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차 충전에 4시간 대기..3kg 제한까지
"충전 대기 시간만 너댓시간 걸리기도"
춘천시, 차 한 대당 3kg 제한 충전..중부권 확대
산업자원통상부, 수소공급사와 대책마련
■ "수소차 충전하는데, 하루 다 허비"
최근 2주 동안 강원도 춘천의 수소차 충전소는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습니다. 말이 문전성시이지, 사실상 수소차 운전자들에겐 곤욕인 상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취재진이 현장을 찾은 이달 27일 오전에도 충전소에 늘어선 차량 수만 10대가 넘었습니다. 영업 시작 시간은 오전 8시이지만, 빨리 수소 충전을 하기 위해서 오전 7시 전부터 줄을 선 겁니다.
차 한 대당 충전 시간은 10분 안팎. 긴 줄 끝에 서 있는 운전자는 꼬박 1시간 반을 기다려야 합니다. 시간은 더 걸릴 수도 있습니다. 충전할 때마다 수소탱크 압력이 낮아져서 뒤로 갈수록 대기 시간이 점점 늘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이것도 시간이 빨라진 겁니다. 춘천시가 이달 25일부터 차량 한 대당 하루 3㎏만 수소를 충전할 수 있게 제한 조치를 내린 결과입니다. 수소차가 보통 가스를 가득 채웠을 때 보통 5~6㎏입니다. 절반만 넣게 해서 시간은 단축시키고, 더 많은 사람들이 충전할 수 있게끔 한 겁니다.
충전소에서 대기하던 한동수 씨는 "지금까지도 1시간을 기다렸는데, 앞으로 봐도 40분은 더 기다려야할 것 같다"며 "수소 3㎏ 한 번 넣는데 결국 하루를 다 허버하고 있는 셈"이라고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춘천의 또 다른 충전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전날 오후 3시에 들어온 수소 탱크가 이튿날 오전 이미 동났습니다. 이날 오후 3시에 새로 또 들어왔는데, 이미 한 시간 전부터 수소차들이 대기 행렬이 이어졌습니다. 한 수소차 운전자는 "2시간 이상 기다릴 것은 각오하고 왔다"라며 "지난 주에는 4시간을 기다리기도 했다"라고 전했습니다.
일부 운전자들은 수소 충전소 정보를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하잉', '하이케어' 앱과 SNS 등을 활용하고 있었습니다. 수소 충전소 대기 현황을 확인하고, 대기 행렬이 좀 줄어들면 그제서야 충전소에 나오는 겁니다. 충전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는 걸 의미합니다.
■ 춘천이 유독 심하다?…춘천 수소차는 '강원도의 절반'
국토교통부 통계를 보면, 강원도의 수소차 등록현황은 2022년 6월 기준 2,100여 대입니다. 지역별로는 춘천이 1,000여 대로 가장 많습니다. 원주 400여 대, 속초 300여 대, 삼척 200여 대 순입니다. 강원도 전체 수소차 가운데 절반 정도가 춘천에 있는 겁니다.
반면, 강원도 수소차 충전소는 춘천과 원주에 각 2곳, 속초와 삼척, 평창, 인제, 동해까지 총 9곳입니다. 게다가, 유지 보수나 고장 등으로 운영되는 곳은 7개 시군 7곳에 불과합니다.
인제 내린천 충전소가 운영되지 않으면서, 인제와 홍천지역에서도 수소차 운전자들이 춘천으로 원정 충전을 하고 있다보니, 춘천 충전소에는 그만큼 사람이 더 몰릴 수 밖에 없습니다. 인제 상남에서 왔다는 한 수소차 운전자는 "아직 200㎞이상 더 탈 수 있지만, 요즘 특히 충전이 어렵다고 하니 불안해서 미리 찾아왔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 '수소 충전 대란' 가장 큰 이유 "수요 급증한 탓"
그렇다면 춘천 만의 문제일까? 그렇지 않습니다.
경기도 하남 등 중부권에 있는 충전소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간헐적으로 벌어지고 있습니다. 한국가스공사는 "7월 한 달 간 하루 평균 4건의 공급 지연과 중단이 발생하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이 때문에, 한 수소 공급사는 다음 주 강원을 비롯해 경기와 충청 등 30여 곳 충전소에서도 하루 3㎏ 제한 충전 조치를 내릴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수소 유통을 전담하는 한국가스공사는 이번 사태의 원인을 수요 급증으로 봤습니다. 기본적으로 2022년 6월 기준 전국 수소차 등록대수는 23,413대입니다. 1년 전인 2021년 6월만 해도 14,747대로, 1년 새 60% 늘었습니다.
그래도 기존 수소 생산량으로 감당할 수준. 그런데 최근 기름값이 크게 오르면서, 수소차의 활용이 증가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세컨드 카'로 활용하던 차를 주로 몰기 시작한 겁니다. 한국가스공사에 따르면, 2022년 7월 수소차 1대당 월 이용량은 10.3㎏입니다. 1월은 7.3㎏으로, 6개월 사이 41.1% 증가했습니다.
충전소도 꾸준히 늘었습니다. 지난해 말 86개 였던 충전소가 올해 7월 기준 116개로 늘었습니다.
생산량은 큰 차이가 없는데 공급해줘야 할 충전소와 차량이 증가한 겁니다.
■ "수소생산과 유통 구조도 한 몫"
수소차 충전에 사용되는 수소는 ' 부생수소'라고 합니다. 정유, 화학, 제철 등 중화학공업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입니다. 연간 200만 톤 규모입니다. 수소 생산량은 석유화학 공정의 가동률과 연계될 수 밖에 없습니다.
또, 이들 석유화학단지는 울산과 창원 등 남부지역에 많이 몰려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남부권에서는 수소 충전 대란의 영향이 적은 이유입니다. 중부권의 경우 충남 당진제철소를 통해 부생수소를 공급받게 되는데, 이곳에 공급 차질이 생기면 또 다른 남부권 생산업체에서 수소를 받아야하는데 유류비가 부담이 클 수 밖에 없습니다. 우선순위가 뒤로 밀리는 겁니다.
동영배 춘천시 에너지기후과 신재생에너지 담당은 "생산업체와 단가 계약을 미리 한 공급사를 통해 1㎏ 6,800원에 받고 있지만, 개별 계약한 충전소는 1㎏ 13,000원에 수소를 받아야하는 상황으로 안다"라며 "환경부에 운송비 보조에 대해서 문의할 계획"이라고 밝혀습니다.
■ 충전 대란 언제까지? 올해 9월이면 해소될 것
업계에서는 8월 한 달이 고비라고 말합니다.
수도권 첫 수소생산기지인 평택수소생산기지가 이달(7월) 27일 준공돼 시범운영 단계입니다. 하루 최대 7톤, 수소차 1,000대를 충전할 수 있는 수소가 생산될 예정입니다. 올해 9월이면 이 수소가 중부권역 곳곳에 안정적으로 공급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때가 되면 수소차 충전 대란도 잠잠해질 것이라는 겁니다.
한국가스공사 수소유통전담센터는 수소 신규출하센터들이 조기에 운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장기적으로 수소 공급이 안정화할 수 있도록 공적 목적의 수소 공급시설을 구축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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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청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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