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금 없는 경찰대 폐지론?..盧정부부터 17년째 '특혜 논란'

정세진 기자 2022. 7. 3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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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위기의 경찰대①

[편집자주] 올해로 마흔 두 살을 맞는 경찰대학을 놓고 논쟁이 뜨겁다. 우수한 인재 영입을 위해 설립됐지만 필요성이 사라졌다는 '폐지론'과 아직은 순기능이 많다는 '존치론'의 대결은 20년째 이어지고 있다.

지난 3월 17일 오후 충남 아산 경찰대학교에서 열린 ‘2022년 신임경찰 경위·경감 임용식’에서 임용자들이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경례하고 있다./사진=뉴시스


"특정 대학(경찰대)을 졸업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훨씬 앞서서 출발을 하고 뒤에서 출발하는 사람이 도저히 그 격차를 따라잡을 수 없도록 제도를 만든 것은 문제가 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경찰대 개혁을 천명하고 나섰다. 행정안전부 내에 경찰국을 신설을 놓고 제기된 경찰의 조직적인 반발 배후에 '경찰대 동문'이 있다고 보고 경찰대를 존폐 논의를 촉발한 것이다.

경찰대 폐교론이 제기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경찰대 개혁은 노무현정부부터 이명박·박근혜·문재인·윤석열정부를 거치면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거론되고 했다.

1988년 노태우 전 대통령이 경찰대학교 졸업식에 참석한 모습. /사진=뉴스1


경찰은 최고위 계급인 경찰청장(치안총감)부터 최하위 계급인 순경까지 11개의 계급으로 나뉜다. 순경 공채로 입직한 경찰관은 승진시험을 치르지 않을 경우 순경에서 경장까지 4년, 경장에서 경사까지 5년, 경사에서 경위까지 6년 6개월을 근속해야 한다. 승진시험을 보기위해서는 각 계급별로 최소 1년이상 근무를 해야 한다. 순경에서 경위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승진시험 없이는 15년6개월, 승진시험을 봐 매번 한 번에 합격한다고 하더라도 최소 3년의 시간이 걸리는 셈이다.

반면 경찰대를 졸업하면 별도 자격시험 없이 곧바로 경위로 시작한다. 입학연령이 만 21세(현재는 만42세) 미만으로 제한돼 있던 2019년까는 사실상 20대 초중반의 나이에 대학 졸업과 함께 6급을 상당의 공무원이 되는 셈이다.

출발선이 다르다 보니 고위직으로 갈수록 경찰대 출신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는 불만이 현장에서는 나온다.서울의 한 지구대에 근무중인 50대 경위 C씨는 "경찰대는 법학과 행정학을 배우고 졸업하는데 이게 승진시험에서 굉장히 유리하다"며 "순경으로 들어오면 현장에서 근무해가면서 주경야독해야 하는데 나이가 30대로 접어들면 쉽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했다.

지난달 말 기준 전체 경찰(13만2421명) 중 경찰대 출신은 2.5%(3249명)에 불과하다. 하지만 총경급 이상 고위 경찰 632명 중 경찰대 출신은 381명으로 60%가 넘는다.

경찰 조직 수장인 경찰청장도 2014년 8월 19대 강신명 경찰청장(경찰대 2기)이 임명된 이후로 20대 이철성 경찰청장(간부후보생)을 제외하면 민갑룡(4기)·김창룡(4기) 등 경찰대 출신들이 맡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초대 경찰총장 후보자인 윤희근 경찰청 차장도 경찰대 출신(7기)이다.

승진에 있어 경찰대 출신이 유리하다는 주장은 역대 정부에서 경찰대 폐지를 언급할 때마다 등장한 주요 근거다.

2005년 행정자치부 국정감사에서 최규식 당시 열린우리당 의원은 "고졸자 120명을 시험으로 뽑아 병역특혜를 주고 학비를 전액 국가에서 부담해 4년간 획일화된 집체 교육만으로 졸업과 동시에 자동으로 경위로 임명하는 제도는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다"며 경찰대 폐지를 주장했다.

최 의원은 "순경 임용자들도 대졸자가 80%가 넘지만 경감으로 진급하는 데에는 무려 25년이나 걸린다"며 간부 승진에 있어서 형평성의 문제를 지적했다.

박근혜 대통령 시절에는 경찰대 개혁론이 주를 이뤘다. 2013년 9월 당시 안전행정부는 △ 입학정원 축소 △일반대 관련학과와 형평성 제고 △ 무료교육 및 졸업 후 경위 임용 특혜 개선 등을 골자로 하는 경찰대 개편안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그러나 2015학년도부터 신입생 정원을 기존 120명에서 100명으로 줄인 것을 제외하곤 실현되지 못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인 2017년 2월 서울 노량진의 한 공무원시험 학원을 방문해 "어떤 분은 밑에 순경에서 시작하는데 어떤 분들은 경찰대학 졸업하면 곧바로 간부가 된다"며 "조금 여러 가지 근본적인 검토들이 있어야겠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이후 문재인정부에서는 2018년 경찰대 개혁 추진안을 발표해 △100명이던 고졸 모집 정원을 50명으로 줄이고 △일반대학생과 재직 경찰관을 대상으로 편입을 허용하며 △학비지원, 병역특례 등 특혜를 축소하는 조치를 발표했다.

또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지난해 20대 대통령선거 더불어민주당 후보 경선에 출마해 "연공서열 없는 공공개혁을 위해 5급 행정고시를 폐지하고 경찰대 출신이 고위 간부직을 독식하는 문제를 없애기 위해 경찰대학도 없애겠다"고 공약했다.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에는 이 장관이 총대를 멨다. 이 장관은 지난달 26일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두고 "특정 출신들이 주도적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하나회에 준한다"며 "경찰을 개혁한다고 하니까 본인들의 지위에 위기감을 느껴서 조직적으로 반발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후 특정 세력이 경찰대라고 공개한 이 장관은 경찰대 개혁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 장관은 오는 8월 국무총리 소속 민·관 합동 자문위원회인 경찰제도발전원위원회를 설치해 경찰대 개혁을 본격 논의할 계획이다.

이 장관은 2012년 새누리당 정치쇄신특별위원회 간사였다. 당시 정치쇄신특위 위원장이던 안대희 전 대법관은 "쇄신특위 내에서도 찬반이 나뉘는데 경찰대 폐지 의견이 많다"며 "아래부터 위까지 전부 경찰대 동창생들이 포진하는 등 간부들이 편중돼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 장관의 경찰대 폐지 소신이 근래에 형성된 게 아니라는 걸 보여주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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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진 기자 sej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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