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세종실록] 예산 '사수 vs 깎기' 기재부는 문전성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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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재정부 예산실이 있는 정부세종청사 4동 3층에서 청소를 담당하는 환경미화원들은 요즘 음식물쓰레기 처리에 곤혹스럽다고 한다.
청탁하는 처지에선 아무도 못 만나고 예산마저 싹둑 잘리면 핀잔을 듣지만, 누구든 만나고 가면 최선을 다했으니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는 격려가 있어 기재부 1층 로비의 문전성시 풍경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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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1 세종팀은 정부세종청사 안팎의 소식을 신속하고도 빠짐없이 전하고 있습니다. 뉴스통신사로서 꼼꼼함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때론 못 챙기는 소식도 있기 마련입니다. 신(新)세종실록은 뉴스에 담지 못했던 세종청사 안팎의 소식을 취재와 제보로 생생하게 풀어내는 코너입니다. 역사상 가장 화려한 정치·문화가 펼쳐진 조선 세종대왕 시대를 기록한 세종실록처럼 먼 훗날 행정의 중심지로 우뚝 선 정부세종청사 시대를 되짚는 또 하나의 자료가 되기를 바랍니다.
(세종=뉴스1) 한종수 기자 = 기획재정부 예산실이 있는 정부세종청사 4동 3층에서 청소를 담당하는 환경미화원들은 요즘 음식물쓰레기 처리에 곤혹스럽다고 한다. 예산 편성 시즌에 각 부처·지방자치단체 예산담당 직원들이 예산 배정을 청탁하러 오면서 들고 온 음료와 간식거리가 넘쳐나 처리하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기 때문이다.
몇 년 전 김영란법 시행 초기만 해도 빈손이거나 커피 정도 사 들고 오는 풍경이 잠시 펼쳐지곤 했지만 이젠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빵, 케이크, 지역특산 주전부리, 음료 등 간식이 예산실을 채워 넣고 있다고 한다.
예산실은 보통 5월 말 각 부처의 예산요구서를 접수한 이후부터 9월 초 국회에 예산안을 제출하기까지 6~8월 기간에는 예산 편성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통상적인 퇴근시간 이후에도 불이 꺼지지 않은 곳이 기재부 3층이다. 올해는 사실상 윤석열 정부의 첫 예산 편성인 만큼 더 분주한 모습이다.
특히 정부가 최근 내놓은 세제개편안에 법인세·소득세·종합부동산세 등 주요 세목 감세안을 담고 있고 내년 세수 확보에 비상이라 모든 재량지출예산을 의무적으로 10% 감축하기로 해 머리를 쥐어짜야 할 정도라고 한다. 각 부처가 예산요구서를 제출한 후 예산실로부터 10% 구조조정을 지시받고 재검토안을 다시 들고 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런 상황을 모를 리가 없는 타 부처 예산 담당자들은 여전히 양손에 간식 가득히 들고 기재부를 찾으며 '예산 사수'에 여념이 없다. 타 부처 방문객이 부담스러운 예산실 직원들은 오지 말라는 요청을 완곡히 해보지만 말발이 안 먹힌다. 오더라도 뭘 들고 오는 게 부담이니 빈손으로 와달라 해도 곧이곧대로 믿지 않는다.
청탁하는 처지에선 아무도 못 만나고 예산마저 싹둑 잘리면 핀잔을 듣지만, 누구든 만나고 가면 최선을 다했으니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는 격려가 있어 기재부 1층 로비의 문전성시 풍경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다만 양손 가득 간식·음료를 챙기는 것보다는 국민을 위한 필요 예산안을 제대로 짜서 오는 게 더 중요한 일이 아닐까 싶다. 누가 보더라도 반드시 반영돼야 할 사업이라면 예산을 싹둑 잘라내기가 어렵고, 불필요한 선심성 사업이나 기관장 치적쌓기용 사업이라면 아무리 공들여봤자 삭감을 피할 수 없다.
예산실에 넘치고 버려지는 간식들도 다 국민들의 낸 세금으로 산 것인데 이까짓 돈 쓰는 게 중요하냐는 듯 오늘도 예산을 한 푼이라도 더 받으려는 청탁자와 한 푼이라도 더 깎으려는 예산실 간 '밀당'은 계속되고 있다.
jepo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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