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도 채용도 'MBTI 열풍'..외신도 주목
“서울이 열광하고 있다. 걷다 보면 수많은 한글 속에서 알파벳 네 글자, MBTI가 반복해서 나타난다”
서로의 MBTI 유형을 묻고, 상황에 따른 각 유형의 태도를 추정하고, 유형들의 합도 얘기해 봅니다. MBTI가 ○○○○이라서 그렇게 생각하는 거다, ○○○○들은 이렇게 행동하더라. 어디서든 쉽게 들어볼 수 있는 대화일 겁니다. 밥 먹었냐고 안부를 묻는 것처럼 MBTI를 묻는 건 이제 일상이 됐습니다.
CNN은 최근 ‘제2차 세계대전의 성격 검사와 사랑에 빠진 한국’이라며 우리의 ‘MBTI 열풍’을 보도했는데, 특히 MZ 세대의 과몰입에 주목했습니다.
■ 연애도 홍보도 채용도…MBTI에 푹 빠진 한국
CNN은 MZ세대가 데이트 상대를 찾는 데 MBTI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많은 한국 젊은이가 전통적인 방식으로 사람을 알아가는 데 시간을 쓰기보다는 자신의 MBTI 유형과 잘 맞는 사람을 골라 만난다는 겁니다.
서울의 대학생 윤 모 씨는 CNN과 인터뷰에서 “난 T(분석·논리적)와 맞지 않고 ESFP(친절하고 장난기 있고 적응력이 있는)와 잘 맞는 것 같다”며 합이 안 맞는 유형과 데이트하는데 많은 시간을 투자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대학생 이 모 씨는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마다 MBTI 유형을 먼저 밝힌다며 “ENFP라고 말하면 다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이해하기 때문에 시간을 아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연인의 MBTI 유형이 자기와 잘 맞는다며 “1,000일 넘게 같이했으니 검사 결과가 서로 잘 어울린다는 증거가 아니겠느냐”고 덧붙였습니다.
기업도 MBTI 인기에 편승하고 있습니다. 관광 회사는 MBTI 유형에 따라 어울리는 여행지를 추천하고, 맥주 회사는 각 유형을 나타내는 데 사용되는 영문 알파벳을 새긴 맥주캔까지 출시했습니다.
채용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CNN은 한국의 구인사이트에서 특정 MBTI 유형의 구직자를 찾는 글이 수십 개 올라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예를 들면 마케팅직 모집 공고에 ‘열정적이며 혁신적’인 ENFP를 찾는다는 설명이 붙는 식입니다.
■ “MZ세대 ‘불안한 미래’…비슷한 집단 등 기댈 곳 필요”
일각에서는 코로나19, 취업 경쟁, 경직된 기업 문화, 치솟는 집값 등으로 미래가 불안한 상황에서 젊은이들이 비슷한 사람을 찾고자 MBTI로 눈을 돌린다고 분석했습니다.
임명호 단국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사람들이 더 불안해지면서 심리적으로 기댈 곳이 필요하다. 사람들은 확실히 집단에 소속되면 덜 불안해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 사회에서는 자신에게 맞는 타입을 미리 아는 것을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며 “과도한 일반화의 오류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연애, 결혼, 출산, 내 집 마련 등을 포기한 소위 ‘N포 세대’로도 불리는 MZ세대가 데이트 상대를 찾는 데 많은 시간이나 노력을 들일 의향이 없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 “다양한 성격을 틀에 가둔 검사…지나친 의존 경계 해야”
여러 전문가는 연인이나 친구, 일자리를 찾는 데 MBTI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그동안 많은 심리학자는 MBTI 결과에 일관성이 없고 다양할 수밖에 없는 사람의 성격을 몇 개의 틀에 가둔다며 검사 정확성과 효용에 의문을 제기해 왔습니다.
MBTI 업체인 마이어스-브릭스 컴퍼니도 주의를 당부합니다. 아시아태평양 총괄인 캐머런 놋은 한국에서 MBTI의 인기가 “매우 흡족하다”면서도 “잘 어울리는 파트너를 찾는 데 사용하기에는 적절치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우리 모두 ‘다른 사람에게 끌린다’라는 표현을 알지 않느냐. 다른 MBTI 유형이라고 잠재적 파트너를 제외하면 훌륭한 사람과 신나는 관계를 형성할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MBTI는 외향·내향, 감각·직관, 사고·감정, 판단·인식 등 지표에 따라 성격을 16개 유형으로 분류하고 이를 알파벳 4개의 조합으로 표현합니다. 캐서린 쿡 브릭스와 이사벨 브릭스 마이어스 모녀가 스위스 심리학자 칼 융의 이론에 기반해 만들었으며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여성과 적합한 일자리를 찾는 데 사용됐습니다.
(화면 출처 : CNN 홈페이지)
김세희 기자 (3he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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