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북경제] 우유 버리는 낙농협회, 대화 중단 선언한 정부

세종=곽윤아 기자 2022. 7. 3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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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젖소를 키우는 낙농업자들이 우유를 쏟아버리며 전국 각지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습니다.

정부가 우유의 원료인 원유(原乳)의 가격 산정 체계를 '생산비 연동제'에서 '용도별 차등가격제'로 개편하겠다고 하자 이에 반발하는 것인데요.

정부가 지난 28일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 논의와 관련해 최근 낙농협회와 정부 간의 신뢰성이 심각하게 훼손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며 "정부는 (낙농협회와의) 신뢰가 회복될 때까지 제도 개편과 원유가격 결정을 위한 논의를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힌 것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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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음용유·가공유 가격 따로 매기는
'용도별 차등가격제' 연내 도입 추진
낙농협회, 납품 거부 경고하며 반발
정부 "신뢰 훼손..낙농협회와 대화 중단"
[서울경제]

최근 젖소를 키우는 낙농업자들이 우유를 쏟아버리며 전국 각지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습니다. 정부가 우유의 원료인 원유(原乳)의 가격 산정 체계를 ‘생산비 연동제’에서 ‘용도별 차등가격제’로 개편하겠다고 하자 이에 반발하는 것인데요. 이번 갈등의 원인과 쟁점이 무엇인지 살펴보겠습니다.

원유 가격은 낙농협회와 유업체간 협상을 통해 결정됩니다. 매년 5월 통계청이 우유 생산비를 발표하면, 양측은 생산비 증감률에 기반해 그해 8월 1일부터 납품될 원유 가격을 협상하게 되죠. 이것이 바로 ‘생산비 연동제’ 입니다. 이렇게 원유 가격이 결정되면 유업체는 쿼터 내 물량(유업체가 의무적으로 구매해야 하는 원유량)의 원유를 용도에 상관없이 무조건 ℓ당 1100원에, 초과 물량은 ℓ당 100원에 낙농가로부터 구매해야 합니다.

25일 강원 춘천시 강원도청 앞 공원에서 열린 '낙농 말살 정부·유업체 규탄! 강원도 낙농가 총궐기대회'에서 도내 낙농인들이 규탄의 뜻을 담아 원유를 큰 통에 쏟아붓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생산비에만 기반해 원유 가격이 결정되는 이 체계가 수요와 공급 원리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합니다. 또 음용유(마시는 흰 우유)의 수요는 줄고 가공유(치즈·버터 등에 쓰이는 우유)의 수요는 늘어나는 상황도 반영하지 못한다고 말합니다. 생산비 연동제는 음용유 기준으로 원유 가격을 결정하게돼 국산 원유의 가격이 다른 나라보다 비싸게 설정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유업체는 유가공품을 만들 때 가격이 저렴한 수입 원유를 주로 사용합니다. 2020년 기준 한국의 원유 가격은 ℓ당 1083원인 반면 미국과 유럽은 각각 491원과 470원입니다. 그 결과 우유 수입량은 2001년 65만 톤에서 2021년 251만톤으로 늘었고, 우유자급률은 같은 기간 77.3%에서 45.7%로 떨어졌습니다.

정부가 용도별 차등가격제를 도입하려는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핵심은 음용유와 가공유의 가격을 달리 매기는 것입니다. 차등가격제가 도입되면 유업체는 음용유로 쓸 원유는 현행대로 ℓ당 1100원, 가공유 용도의 원유 ℓ당 800원에 구입할 수 있게 됩니다. 쿼터를 초과하는 물량은 그대로 ℓ당 100원에 구매하게 되죠.

낙농협회 충남도지회에 속한 낙농민들이 11일 충남도청 앞에서 열린 '낙농 말살 정부·유업체 규탄' 총궐기대회에서 원유를 쏟아버리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용도별 차등가격제가 도입되면 유업체가 지금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국산 가공유를 구입할 수 있게 돼 수입 의존도를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특히 정부는 유업체가 가공유를 ℓ당 800원에 구입하면 200원의 보조금을 지급할 예정입니다. 이렇게 되면 사실상 유업체는 가공유를 ℓ당 600원에 구입하게 되는 효과가 있는 것이죠. 정부 관계자는 “유업체들은 국산 유제품을 선호하는 소비자가 늘어나는 만큼 국산 가공유 가격이 ℓ당 600원으로 형성되면 구매할 의사가 있다고 밝힌 상태”라고 설명했습니다.

낙농협회는 생산 방식은 같지만 가공유로 쓰인다는 이유로 일부 물량의 가격을 떨어뜨리면 농가 소득이 줄어든다며 반발합니다. 또한 사료값 등이 오르는 상황에서 “생산비 이하 수준인 가공용을 더 생산해서 소득을 유지하라는 논리는 현장을 모르는 소리”라고 반발합니다. 여기에 우유 가격이 오르는 것은 원유 가격 상승보다는 유업체의 유통마진이 더 큰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합니다.

갈등은 점점 깊어지고 있습니다. 정부가 지난 28일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 논의와 관련해 최근 낙농협회와 정부 간의 신뢰성이 심각하게 훼손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며 “정부는 (낙농협회와의) 신뢰가 회복될 때까지 제도 개편과 원유가격 결정을 위한 논의를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힌 것인데요. 정부는 연내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을 목표로 최근 낙농협회와 낙농가·농협·지자체 등과 협의회를 잇따라 열고 있는데, 낙농협회가 이를 의도적으로 방해하고 있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낙농협회는 정부가 제도 개편을 고수하면 원유 납품을 중단하겠다고 경고한 가운데 우유 공급 대란으로 소비자 피해만 불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세종=곽윤아 기자 o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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