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남수의 視線] 윤석열 정부에 대한 합리적 상상

천남수 2022. 7. 30.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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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탄핵에 중국공산당 개입 주장한 유튜버가 대통령실에?”
▲ 윤석열 대통령이 28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조코 위도도(조코위) 인도네시아 대통령 방한 공식 만찬에서 건배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건희 여사, 조코위 대통령, 윤 대통령, 조코위 대통령 배우자 이리아나 여사.[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이유가 있었나? 출범한 지 100일이 채 되지 않은 허니문 기간임에도 윤석열 정부에 대한 여론은 좋지 않다. 최근의 여론조사를 종합하면 집권 초기라고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매우 낮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그간 우호적 입장을 보였던 보수 언론들조차 윤석열 정부의 문제점을 지적할 정도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은 꿈쩍하지 않는다. 국민만 보고 가겠다는 입장에 변화가 없어 보인다. 보통 어떤 정부든 집권 초기에는 폭넓은 국민적 지지를 받으려고 노력한다. 이 기간에는 국민들의 기대도 높아지는 시기다. 국민의 가려운 곳을 선제적으로 해결하겠다고 나선다. 더불어 신선한 개혁정책을 제시함으로써 국민의 지지를 모으려고 한다. 특히 여소야대의 정치 지형에서는 국민의 전폭적인 지지가 절실하다. 그런데 지금까지 윤석열 정부는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 물론 자신들은 국민의 지지를 받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지 모르지만, 국민들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국민 여론을 의식하지 않고 독야청청 자신의 의지를 믿고 과감하게(?) 일방 독주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상기하는 의미에서 그런 징후들을 정리한다. 먼저 보수언론까지 지적하고 있는 윤석열 정부 인사에 대한 문제다. 거대 야당의 집중적인 견제도 한몫했지만, 일방적으로 인사를 강행했다는 점에서는 문제가 없지 않았다. 능력 위주의 발탁이라고 강조했지만 일부 공직자들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또한 몇몇 공직 후보자를 국회 인사청문 절차도 없이 국회 공전을 이유로 임명을 강행한 것은 문재인 정부의 그것을 능가하는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 28일 오전 전북 익산시청 기자실에서 익산 퇴직 경찰관들이 경찰국 신설에 반대 의사를 밝히며 삭발식을 하고 있다.

다음은 검찰의 수사권 박탈에서 비롯된 경찰국 설치 강행을 꼽을 수 있다. 수사권 독립으로 막강한 힘을 갖게 된 경찰에 대한 견제의 필요성은 분명히 있다. 하지만 이것을 해결해 가는 과정은 그야말로 프레임 씌우기를 통한 일방독주에 불과하다. 경찰의 집단적 반발을 두고 ‘쿠데타’라고 규정한 것은 현 정부의 경찰에 대한 인식의 일단을 보여준 상징적 사건이다. 나아가 경찰대 개혁을 명분으로 경찰국 신설에 반대한 경찰조직을 갈라치기를 시도한 것이라는 지적에서도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 4년제 경찰대를 졸업해 7급 경위에 임용되는 것이 문제라면, 수십 년 이 제도를 시행해 온 것은 무엇이 되는가. 또한 이 논리대로라면 육·해·공군 사관학교의 존재 이유도 다시 점검해야 하는 것 아닌가. 경찰국 신설은 의견이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추진 동기나 과정이 일방적 강요와 갈라치기로 일관한 듯 보이는 것이 문제다. 절차도 공정하다고 할 수 없다. 현 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법치, 법리에 맞는지도 의심받고 있다.

무엇보다 최근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와 윤석열 대통령이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얘기를 빼놓을 수 없다. 이 문자에 의하면, 이준석 대표에 대해 윤 대통령 스스로 ‘내부 총질하는 대표’라고 할 정도로 대통령이 여권 내 갈등의 중심이 된 상황이 문제라는 것이다. 집권 초기 정부와 여당은 개혁 드라이브로 정국을 주도해야 하는 시기에 자중지란이라니. 대선과정에서부터 시작된 갈등이라고 할지라도 이것을 조화롭게 풀어내는 것이 정치력 아닌가. 의도가 없었지만, 결과적으로 대통령의 내심이 이번 문자 파동으로 확인되어 버렸다. 특히 내부총질이라는 말이 주는 뉘앙스는 매우 적대적이다. 그래서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라는 여권의 대표가 대통령과 나눈 문자 대화치고는 참으로 민망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어쨌든 이에 대한 이준석 대표는 겉과 속이 다른 ‘양두구육’이라며 격렬하게 반응했다. 친윤계의 한 사람인 도 출신 이철규 의원은 혹세무민(惑世誣民·세상 사람들을 속여 정신을 홀리고 세상을 어지럽힘)과 앙천대소(仰天大笑·하늘을 쳐다보며 크게 웃음)라고 대응하면서 여당 갈등은 갈수록 점입가경이다.

그리고 점점 강경해지는 대북 관계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남한 정권에 대한 공식입장을 내놨다. 김 국무위원장은 그들이 주장하는 27일 전승절(정전협정일) 연설에서 “남한 정권과 군부가 군사적으로 북한과 맞서볼 궁리를 하고 선제적으로 북한 군사력의 일부분을 무력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즉시 강력한 힘에 의해 응징될 거고, 윤석열 정권과 군대는 전멸될 것”이라고 위협하고 나섰다. 한반도 긴장완화은 고사하고 점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집권 초기 유연한 대북 협상력을 통해 한반도 평화를 관리하기보다는 이전보다 강경한 대응으로 남북 모두 대립이 격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는 한반도 평화를 바라는 국민의 입장에서는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 26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 398회 임시회 6차 본회의 대정부 질문 도중 국민의힘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문자대화를 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앞서 언급한 징후들을 종합하면, 윤석열 정부의 최근 행태를 짐작할 수 있는 단서가 있다. 바로 최근 불거진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직무대행이 대통령과 주고받은 문자 내용이다. 그 중 내부총질보다 ‘강기훈 함께 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1980년생인 강기훈 씨는 자유의새벽당 공동대표를 지냈던 사람이다. 그가 창당한 자유의새벽당은 극우적 주장을 서슴지 않은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유튜브를 통해 지난 2020년 4·15 국회의원 선거가 부정선거라고 주장하는가 하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과정에 중국공산당이 개입했다는 황당한 주장을 하기도 했다. 강 씨는 현재 정식 발령은 나지 않았지만, 청와대 기획비서관 행정관으로 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야당은 강 씨의 과거 행적을 두고 “대한민국 대통령실이 극우 유튜버의 일자리가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행정관 한 사람이 대통령실을 좌우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방어에 나섰지만,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지난 5월 25일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실 청사 앞 잔디마당에서 열린 2022 대한민국 중소기업인대회에서 격려사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자료사진]

윤석열 정부의 강경한 입장이 어디에서 기인했는지 단서를 찾았으면, 상상의 범주지만 ‘합리적 상상’을 해보는 것이 순서다. 바로 현재 대통령실 관계자의 면면을 통해 윤석열 정부의 정책 기조를 짐작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고백하건대, 대통령실 핵심에서 일하는 사람의 성향을 평가한다는 것은 무리라도 생각한다. 하지만 그들로 인해 생산되는 최근의 정책 기조를 통해 유추해 볼 수는 있다. 만약 극우 성향의 인물들이 대통령실 행정관 등 낮은 직급이지만 실무자로 포진해 있다면, 수석이나 비서관 등은 제한된 정보를 받을 수도 있다는 상상이다. 상식적으로 집권 초기 정책운영의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것도 이에 기인할 수도 있다는 합리적 추정이다.

그러므로 집권 초기 많은 국민에게 감동을 주는 행보와 함께 민생중심의 개혁기조를 보임으로써 폭넓은 국민적 지지을 확보하는 전략을 접어둔 채, 일단 전 정부에 대한 대립각을 강화하는 것 역시 윤석열 대통령실의 구성과 무관치 않을 것이라는 합리적 상상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국민들은 문자에 나타난 ‘강기훈’을 계기로 윤석열 대통령실 구성원의 성향에 대해 주목하기 시작했다. 혹시 구성원의 성향에 의해 정국 혼란을 부추기는 상황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기 시작한 것이다. 비록 상상의 범주이지만, 오죽했으면 ‘합리적 상상’이라는 말을 할 정도가 됐을까.

강원사회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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