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비통이 뭐길래..백화점은 왜 명품에 목매나요 [언박싱]
[헤럴드경제=오연주 기자] 최근 백화점업계에서는 루이비통 매장이 서울시내 한 백화점 점포에서 철수한다는 소문이 돌았습니다. 해당 백화점은 아니라고 소문을 진화했지만, 당분간 이 점포에 이목이 쏠릴 수밖에 없을 듯 합니다.
그러나 아무리 요즘 MZ세대를 중심으로 명품이 인기라고 해도, 관심없는 소비자들도 많습니다. 백화점에서 명품 브랜드 매장 하나가 빠지는 게 무슨 대수냐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아니 대체 루이비통이 뭐길래 이렇게 시끄러운 걸까요.
올해 상반기에도 루이비통은 지방 백화점 점포 한 곳에서 매장을 뺀다는 소문이 돌았습니다. 그때도 백화점 측에 확인했지만, 사실무근이라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명품 매장 입·퇴점을 둘러싸고 이런저런 소문이 무성한 것은 무엇보다 매장 총량제와 연관이 있습니다. 브랜드 가치를 위해 우후죽순 매장을 늘리지 않고 매장 수를 제한적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신규점포나 신흥 강자로 떠오른 점포가 있다면 다른 백화점 점포의 매장이 옮겨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한 백화점 내에서 일어나기도 하고, 경쟁백화점으로 넘어가는 일도 허다합니다.
최근 상황으로 보자면 지난해 백화점 3사가 일제히 신규 점포를 오픈했다는 사실과도 무관하지 않습니다. 특히 지난해 2월 오픈한 더현대서울이 승승장구하면서, 3대 명품 유치에도 적극 나설 것으로 관측되는 상황입니다. 루이비통 유치는 거의 기정사실화돼 있는데, 그렇다면 근처 다른 점포의 매장이 옮겨갸는 것 아니냐는 자연스러운 추측이 나오기 마련입니다. 특히 루이비통은 국내 시내면세점에서 철수 결정을 한 터라 백화점 중심으로 매장을 더 늘릴 수 있지 않느냐는 기대도 있지만, 아직 명확한 입장을 밝힌 바 없습니다.
지난해 8월 문을 연 대전신세계 아트 앤 사이언스는 그 지역의 터줏대감 갤러리아 타임월드와 명품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갤러리아 타임월드는 명품 경쟁력이 높은 점포 중 하나인데 ‘지역 1번점’ 전략을 펴는 신세계의 저력도 만만치않은 만큼 루이비통 점포가 옮겨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일단 갤러리아 타임월드에 루이비통이 잔류하고, 대전신세계 아트 앤 사이언스에는 디올이 이달 문을 엽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3대 명품이라고 불리는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 가운데 다른 브랜드보다 루이비통 유치가 가정 많이 회자되는 이유는 에·루·샤가 입점할 때 대개 루이비통이 가장 먼저 들어오고, 그 다음 샤넬, 에르메스 순으로 들어오기 때문입니다. 일단 루이비통이 있어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기 때문에 유치가 필수적입니다.
또 명품 브랜드들은 백화점 신규 오픈과 동시에 들어가는 경우는 세계 최대 규모였던 신세계 센텀시티점과 같은 경우 외에는 드물고, 오픈 이후 성과를 본 뒤에 입점을 결정하기 때문에 백화점 입장에서는 이들 매장 유치가 일종의 자존심 대결이 되기도 합니다.
유력 명품 브랜드 유치는 자존심이기도 하지만, 실질적으로 매출과 직결되는 문제입니다. 명품 경쟁력이 백화점 매출을 얼마나 좌지우지하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는 대구 신세계백화점입니다. 지난해 3월 샤넬 매장이 입점하며 3대 명품을 다 갖추게 된 대구 신세계는 매출 증가율이 타 점포 대비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올해 6월 기준 대구 신세계의 누계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9.2% 성장했습니다.
3고(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상황에서 소비침체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지만, 아직 백화점은 상황이 좋은 편입니다. 콧대높은 명품 브랜드의 잦은 가격 인상에도 불구하고, 오픈런은 이어졌고 이는 해외여행이 제한된 상황에서 고스란히 백화점 매출 호황으로 돌아왔습니다.
지난해 백화점 호실적을 이끌었던 명품 파워는 올해도 여전해 보입니다. 명품 판매 실적이 증가하면서 연간 매출 1조원을 돌파하는 백화점은 지난해 6곳이 늘어 총 11곳을 기록했는데, 모두 명품 덕을 톡톡히 봤습니다. 그리고 상위 백화점으로의 쏠림 현상도 가속화돼, 명품 유치 전쟁에서 밀리면 하락세를 면하기 어려운 상황도 더욱 심화되는 중이지요.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상반기 및 6월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에 따르면 오프라인 유통업체의 매출은 8.4% 늘었고, 백화점 매출 증가율이 18.4%로 가장 컸습니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기저효과가 작용한데다 거리두기 완화로 방문객이 늘어난 덕분으로, 기업형 슈퍼마켓(SSM)과 대형마트는 1.9%, 1.5% 각각 줄어든 것과 대비됩니다.
상품군을 자세히 살펴보면 역시 유명 브랜드(26.9%)의 매출이 가장 크게 늘었고, 외부활동이 늘어나면서 아동·스포츠(26.3%), 여성 의류(정장 17.1%·캐주얼 16.1%), 남성 의류(19.8%) 등 상품군의 매출이 크게 늘었습니다. 명품은 지난해에도 매출이 크게 상승해 기저효과가 높고, 올해 해외여행 재개와 함께 수요가 분산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으나 여전히 잘 팔립니다.
최근 물가 상승세가 꺾일 줄 모르면서 ‘짠테크’라는 말을 자주 접하게 되는 요즘입니다. 그러나 아직 백화점에서의 명품 소비심리는 상대적으로 탄탄한 모습입니다. 루이비통 점포가 어디로 옮겨가게 될지는 이들 소비자, 그리고 백화점에는 여전히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인 듯 합니다.
o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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