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나와 군대까지 다녀와도 순경..누구는 24살에 경위
[편집자주] 올해로 마흔 두 살을 맞는 경찰대학을 놓고 논쟁이 뜨겁다. 우수한 인재 영입을 위해 설립됐지만 필요성이 사라졌다는 '폐지론'과 아직은 순기능이 많다는 '존치론'의 대결이 20년째 이어지고 있다.
경찰대 폐지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형평성'과 '파벌'을 문제로 지적한다. 졸업과 함께 바로 경찰 간부로 입직하는데다 입직 후에는 동문끼리 밀어주고 끌어주는 '파벌'을 형성, 비경찰대 출신을 배제한다는 논리다.
현행법에 따르면 경찰대를 졸업한 자는 별도 자격 시험 없이 경위로 임명된다. 경찰 최하위 계급인 순경으로 입직한 경찰관은 승진시험을 치르지 않을 경우 순경에서 경장까지 4년, 경장에서 경사까지 5년, 경사에서 경위까지 6년 6개월을 근속해야 한다.
계급별 승진 시험이 따로 있긴 하지만 경정 이하 경찰공무원은 신규채용 시 1년간 시보로 임용된다. 시보기간에는 승진 시험을 볼 수 없다. 순경으로 입직해 시보를 거처도 승진 시험을 위해선 최저근무연수를 채워야 한다. 경장·순경은 1년 이상, 경위·경사는 2년 이상 해당계급에 재직해야 한다. 또한 승진한 당해연도에는 승진 시험을 다시 볼 수 없다. 순경으로 입직한 경찰관이 지구대나 파출소 등에서 주·야 교대 근무 해가며 '주경야독'으로 공부해 매번 승진 시험에 합격해도 경위가 되려면 4~6년 이상의 시간이 걸리는 것이다.
일선 경찰서에서 근무하는 A경사는 "순경 임용 후 치열하게 공부해도 4~6년 후 경위가 되는 시점에는 대부분 가정이 생기는 시기"라면서 "가정을 챙기고 육아와 일을 병행해가면서 업무가 많은 지구대나 파출소 근무자들이 시험 공부를 하는 건 쉽지 않다"고 했다.
경찰간부후보생(이하 경간부) 선발시험으로 입직한 B 경정은 "경간부는 대체로 대학을 졸업하고 오는 편이 많아 나이가 많은 편"이라며 "남자의 경우 군복무를 마쳐야 하고 여자의 경우 가정이 생기고 출산을 하면서 임용 후 초기 3~4년 사이에 경찰대 출신과 승진 여건에서 차이가 크게 난다"고 했다.
일선 경찰관들은 출발선의 차이가 경찰 고위직 인사에서의 불공정으로 이어진다고 말한다. 지난 5월 말 기준으로 약 13만1394명의 경찰 중 경찰대 출신은 2.5%에 불과하다. 반면 최근 4년간 경무관 승진자 중 경찰대 출신은 약 68.8%에 달했다.
경찰대 출신들은 출발선에 앞선 것에 더해 고위 간부로 가는 길목에서 '동문인맥'이 또 다시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서울 일선서에 근무 중 D경정은 "경정 이상은 심사를 통해 승진해야 하는데 경대 출신은 승진 심사 평가자들과 가까운 사람이 많은 것이 사실"이라며 "지방청과 본청에 근무하며 서로 형동생하는 사이가 많다"고 했다.
경간부 선발시험으로 입직한 E경감은 "경간부 출신 중에도 명문대 출신들도 많이 있지만 우리는 경찰대처럼 4년간 합숙을 한 게 아니라 끈끈함이 적은 건 사실"이라 했다.
경찰대가 개교한 지 40년 이상 지나면서 바뀐 현실을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경찰학교 개교 당시 대다수 경찰관이 고졸이었고 대학진학률 자체가 낮았다"며 "최근에는 거의 대다수 순경 공채 합격자가 4년제 대학 출신이다"고 했다.
공무원 열풍이 분 뒤로 경찰조직에는 상당 기간 수십 대 일의 경쟁률을 뚫고 순경으로 입직한 인재들이 누적된 상태다. 서울의 한 지구대에서 근무하는 C경장은 "능력 있는 동기들도 많은데 동기들이 다 경위로 시작하는 경찰대 출신과 순경에서 시작하는 사람이 얻는 정보와 인적 네트워크가 다를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간 병역혜택이나 학비지원 같은 혜택도 '경찰대 불공정'의 한 요인으로 언급됐다. 2019년까지는 경찰대생의 교육비용 전액을 국가에서 지원했고 군복무도 경찰 기동대 근무로 대체됐다. 반면 2020년까지는 순경이나 경찰간부후보생이 되고자 경찰공무원 시험에 응시하려면 병역을 필하였거나 면제된 경우에만 가능했다.
경찰조직 자체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경찰청에 따르면 2020년 말 기준 경감 이상 간부가 전체 경찰에 10%에 불과하다. 피라미드형 계급구조를 항아리형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경찰 조직구조를 보면 총경급 이상부터 확 줄어든다. 피라미드 보다는 뾰족한 에펠탑에 가깝다"며 "항아리형으로 중간 계급을 늘려서 인사적체를 해결해줘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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