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난, 효율로 넘자①]에너지 대란 속 사용량 치솟아..10년 전 '블랙아웃' 경고등
기사내용 요약
이른 더위·경기 회복에 전력 사용 증가
이달 초 사상 최대 전력 수요 경신 기록
세계 에너지 대란까지 겹쳐 공급 우려↑
정부, 근본 해결책으로 에너지 효율 강조
[세종=뉴시스] 고은결 기자 = #. 지난 2011년 9월 15일, 갑작스러운 늦더위에 예비 전력이 쑥쑥 빠지며 블랙아웃(대규모 정전) 사태가 벌어졌다. 당시 전력 수요는 추석 연휴 이후 산업용 수요 증가, 때 아닌 더위로 인한 냉방기기 사용 등이 몰리며 갑자기 치솟았다. 결국 전력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으로 치달았다. 정부는 대정전을 막기 위해 지역별로 전력 공급을 순차적으로 중단·재개하는 순환 정전 조치를 취했고, 예고 없는 정전에 전국 곳곳이 아수라장이 됐다. 손에 꼽히는 경제 대국이 전력 하나 잡지 못해 후진국에서도 보기 어려운 어처구니없는 사고를 겪은 것이다.
올여름 전력 사용량이 치솟으며 10여 년 전과 같은 사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른 더위가 시작된 이후 장맛비·폭염이 번갈아 찾아오는 변덕스러운 날씨가 계속되며 불쾌지수를 높였고, 이는 냉방 전력 수요로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19 이후 경기 회복, 사회적 거리 두기 완화에 따른 산업계 전력 수요도 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국제 에너지 가격이 치솟는 데다 공급까지 불안해지고 있다.
30일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7일에는 덥고 습한 날씨로 최대 전력 수요가 93기가와트(GW)에 육박하며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이날 전력 예비율은 7.2%까지 떨어졌는데, 통상 발전기 고장 등 비상 상황까지 대비하려면 예비율이 10%는 돼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아슬아슬한 상황이었다.
앞서 산업부는 올여름 전력 피크 시기는 8월 둘째 주이고, 이때 최대 전력 수요는 91.7GW~95.7GW 수준으로 예상했다. 피크 시기 예비력은 최저 5.2GW 수준으로 예상됐다.
이른 더위가 찾아오며 최대 전력 수요가 한 달이나 빠르게 전망치의 하한선을 웃돈 셈이다.
이는 올해 여름이 평년보다 덥고, 제조업 수요 증가와 사회적 거리 두기 해제 등으로 서비스업의 전력 수요가 늘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에 전 세계가 에너지 부족 상황에 처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유럽연합(EU)에 가스 공급을 중단하거나 줄이며 유럽의 에너지난이 불거졌고, 국제 에너지 시장에도 연쇄적인 영향을 미친 것이다.
유럽은 전력 계통이 연결돼 있어 급하면 이웃 나라의 전력을 끌어올 수라도 있는데, 우리나라는 계통이 섬처럼 고립돼 있다. 자칫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게 지나친 걱정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정부는 2011년 9·15 정전 사태 이후 18기의 화력발전소 추가 건설 계획을 담은 '제6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13~2027년)'을 제시하는 등 주로 에너지 공급 확대 정책에 집중해왔다.
이런 가운데 공급망 위기로 인한 '에너지 쇼크'가 언제든지 불거질 수 있는 상황에서, 또 다른 해결책인 수요 관리에 보다 집중해야 한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
현재의 다소비 저효율 체제를 바꾸지 않으면 제2의 블랙아웃 사태 우려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다.
더욱이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전기차 확대 등으로 전력 사용량이 늘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무작정 발전소 추가 건설 등에 기댈 수도 없는 상황이다.
새 정부도 매해 여름·겨울철마다 불거지는 전력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에너지 효율을 향상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수요 관리의 이행 수단으로는 전기요금의 가격 기능 활성화, 전력거래소와 사전 계약한 사업장이 수요 조정 요청 시 소비를 줄이고 보상받는 신뢰성 DR(수요반응자원) 시장, 에너지 효율 기술 개발, 일상 속 절전 노력 등이 꼽힌다.
전문가들도 이런 에너지 수요 관리의 필요성에 대해 한목소리로 강조한다.
박종배 건국대 교수는 "기존에는 에너지 공급과 관련해 원자력·신재생에너지에 대한 논쟁이 많았는데, 우선 수요 효율화를 추진하고 공급 측면의 논의를 이어갔어야 했다"고 설명했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교수는 "우리나라는 에너지 부족 국가이므로 에너지 다소비 업종으로 국가 경제를 유지하면 결국 벽에 부딪치게 된다"며 "전기를 적게 쓰는 산업구조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지난달 23일 열린 에너지위원회에서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세계 에너지 시장의 변동성에 크게 노출돼 있다"며 "기후변화와 에너지 안보에 대응해 원전 활용도를 높이는 정책 전환과 그간 공급 위주였던 에너지를 수요 효율화 중심으로 전환하는 것이 양대 축"이라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ke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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