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체크]모든 아파트 신축 현장에는 '똥방'이 있다?
화장실 접근 어려운 현실..아파트 건물 외부에 설치 "고층 작업중 내려가려면 한참 기다려야"
300미터 이내 화장실 설치 규정 있지만.."사용제한 인원도 없고, 1층에 몇개 설치하면 끝"
인터넷 알려진 것처럼 "'똥방' 있지는 않아"..기본적인 욕구 해결 어려운 문제 해결 절실
■ 진행 : 조태임 앵커
■ 패널 : 선정수 (뉴스톱 기자)
◆ 선정수 > 오늘의 팩트체크 주제는 '모든 아파트 신축 현장엔 똥방이 있다?' 입니다.
◇ 조태임 > '똥방'이요? 입주한지 얼마 안 된 신축 아파트 천장에서 인분이 발견됐다는 뉴스가 엄청 화제였잖아요. 이 기사와 관련이 있는 건가요?
◆ 선정수 > 네 그렇습니다. 지난주 이 소식이 굉장한 이슈가 됐는데요. 아파트 사시는 분들이 굉장히 분노했죠. 그런데 이 뉴스의 댓글에 더 황당한 이야기가 공개되면서 아파트 거주자들이 패닉에 빠졌습니다. 바로 건설현장 종사자라고 자신을 소개한 네티즌이 "아파트 신축현장에 한 호수를 정해놓고 볼일을 본다. 그 다음에 시멘트로 묻는다. 이른바 '똥방'이라고 한다"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 조태임 > 아파트 사시는 분들이 전체 가구의 거의 절반 이상 되잖아요. 저도 아파트에 살고 있구요. 그런데…내가 사는 아파트 어딘가에 인분이 있다. 똥방이 있다? 이러면 화가날 수밖에 없어요
◆ 선정수 > 그렇습니다. 그래서 '똥방'의 실체에 대해 팩트체크했습니다.
◇ 조태임 > 네, 이 계속 똥방이라고 말해서….청취자 분들 귀에 거슬리실 수 있으실텐데….그래도 팩트체크를 위해…똥방의 이 이야기는 어떻게 나오게 된 건지 설명해주세요
◆ 선정수 > MBC는 지난 19일 신축 아파트 천정에서 인분이 담긴 비닐 봉지가 발견됐다는 뉴스를 방송한 뒤 유튜브 채널에 게시했습니다. 다음날 유튜브 댓글창에 이런 댓글이 올라왔습니다. <현직 건설노가다 합니다. 아파트 1동마다 1호수를 '똥방'이라고 칭하며 모든 인부는 똥방에다가 배설물을 쌉니다.
화장실 따로 있긴 한데 1층까지 내려가서 싸기엔 시간이 오래걸려서 똥방에 다 싸고 시멘트로 묻습니다. 보통 중간층에 위치한 호수를 똥방으로 지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똥방인지 아는 법은 천장에 시커멓게 물든 거 있으면 높은 확률로 똥방입니다. 근데 공사 잘 치면 물든거 없어서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이런 내용입니다.
◇ 조태임 > 너무 충격적이에요. 이제 아파트 새로 들어가게 되면 냄새 측정기라도 해야 하나 이 생각도 들고요.
◆ 선정수 > 이 댓글을 올린 사람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가장 확실하게 검증이 될 것 같은데요. 유감스럽게 직접 연락은 못했습니다. 그런데 아파트 신축 현장에서 오래 일한 경력자들을 취재하고 아파트 신축 공사 흐름 등을 알아봤습니다. 건설현장 경력자들은 아파트 신축현장에서 인분을 맞닥뜨리는 건 늘상있는 일이라고 합니다. 이번 인분 아파트 사태 때문에 이슈가 된 것일 뿐이고 공사현장에선 오래전부터 관행 비슷하게, 또는 체념 비슷하게 계속 있어왔던 일이라고 합니다. 아무데나 볼일 보는 것이요.
◇ 조태임 > 그런데,,,사실 소변이나 대변을 보는건 치욕적인 행동이기도 하잖아요. 그런데도 그렇게 한다는건…그럴만한 사정이 있을거 같기도 하고요. 왜 그러는 걸까요?
◆ 선정수 > 화장실이 없다고 합니다.
◇ 조태임 > 화장실이 없다고요? 그럼 어떻게 해결하죠..
◆ 선정수 > 그냥 아무데서나…
◇ 조태임 > 왜 화장실이 없나요? 화장실은 가장 기본적인거 아닌가요 건축법이나 이런데도 있을거 같은데..
◆ 선정수 > 관련법규인 '건설노동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에는 "사업주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규모 이상의 건설공사가 시행되는 현장에 화장실ㆍ식당ㆍ탈의실 등의 시설을 설치하거나 이용할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라고 정하고 있습니다. 공사예정금액 1억원 이상인 공사현장이 적용 대상인데요. 건설공사가 진행되는 공사현장에서 300미터 이내의 거리에 화장실을 설치하기만 하면 됩니다.
화장실 1개당 몇 명이 사용을 하든지, 관리가 되든지 안 되든지 그런 건 고려대상이 아니죠. 이런 법 조항의 맹점 탓에 아파트 신축현장에는 보통 1층 외부에 간이화장실 몇개 설치하고 마는 정도로 화장실이 설치됩니다.
◇ 조태임 > 근데…현장에서도 감독하시는 분들이 있잖아요. 이런 분들이 통제를 안하시나요?
◆ 선정수 > 일단 골조 공사가 끝나고 마감 공사에 들어가면 동시 다발적으로 다양한 공정이 진행됩니다. 건설사마다 마감 공사를 관리하는 방식에 차이를 보이는데 적게는 10단계에서 많게는 22단계까지 나눠 관리하고 있다. 공정별로 하청업체(또는 협력업체)에 도급을 줍니다. 아파트 현장에 원청 직원들 몇명 나가있지 않습니다. 대부분 하청, 측 협력업체 소속 작업자들이 일을 하는 거죠. 일일이 다 관리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 조태임 > 그래도 공사 끝나면 입주자들이 들어와서 살 곳인데 함부로 볼일 보고 그러면 안 되는 것 아닌가요?
◆선정수 > 잘하는 일은 물론 아니죠. 그런데 요즘 고층아파트 많이 들어서잖아요. 20층 30층 작업장에서 갑자기 속이 부글부글 끓는데, 호이스트라고 작업용 엘리베이터 있긴 한데요. 이게 여러 작업자들이 여러 층에서 함께 쓰기 때문에 잘 안 온다고 해요. 그럼 어떡합니까. 가까운 으슥한데 찾는 거죠. 그런데 아파트 현장 외부에 화장실이 있는 게 아니라 한 5층 정도에 하나씩 큰일 볼 수 있는 임시화장실이 있으면 그리로 가겠죠.
◇ 조태임 > 이와 관련해서는 건설노조가 인권위에 진정을 했다는 기사도 봤어요.
◆ 선정수 > 건설노조는 최근 인권위를 상대로 건설현장의 화장실과 휴게실 등 편의시설을 개선해달라고 진정을 제출했습니다. 건설노조는 기자회견에서 "최근 신축 아파트 현장 인분이 큰 파장을 일으켰다. 그러나 주목해야 할 점은 화장실이 없다 것이다. 건설노동자를 '부끄러움도 모르고, 파렴치한 인간 막장'으로 여기기 전에, 건설현장에서 일하게 되는 누구든 화장실이 없어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게 된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밝혔습니다.
건설노조는 "아파트 1개동마다 1개 휴게실, 1개 탈의실, 1개 샤워실을 요구한다. 또한, 1개층마다 화장실 설치를 촉구한다. 그리고 이런 내용을 건설현장의 특성을 반영해 「건설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에 담는 것이 타당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 조태임 > 아…처음에는 왜 그러지? 이랬는데, 또 얘기를 듣다보니, 일단 기본적으로 갖출 것은 갖추고 나서 지킬 걸 지키라고 해야하기는 할 것 같은데요.
◆ 선정수 > 그렇습니다. 최소한의 인권은 지켜줘야죠. 직종을 불문하고요. 화장실을 만들어주고 거기다 볼일 보라고 해야지, 화장실은 머나먼 20층 30층 아래에 설치해 놓고 나몰라라 하는 건 책임있는 원청의 자세가 아니죠.
◇ 조태임 > 네 뭔가 법제도를 정비해서라도 이 문제는 꼭 해결됐으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아까 이야기했던 '똥방' 있잖아요. 모든 현장에 다 있는 것처럼 들리든데요. '한 호실을 지정해서 거기다 몰아서 볼일을 보고 시멘트로 덮는다' 만약 이게 실제로 있는 관행이라면 상당수 아파트에 인분이 파묻혀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인데요. 이건 사실인가요?
◆ 선정수> 유튜브 댓글로 현직 건설 종사자라는 분이 적은 내용에서부터 비롯됐는데요. 글의 내용이 허술한 부분이 있습니다. 시멘트로 덮는다, 시멘트가 시커멓게 변색한 것을 보고 구별할 수 있다. 뭐 이런 내용은 사실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습니다.
◇ 조태임 > 어떤 부분이요?
◆ 선정수 > 아파트 신축공사는 크게 터파기공사 - 골조공사 - 마감공사로 구분할 수 있는데요. 일단 터파기와 골조 공사까지는 공간이 열려있는 상태라서 '똥방'이라는 게 나올 수가 없습니다. 골조 공사가 끝난 뒤에 그러니까 외벽과 각층의 슬라브라고 부르는 두꺼운 콘크리트 바닥이 만들어진 다음에 마감공사로 넘어가서 각 세대를 꾸미게 됩니다. 이때 조적 공사를 해서 세대의 각방의 벽도 꾸미고 바닥 온돌 공사도 하게 됩니다. 그런데 댓글에선 한방에 몰아 누고 시멘트로 덮는다고 했잖아요. 슬라브 두께가 최소 20cm가 넘습니다. 그리고 그 위에다가 층간소음을 방지하기 위한 완충재를 깔고 경량기포 콘크리트를 덮어서 1차로 바닥을 만듭니다.
보통 이 작업에선 수평을 유지하기 위해 작업 전 바닥면을 치웁니다. 그 다음에 난방용 온수 배관을 바닥에 깔고 그 위에 모르타르시멘트로 덮게 되는데요. 이 바닥 시멘트 두께는 직경 2cm 정도 되는 배관을 겨우 덮는 정도입니다. 그래서 인분을 시멘트로 덮는다는 게 성립되기 어렵죠.
방바닥 미장 작업이 끝나면 그 위에 마루를 깔게 됩니다. 그 뒤 공정에선 볼일을 본다고 해도 시멘트로 덮을 기회는 없는 거죠.
◇ 조태임 > 여러 공정이 맞물려 돌아가고, 중간 중간에 한번씩 치우기 때문에 인분이 시멘트에 파묻힐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이런 이야기군요.
◆ 선정수 > 그렇습니다. 그리고 시멘트가 시커멓게 변색된다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말씀드린대로 우리집 천장 그러니까 윗집 바닥에는 최소 20cm 두께의 콘크리트 슬라브가 존재하는데요. 인분이 섞여 들어갔다고 해도 그 정도 두께의 슬라브가 변색된다는 건 상상하기 어렵구요. 변색된다고 하더라도 그걸 입주자가 발견할 방법이 없습니다. 천장 마감재 때문에 내시경을 넣어서 확인하지 않는 한에는 발견할 수가 없죠.
◇ 조태임 > 그럼 가운데 호실 하나를 정해서 몰아 둔다는 이야기는요?
◆ 선정수 > 그것도 잘 납득이 되지 않는 부분인데요. 여기저기 으슥한 곳이 많은데 왜 굳이 남이 흔적을 남겨놓은데로 갈까요. 그리고 공정이 계속 맞물려 돌아가기 때문에 호실 하나를 건너뛰는 방식으로 작업을 진행할 수 없기 때문에 '똥방'을 지정하고 거기서 해결한다는 이야기는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그리고 관행이라고 볼 수도 없는 게 저희가 접촉한 복수의 건설노동자분들이 다양한 이야기를 전하기 때문입니다.
일부는 '과거의 관행이다, 현재는 없다' 이렇게 이야기하고요, 일부는 아직까지 그런일이 있다 이렇게 말씀하신 분도 있고, 또 다른 분은 아예 말도 안 된다는 분들도 계셨기 때문에 모든 아파트 신축현장에 존재하는 관행이다라고 볼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 조태임 > 그렇다면 다행인데요. 그래도 뭔가 이 찜찜함 어쩔 수 없네요. 그런데 이 사건이 외국인 혐오 정서를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어요.
◇ 선정수 > 네 그렇습니다. 이슈가 됐던 댓글은 엉뚱하게 중국인을 지목합니다. 이렇게 전하는데요. "왜 이런 개념없는 짓을 하느냐? 하실 수 있는데 한국인들이 기피하는 일은 99%가 중국인이 대신 합니다. 중국인은 원래 아무데나 볼일 보기로 유명하죠. 중국인이 짓는 아파트인데 당연히 화장실 개념이 없이 지어집니다"라고 댓글을 달았습니다. 화장실 개념이 없이 지어지는 것은 외국인 노동자 탓이 아니라 원청 탓이라고 봐야하지 않을까요?
◇ 조태임 > 그렇네요. 깨끗한 화장실이 근처에 있으면 거기로 가지 왜 아무데서나 볼일을 보겠습니까. 뭐 해법은 나온 것 같은데요. 우리가 이번 신축아파트 인분 사태에서 얻어야 할 교훈은 뭘까요?
◆ 선정수> 아파트 천장에 인분이 담긴 봉지를 넣고 마감재를 붙인 그 작업자는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봅니다. 그걸 비닐 봉지에 넣고 천장 위에 올릴 정성이 있었으면 밖으로 갖고 나가서 화장실에 넣었겠죠. 다분히 고의적인게 아니었나 이런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이번 이슈 탓에 아파트 건설현장의 기본권 실태에 대해 이야기가 나왔으니까 이걸 바로잡을 기회로 삼아야하지 않을까 합니다. 입에 발린 소리로만 직업엔 귀천이 없다고 하지말고 국회에서 관련 법을 개정해서 건설노동자들도 깨끗한 화장실에서 볼일 볼 수 있도록 해 주자는 거죠. 시설을 만들어놨는데도 현장에 어지럽게 볼일을 본다면 그건 정말 크게 비난 받아도 할말이 없겠죠.
◇ 조태임 > 그런데 사실…이게 설치를 안한게 비용때문 아녔겠어요. 화장실 설치 하면 돈 드니까…이것 때문에 아파트 분양가 올라가는 것 아니냐는 소리가 나올 것도 같은데요.
◆ 선정수>네 그럴 수 있다고 봅니다. 여태껏 지불 안 했던 비용이 추가되는 것이니까요. 그런데 바꿔서 생각해보면 우리는 여태껏 건설노동자의 기본권을 착취하면서 아파트를 짓고 있었다는 게 납듣이 가요 한 칸에 10억짜리 20억짜리 아파트를 짓는데 5층에 한 개씩 깨끗한 간이화장실 임대해서 놔주는 비용 지불 못합니까? 돈이 무서워서요? 이러니까 일부 비뚤어진 작업자들이 부아가 치밀어서 인분 봉지를 천장에 넣고 마감재로 발라버린 게 아닐까요? 지킬 것은 지켜주고 요구할 것을 요구하자. 이런 주장입니다. 원청 입장에선 화장실 설치해주고 감독 철저히 하고, 어기면 엄격하게 페널티 주고요, 하청 입장에선 화장실 설치해달라고 요구하고 아무데서나 볼일 보지 말고요. 요구하고 말고 할 것 없도록 법으로 노동조건을 개선해 주는 거죠. 그게 선진국 아니겠습니까?
◇ 조태임 > 신축 아파트에 입주했는데 악취에 시달린다. 원인을 찾아 천장을 뜯고 봤더니 인분이 담긴 비닐봉지가 나왔더라. 시작은 이랬는데요. 사실 좀 자극적이기도 했구요. 그런데 이 이면에는, 기본적인 욕구 해결조차 할 수 없었던 점, 이 부분부터 고쳐야 하지 않나 싶어요. 이번일을 계기로 국회도 나서서 관련법을 보완하고, 또 건설사 원청 들도 기본은 갖추고, 또 작업자들도 기본은 지켜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듣죠. 팩트체크 전문미디어 뉴스톱 선정수 기자였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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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조태임 기자 jogiza@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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