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싸이월드 털어 '국제마피아파' 잡은 수사관, SNS와 사랑에 빠졌다
[편집자주] [편집자주] 한 번 걸리면 끝까지 간다. 한국에서 한 해 검거되는 범죄 사건은 134만건(2019년 기준). 사라진 범죄자를 잡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이 시대의 진정한 경찰 베테랑을 만났다.
"당신을 전기통신사업법위반 등 혐의로 체포합니다."
지난 21일 서울 강남구 모처.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 소속 수사관들이 불법 통신중계기 중간관리책인 A씨(40)의 집에 들이닥쳤다. 불법 통신중계기를 거치면 해외콜센터에서 발신하는 '070' 인터넷 전화 번호도 수신자 휴대폰에는 '010'으로 시작하는 번호로 뜬다. 경기남부청은 앞서 지난 11일에는 불법 중계기를 운영한 혐의로 서울 금천구에서 40대 남성 B씨를 검거했다. B씨 수사 과정에서 입수한 단서로 윗선인 A씨의 연루를 밝혀낸 것이다.
달라지는 범죄 양태에 맞게 수사기법을 발전시키는 일도 경찰의 중요한 과제다. 김 경정 역시 2007년 경기지역 최대 폭력 조직인 '국제마피아파' 조직원의 싸이월드를 뒤져가며 피의자 사진을 확보하고 조직원 간 관계 등을 면밀히 수사해 조직원 61명을 검거하는 쾌거를 올리기도 했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활용한 수사기법이 알려지지 않았던 시절이었다.
김 경정이 이끄는 수사팀은 SNS상에서 피의자를 추적해 성 착취물을 제작하고 배포한 한국인 박모군(16)을 베트남에서 송환해 오기도 했다. 박군은 페이스북에서 미성년자 A양에게 접근해 몸을 찍은 동영상과 사진을 요구했다. A양과 말다툼을 벌인 박군은 A양이 전송한 사진을 A양의 지인들에게 전송했다. A양이 자신을 '무시한다'는 이유에서다. 신고를 받은 김 경정의 수사팀은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메타(페이스북 운영사) 본사에 협조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과거 싸이월드를 뒤지며 피의자를 특정하던 시절과 달리 현재 경찰은 주요 SNS 서비스 사업자와 협력해 한국법원에서 영장을 발부 받은 경우에 한해 관련 정보를 제공받고 있다. 페이스북이 제공한 박군의 접속지역과 정보를 기반으로 경찰은 베트남 공안과 협력해 그를 검거할 수 있었다. 해외에 본사를 둔 SNS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피의자가 해외에 거주해도 경찰의 수사망을 피해 갈 수는 없다.
아직 수사에 한계가 있는 범죄 유형도 있다. 주로 아프리카 등 해외 범죄조직들이 SNS에서 해외파병 미군 등을 사칭해 이성에게 접근해 호감을 얻은 후 연인 행세를 하며 수술비·해외송금 수수료 등 명목으로 금전을 편취하는 '로맨스스캠'이 그렇다. 해외에 있는 주범을 특정하기 어렵고 국내에서 편취한 돈을 해외로 보내는 방식도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았다.
2013년 경기 성남 중원경찰서 경제범죄수사팀장으로 일하면서 수사매뉴얼을 만들어 경찰 내부망에 배포한 게 시초였다. 법무사 자격증을 취득하면서 얻은 민법 지식과 경제수사를 하면서 쌓은 노하우를 매뉴얼에 담았다. 여기에 경찰이 검찰·법원·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함께 사용하는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킥스) 사용법도 담고 있어 초임 경찰관들의 호평을 받았다.
경찰관들을 대상으로 한 특수서적임에도 현재까지 2000여부가 팔렸다. 지난해 3월부터는 경제범죄를 수사하는 신임수사관들이 모여있는 단체 카카오톡 방에 들어가 후배들에게 조언해주고 있다.
김 경정의 꿈은 경찰의 수사력을 상향 평준화하는 것이다. 그는 "스타벅스의 힘은 어느 곳에 가더라도 균질한 맛이 난다는 것이고 품질관리 노력이 그만큼 대단하다는 것을 인정받는 것에서부터 나온다고 생각한다"며 "경찰수사도 국민이 어느 경찰서에 가서 피해를 호소하더라도 어디든 높은 수준의 균질한 수사서비스를 제공받는다는 믿음이 굳어질 수 있도록 많은 경찰관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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