 아바쿠스상은 수학의 노벨상인 필즈상에 필적하는 정보과학 분야에선 매우 권위있는 상입니다.  수학을 통해 컴퓨터과학을 발전시키고 새로운 개념을 확장해나가고 있는 브레이버먼 교수를 IMU의 도움을 받아 지난 6월 23일 화상으로 인터뷰하고, 시상식이 열리기 하루 전인 7월 4일 핀란드 헬싱키에서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정말 행복하고 매우 영광스럽습니다. 한편으론 이 상에 대한 막중한 책임감도 듭니다. IMU 아바쿠스상은 공로상도 신인상도 아닙니다. 수학자로서의 삶 중간에 주는 상인만큼 더 나은 리더십과 좋은 연구를 기대하는 것이겠지요.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브레이버먼 교수는 질문마다 오래 고민하며 답변했습니다. 특히 학생들에게 한마디 해달라는 질문에는 더 깊게  2분 정도 생각한 뒤 대답했습니다. 수상 소감처럼 자신의 말이 미칠 영향력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브레이버먼 교수는 컴퓨터과학 분야에서 알고리즘과 데이터 구조 그리고 계산 이론을 연구합니다. 컴퓨터 계산을 이해하고 응용하기 위한 기본적인 틀을 수학을 통해 다듬는 분야입니다. 

그는 자신을 ‘이론 컴퓨터과학자’라 소개했습니다. 이어 “컴퓨터와 수학은 연관이 깊다. 제가 하는 많은 연구에 수학적 도구를 사용하기 때문에 수학자들과 많이 의논하고 함께 연구한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브레이버먼 교수는 이스라엘 테크니온 공대에서 수학과 컴퓨터과학을 복수 전공했고 박사과정 때부터 컴퓨터과학에만 집중했습니다. 그는 컴퓨터 과학을 공부한 이유를 “그저 컴퓨터가 좋아서”라고 말했습니다.

브레이버먼 교수에게 연구가 인생의 전부는 아닌 듯 보입니다. 화상 인터뷰 시간을 잡기 위해 연락했을 때 아이를 재워야 하니 저녁 늦은 시간이 좋다고 했고, 핀란드에서 직접 만나는 일정을 잡을 땐 세계수학자대회(ICM) 기간 동안 가족과 함께 계속 있을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실제 연구하지 않을 때는 주로 무엇을 하냐는 질문에 “거의 아이들과 함께 논다”라고 말했습니다. 보면 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가족과 연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혼자만의 시간에는 주로 체스를 두거나 책을 읽는다고 합니다.

수학을 도구로 쓰는 컴퓨터과학자는 하루에 몇 시간이나 연구할까요? 브레이버먼 교수는 하루에 5, 6시간 이상 연구하긴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교수의 역할은 연구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학생에게 강의하고 지금처럼 언론과 기관을 상대로 인터뷰도 해야 한다고 합니다. 이런 이유로 에너지를 적절히 분배하고 집중력을 발휘해 연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어려움을 슬기롭게 극복

사실 브레이버먼 교수는 14살에 암을 앓았습니다. 약 3개월 동안 항암치료를 받았습니다. 그는 이때를 가장 힘들었던 순간 중 하나로 뽑았습니다. 

“당시 크게 놀라고 좌절했지만, 신체적 아픔은 대부분 치료할 수 있는 시대라는 점에서 운이 좋았어요. 만약 저처럼 아픈 분, 또는 힘든 일을 겪고 있는 분이 있다면 먼저 도움을 청하고, 극복할 수 있다는 생각만 가지면 틀림없이 이겨낼 수 있을 거예요.”

어떻게 극복했냐는 질문에는 “시간이 답”이라고 답했습니다. 대부분의 크고 작은 고난들은 시간이 지나고 나면 그리 큰일이 아니게 되니 어제보다 나아졌다는 생각으로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방법이라며 말입니다.

이후 암을 완전히 극복한 그는 수학에 두각을 나타냈고, 15살부터 국제올림피아드(IMO)에 출전했습니다. 두 번째로 나간 IMO에서 엄청 쉬운 문제를 풀지 못해 크게 낙담했다고 합니다. 다행히 다음 해에 다시 IMO에 나가 금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그 비결을 묻자 “IMO도 하나의 시험이기 때문에 잘 볼 때도 있고, 못 볼 때도 있다고 생각한다”며 “중요한 것은 다음에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느냐”라고 설명했습니다. 실망했던 기억을 발판 삼아 더 많이 노력했고 좋은 결과를 얻었다는 것입니다. 금메달을 딸 수 있었던 것은 다른 학생보다 운이 더 좋았던 것이라며 겸손하게 답했습니다.

마크 브레이버먼 교수가 IMU 아바쿠스 메달을 받고 미소 짓고 있다. 수학동아DB

학교가 싫었던 아이

브레이버먼 교수는 중고생 때 학교 가는 걸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기, 숙제하기 등과 같은 규칙을 싫어했고 공부도 재미없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조금 더 빨리 대학입학 자격시험을 봐 합격했고, 이후 대학진학시험에도 합격해 18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테크니온 공대를 졸업했습니다. 

브레이버먼 교수는 학창시절 이야기를  웃음기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습니다. 그는 “이 말은 학생들에게 꼭 해주고 싶다”며 “10대 시절보다 성인이 됐을 때 재미난 일이 더 많이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어른이 되면 자신의 삶을 자신이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이는 어찌보면 무섭지만 흥미롭고 재밌는 일이지요. 또 싫어하는 것을 하지 않을 수 있는 권리가 주어져요. 그에 따른 책임이 따르지만 말이에요.”

대단한 과학자는 겸손한 과학자

브레이버먼 교수는 수학자 집안에서 태어났습니다. 어머니는 수학자이고 할아버지는 통계학자입니다. 그는 “가족 중에 수학자가 있다는 것이 수학 실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니지만 다른 사람들에 비해 어릴 때부터 수학을 접할 기회가 많았던 것은 확실했다”고 밝혔습니다.

스테판 쿡 캐나다 토론토대 교수는 그가 대학에 진학한 후 컴퓨터과학자가 된 것에 영향을 준 사람이자 지도 교수입니다. 쿡 교수는 브레이버먼 교수가 연구하는 ‘복잡성 이론’의 선구자이자 컴퓨터과학계의 아버지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 그는 “제가 생각하는 대단한 과학자는 너그럽고 겸손한 심성을 가진 과학자인데, 그런 자질을 쿡 교수님께 많이 배웠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이어 “요즘 많은 영향을 받는 사람은 박사후연구원들인데 함께 연구하고 소통하면서 제가 더 좋은 과학자가 될 수 있도록 안내해 준다”고 덧붙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어떤 학자가 되고 싶은지 물었습니다. 

“몇 가지 분야에 발자취를 남긴 사람으로 기억 되고 싶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사람들이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던 분야를 서로 연결해서 깨달음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관련기사

수학동아 8월호, [IMU 아바쿠스상 인터뷰] 마크 브레이버먼 교수 “여러 분야를 연결해 깨달음을 주는 과학자가 되고 싶어요”

[헬싱키=김미래 기자 futurekim9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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