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벌강화' 반복하는 공매도 대책..실효성 있을까?
-윤석열 대통령- "불법공매도와 공매도를 이용한 시장교란 행위에 대해 투자자들의 우려가 크다." "공매도를 둘러싼 불법 행위를 반드시 뿌리 뽑겠다는 각오로 금융당국과 검찰 등 관계기관이 대책을 수립해 추진해달라." |
28일 오전 전해진 윤 대통령 지시사항이었습니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오전 8시 30분에 대검찰청,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등 관계기관과 합동회의를 열고 공매도 제도 보완 방안을 내놨습니다.
[불법공매도 적발·처벌 강화 및 공매도 관련 제도 보완방안_보도자료]
https://www.fsc.go.kr/no010101/78193?srchCtgry=&curPage=&srchKey=&srchText=&srchBeginDt=&srchEndDt=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 판 뒤, 이보다 주가가 내려가면 주식을 사서 되갚으면서 먼저 판 가격과 나중에 산 가격의 차이로 수익을 챙기는 투자방식입니다. 주가가 내려가면 수익을 얻는 대신, 주가가 오르면 반대로 손실을 봅니다.
■불법공매도 적발·처벌강화 앞세운 공매도 대책 반복
금융위는 구체적 개선방안으로 불법공매도 적발과 처벌을 강화하겠다는 내용을 앞세웠습니다. 공매도 연계 불공정거래 기획조사를 강화하고, 무차입 공매도에 대해 빠르게 조사에 착수하겠다는 겁니다.
불법공매도 조사 전담조직을 설치하고 확대하겠다는 내용도 담겼습니다. 구체적으로 불법공매도 근절을 위해 거래소와 금감원의 전담조직을 확대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처럼 불법공매도 적발과 처벌을 강화하겠다는 방안 어디서 본듯한데, 지난해 4월 금융위 보도 자료였습니다.
당시 금융위는 2020년 3월 전격 시행했던 공매도 금지조치를 해제하고, 5월부터 상대적으로 우량한 350종목에 대해 공매도를 부분 재개키로 했습니다.
[5월 3일부터 공매도를 부분 재개합니다._금융위 지난해 4월 보도자료]
https://www.fsc.go.kr/no010101/75830?srchCtgry=&curPage=&srchKey=sj&srchText=%EA%B3%B5%EB%A7%A4%EB%8F%84&srchBeginDt=&srchEndDt=
그러면서 불법공매도에 대한 과징금 및 형사처벌을 도입하고, 불법공매도 적발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공매도 관련 제도개선을 차질없이 완료했다고 적었습니다.
■불법공매도 적발 대부분 착오 또는 신고 실수…"주가조작 관련 불법공매도 없어"
당시 강화된 불법공매도 감시 역량 덕에 1년 새 불법공매도 적발 건수는 급증했습니다.
금융위는 "최근 공매도 사건 적발 건수가 증가 추세에 있다"며 거래소에서 금감원으로 통보한 공매도 사건 적발 건수가 2020년 12건에서 지난해 56건으로 늘었고, 올해는 80건 이상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 같은 불법공매도가 대부분 실수나 착오로 발생한 불법공매도였다는 겁니다.
거래소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불법공매도 발생 사유 대부분은 주식배당과 유무상증자 일정 착오 같은 단순 실수들"이라며 "이외에 주식상환 요청 관련해 실수가 있었던 것들도 일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주가조작과 관련된, 주가조작을 의도한 불법공매도는 적발되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주가를 떨어트리고자 불법공매도를 한 정황은 아직 포착되지 않았다는 겁니다.
금융당국 관계자도 "주가조작과 연계된 불법공매도는 아직 없었다"며 "업틱룰 등이 있고, 공시도 강화돼 있어 불공정거래 관련 불법공매도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최근 10억 원의 과태료를 부과받은 것으로 드러난 한국투자증권의 공매도 규정 위반 역시 단순 실수로 주가조작 등과는 관련이 없다고 금융당국은 보고 있습니다.
■검찰 "이번엔 합수단 있어 다르다"
28일 대책 발표 브리핑에선 질의 응답 시간에 수사와 처벌을 강조할 정도로 불법공매도가 심각하고 많은 거냐는 기자 질문이 나왔습니다.
이에 이윤수 금융위 자본시장정책관은 "실제로 많이 발생했다기보다 불법공매도를 당국이나 수사기관이 제대로 조사하고 처벌하고 있느냐는 의구심이 있어서 더 많이 모니터링하고 들여다 봐서 점검 결과도 발표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윤병준 대검 반부패강력부 수사지휘지원과장은 "처벌 규정 도입된 게 작년 4월이라 1년 조금 지났는데, 합수단(증권범죄합동수사단)이 폐지됐다 복원된 지 한 달 남짓 되는 상황"이라면서 "합수단 진영이 갖춰졌고, 이 부분 계속 관심을 가져왔기 때문에 이제 전과는 다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지금까진 주가조작과 연계된 불법공매도를 적발해 처벌하지 못했지만, 합수단이 복원된 만큼 달라질 수 있다는 겁니다.
검찰이 과연 주가조작 연계 불법공매도 세력을 포착해 처벌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투자자 "처벌 강화 위주 후행적 방안 아쉬워"…당국과 시각차 여전
한편, 이 같은 금융당국의 대책에 대해 주식투자자들은 아쉬움을 토로했습니다.
불법공매도로 인한 투자자 피해를 강조해온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 대표는 "사후 적발이 아닌 사전 예방에 중점을 둬야 하는데, 오늘 나온 대책은 상당 부분 불법공매도가 터진 다음에 처벌을 강화하고, 사고가 터진 다음에 단속하겠다는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정 대표는 또 "개인의 담보비율을 120%로 낮춰주겠다고 한 것도 오히려 개인 피해가 늘어날 수 있어서 위험한 정책이라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투자자들이 원하는 건 개인 접근성을 확대하는 게 아니라 외국인과 기관의 '허들을 높여서'(공매도 규제를 강화해서) 피해를 줄여달라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대책을 마련한 금융당국과는 시각차를 드러낸 셈입니다.
반면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기관과 외국인이 공매도를 목적으로 주식을 빌린 뒤 90일이 지나면 금융당국에 보고 의무를 마련키로 한 건, 사실상 90일 이상 주식을 빌릴 때 거래소 등의 중점 점검 대상에 포함되는 것과 같아서 대차 관행에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들이 공매도를 위해 주식을 빌리는 대차시장에서 실질적으론 규제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겁니다.
■공매도와 주가 하락 연관성? "유의미한 결과 있다고 보기 어렵다"
브리핑 질의응답에선 "공매도가 주가에 유의미한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는다고 금융당국은 보느냐"는 질문도 나왔습니다.
공매도가 주가 하락을 유발하느냐는 근본적인 질문인 셈입니다.
이와 관련해 이윤수 금융위 자본시장정책관은 "공매도와 주가 하락 간의 관계는 통계적으로 보면 유의미한 결과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저희 판단이라기보다는 자본시장 쪽의 많은 연구계와 학계의 이야기"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거래소도 지난달 금융위 등 유관기관과의 회의에서 증시와 공매도 등의 동향을 보고하며 공매도와 주가 하락 사이에는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없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만 이와 관련해 이윤수 정책관은 "공매도 금지 취지는 시장에 패닉이 왔을 때 일시적으로 심리를 안정시켜 변동성을 완화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길게 보면 주가와 큰 연관 관계가 발견되지 않는데, 단기로 보면 공매도가 주가 하락을 유발하고 이런 측면이 있어 공매도 금지제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정재우 기자 (jjw@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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