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민·귀촌인 갈등 푸는 곳..하동 '마을미술관 선돌'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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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물 창고를 미술관으로 만들어 기존 주민과 귀촌인 간 마음속 갈등을 풀어가는 마을이 눈길을 끈다.
박민봉(64) 입석마을 이장은 "마을미술관이 우리 마을 주민들을 화합의 장으로 이끌어 삶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고 밝은 마음과 눈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했다"며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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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의수 작가 여섯 번째 전시회 '일상적 관계' 한 달간 열려
(하동=연합뉴스) 지성호 기자 = 농산물 창고를 미술관으로 만들어 기존 주민과 귀촌인 간 마음속 갈등을 풀어가는 마을이 눈길을 끈다.
지리산 남부 능선의 끝자락 형제봉(해발 1천115m) 아래 경남 하동군 악양면 입석리 입석마을 이야기다.
진주 강씨 집성촌이던 이 마을에 최근 귀농·귀촌이 이어지면서 전체 130가구 220명의 주민 가운데 40%가 외지에서 들어 온 귀촌인이다.
마을 주민의 절반가량을 귀촌인이 점하면서 언제부턴가 마을주민 간 서먹한 분위기가 형성됐고, 마을 자체 행사 등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일부 주민들이 화합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는 데 마음을 모았다.
이어 잘 활용하지 않은 마을 광장 옆 82.5㎡ 규모의 농산물 창고에 마을미술관 겸 전시관을 만들기로 했다.
2019년 사업을 진행 협의를 시작해 리모델링, 조명공사 등을 거쳐 2021년 5월 문을 열었다.
마을미술관 명칭을 '입석(立石)'을 한자어로 풀이한 '선돌'을 붙인 '마을미술관 선돌'로 지었다.
주민들은 마을미술관 한쪽에 써레, 지게, 맷돌 등 옛 농기구와 생활용품 등 100여 점을 전시했다.
평소 사용하던 농기구 등 유물이 전시관으로 옮겨지면 작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서다.
다른 전시 공간에는 마을미술관 조성 소식을 듣고 전시와 운영에 합류해 주도적 역할을 하는 서양화가 하의수(65) 작가의 작품들로 메워졌다.
마을미술관이 들어선 뒤 입석마을에 놀라운 변화가 찾아왔다.
마주칠까 외면하던 주민들이 서로 인사를 나누었고 서로를 집으로 초청해 식사를 나누기도 했다.
마을 행사에 무관심하던 주민들이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으며 이는 소통하고 화합하는 밝은 마을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특히 일부 주민은 3개월여간 도슨트(미술해설가) 교육을 받고 마을미술관을 찾는 관람객들을 상대로 전시된 작품을 설명하는 등 자원봉사 활동도 펼친다.
이로 인해 도립이나 시립 미술관은 있지만, 시골 마을에서 볼 수 없는 마을미술관을 가졌다는 자부심도 생겼다.
이런 소문이 퍼지면서 지리산 둘레길을 찾는 등산객, 일반 관람객, 인근 최참판댁을 찾은 관광객 등이 마을미술관 선돌을 꾸준히 찾고 있다.
마을미술관에서는 지난해 5월 개관 기념전시회 이후 하 작가의 작품들로 다섯 번의 전시회가 열렸다.
하 작가는 지난 28일 '일상적 관계'란 주제로 마을미술관 선돌의 여섯 번째 전시회를 열었다.
자신을 '커뮤니티 아티스트'라고 소개하는 하 작가는 지역민과 호흡을 같이 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한다.
마을미술관 선돌의 이번 전시도 대부분 지역작가나 주민들이 참여하는 작품이 중심이 됐다.
하 작가가 전시회 준비 과정에 주민과 작가들과의 소통과 공감을 이루어 낸 것은 작품 못지않은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 전시회는 오는 8월 31일까지다.
박민봉(64) 입석마을 이장은 "마을미술관이 우리 마을 주민들을 화합의 장으로 이끌어 삶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고 밝은 마음과 눈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했다"며 활짝 웃었다.
하의수 작가는 "마을미술관은 입석마을 주민들이 문화의 소유자가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전시가 일상의 삶터인 마을미술관에서 열린다는 것은 일상적이면서도 특별하다. 앞으로도 계속 전시회를 열 계획이다"고 말했다.
shch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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