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가 사라지면..정치권의 '내부총질' 그림자[국회기자 24시]

박기주 2022. 7. 30.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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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여러 정치권의 이슈가 정치면을 장식했지만, 단연코 가장 큰 주목을 받은 건 사진 한 장이었습니다.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본회의장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나눈 문자 메시지가 국회사진기자단에 포착된 것이 발단이었죠.

윤 대통령은 그동안 이 대표의 징계를 두고 "대통령이 당무를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당과 거리를 두는 듯한 발언을 해왔지만, 윤 대통령이 이 대표의 징계에 영향력을 끼쳤을 수도 있다는 해석이 가능한 문자였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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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권성동 문자메시지 공개 파문
尹 "내부총질 하던 당대표 바뀌니.."
이준석 "그 섬에서는"..앞뒤 다른 정치권 비판
박지현 "비공개회의 다 없애고 싶었다"

[이데일리 박기주 기자] 이번 주 여러 정치권의 이슈가 정치면을 장식했지만, 단연코 가장 큰 주목을 받은 건 사진 한 장이었습니다.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본회의장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나눈 문자 메시지가 국회사진기자단에 포착된 것이 발단이었죠.

26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 398회 임시회 6차 본회의 대정부 질문 도중 국민의힘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문자대화를 하고 있다. (사진= 국회사진기자단)
그 메시지에 남겨진 내용들은 다소 충격적이었습니다. 윤 대통령은 권 직무대행에게 “우리당도 잘하네요 계속 이렇게 해야”,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대표가 바뀌니 달라졌습니다”라는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누가 봐도 현재 당원권 정지 징계를 받은 이준석 대표에 대해 뒷담화를 하는 내용이었죠.

이에 대해 권 직무대행은 “대통령님의 뜻을 잘 받들어 당정이 하나되는 모습을 보이겠습니다”라고 답했고, 윤 대통령은 ‘엄지를 치켜든 체리’ 이모티콘으로 화답했습니다.

이 문자 메시지가 공개된 후 파장은 컸습니다. 윤 대통령은 그동안 이 대표의 징계를 두고 “대통령이 당무를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당과 거리를 두는 듯한 발언을 해왔지만, 윤 대통령이 이 대표의 징계에 영향력을 끼쳤을 수도 있다는 해석이 가능한 문자였기 때문입니다.

당원 게시판은 윤 대통령과 권 원내대표를 성토하는 글로 가득찼고, 민주당 역시 윤 대통령을 향해 “몰래 당권싸움을 진두지휘했다. 한심 그 자체”라며 비판했죠. 이에 대해 윤 대통령 측은 사과를 권 직무대행에게 미뤘고, 권 직무대행은 이튿날 허리를 숙여 사과했습니다.

울릉도를 방문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사진= SNS)
이에 대해 당사자인 이 대표의 반응에 관심이 쏠렸습니다. 당시 울릉도에 있었던 이 대표는 “‘그 섬’ 에서는…”으로 시작하는 글로 여의도를 저격하는 글을 SNS에 올렸습니다. 그는 “카메라 사라지면 눈 동그랗게 뜨고 윽박지르고, 카메라 들어오면 반달 눈웃음으로 악수하러 오고, 앞에서는 양의 머리를 걸어놓고, 뒤에서는 정상배들에게서 개고기 받아와서 팝니다.”라고 적었죠.

여의도 정치인들의 카메라 앞과 뒤의 다른 모습을 비판한 것입니다. 앞서 이 대표가 징계를 받기 전 ‘윤핵관’(윤석열 측 핵심 관계자)들과 연일 갈등이 있었던 점을 고려하면 이들을 저격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그는 글의 말미에 “이 섬(울릉도)은 모든 것이 보이는 대로 솔직해서 좋다”고도 했습니다.

정치인들이 카메라 앞과 뒤의 모습이 다른 것은 여야를 막론하고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최근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했던 박지현 전 민주당 비대위원장은 자신이 겪었던 일을 털어놓기도 했는데요.

특히 언론이 지켜보는 공개회의와 그렇지 않은 비공개회의의 극명한 차이를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매주 월요일 4시에 (비공개) 고위 전략회의가 있는데 전 거기서 그냥 개무시를 당했다. 비공개회의를 다 없애고 싶었다”고 말했죠.

아울러 최근 야권의 한 유력 정치인도 최근 카메라가 동행했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 취재진을 대하는 태도가 극명하게 달라 빈축을 사고 있는 것을 보면 ‘그 섬’(여의도)의 이러한 문화는 쉽사리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하지만 정치인들이 분명하게 경각심을 가져야 할 지점도 이번주 나왔습니다. ‘앞과 뒤가 다른’ 행보가 드러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취임 후 처음으로 20%대를 기록했다는 여론조사 결과나 나왔죠. 물론 문자 메시지가 전부가 아니었겠지만 시사하는 점은 분명했습니다. ‘그 섬’에 사는 다른 분들이 ‘반면교사’로 배울 수 있을지는 지켜볼 일입니다.

박기주 (kjpark85@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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