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뷰] "차별은 관념이 아니라 생존과 직결".. 차별금지법제정 논의

강주영 2022. 7. 30.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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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인권센터·춘천인권라운드테이블 공동 토론회
▲ 강원도인권센터와 도내 인권 단체 연합 ‘춘천 인권 라운드테이블’(강원노동인권교육연구회 씨앗·강원도장애인권익옹호기관·강원이주여성상담소·춘천YMCA·3P아동인권연구소·춘천여성민우회·춘천시민연대)은 지난 27일 춘천 올훼의 땅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을 논의하기 위한 공론장을 마련했다.

“어떤 사회든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이 존재한다. 한국인이 어떤 나라에서 범죄를 저질렀다고 해서 그 한 사람의 범죄자가 모든 한국인의 일반적인 이미지라고 할 수 있는가. 차별금지법은 그래서 필요하다.”

대구에 사는 무슬림이자 경북대 조교인 무아즈 라자크씨는 다큐멘터리 ‘평등길1110’에서 이렇게 말한다.

강원도인권센터와 지역 인권단체연합 ‘춘천 인권 라운드테이블’(강원노동인권교육연구회 씨앗·강원도장애인권익옹호기관·강원이주여성상담소·춘천YMCA·3P아동인권연구소·춘천여성민우회·춘천시민연대)은 지난 27일 춘천 올훼의땅에서 차별금지법 제정 논의를 위한 공론장을 마련, 다큐 ‘평등길 1110’을 상영하고 토론을 가졌다.

이 다큐멘터리에는 산재 사망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 씨를 비롯해,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 아이잔 이주노동자, 이다솔 페미니스트, 박명애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 성소수자 부모, 김명임 세월호참사 유가족, 김현석 정의당 충북도당 성소수자위원회 위원장, 에디 트렌스젠더 청소년소수자위기지원센터장 등이 등장한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가 30일간 전국을 순회하며 법 제정을 염원하는 시민들을 만난 기록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이날 자리에는 삼척 출신으로 국내 최초로 성전환을 커밍아웃한 후 다양한 인권활동을 하고 있는 박한희 변호사(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가 참석, 차별금지법이 필요한 이유 등을 공유했다. 장예정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집행위원장과 인권단체 활동가, 지역 정치인들도 시민들과 함께 참석했다. 이날 모인 참석자들은 각자 겪은 차별의 경험을 공유하고 법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특히 법이 차별을 ‘금지’하고자 하는 기준들인 성별, 장애, 나이, 언어, 출신국가, 출신민족, 인종, 국적, 피부색, 출신지역, 외모, 혼인여부, 임신 또는 출산, 가족형태, 종교,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전과, 성적지향, 성별정체성, 학력, 고용형태, 병력 또는 건강상태, 사회적 신분 등의 문구가 적힌 종이를 나눠갖고 이들 기준에 따라 차별 받은 적이 있는지 스스로 되물었다.

▲ 강원도인권센터와 도내 인권 단체 연합 ‘춘천 인권 라운드테이블’(강원노동인권교육연구회 씨앗·강원도장애인권익옹호기관·강원이주여성상담소·춘천YMCA·3P아동인권연구소·춘천여성민우회·춘천시민연대)은 지난 27일 춘천 올훼의 땅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을 논의하기 위한 공론장을 마련했다.

박한희 변호사는 출신 지역에 따라 겪은 차별 경험도 언급했다. 박 변호사는 “삼척에서 학창시절을 보냈는데 서울과 지역을 오가면 강원도민이라는 ‘출신 차별’을 느낀다”며 “작년에 실시된 혐오표현 인식조사에서도 출신지역이 혐오 표현 3위였다. 차별금지법 논란은 성소수자 관련 이슈가 가장 크지만 실은 모두에게 필요한 법”이라고 했다.

이어 “현 장애인차별금지법은 권고 사항일뿐 강제성이 없고 남녀평등고용법 역시 ‘고용’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직장 내 권력형 성폭력을 당해도 법적 대응을 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이처럼 복합적으로 발생하는 차별을 포괄하기 위한 기본법을 만들자는 게 차별금지법 제정의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법으로 다룰 수 있는 구체적인 규제의 범위와 가능 여부에 대한 토론도 열띠게 진행됐다. 이종진 법무사는 “차별은 사실 관념적 문구라 직접적인 행위로 표출되지 않는다”며 “제정 운동의 취지는 공감하지만 실제 법으로 규정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생긴다”고 반문했다. 반면 춘천시민 A(29)씨는 “최근 지역에서 ‘묻지마’ 형태로 살해된 식당 업주, 10대 청소년 살해 사건 등이 있었는데 모두 여성이 피해자였다”며 “여성에 대한 혐오나 차별은 범죄나 생존문제로도 직결되는 ‘눈에 보이는 것’”이라고 했다.

▲ 강원도인권센터와 도내 인권 단체 연합 ‘춘천 인권 라운드테이블’(강원노동인권교육연구회 씨앗·강원도장애인권익옹호기관·강원이주여성상담소·춘천YMCA·3P아동인권연구소·춘천여성민우회·춘천시민연대)은 지난 27일 춘천 올훼의 땅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을 논의하기 위한 공론장을 마련했다.

차별금지법 제정이 불러올 변화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다. 춘천시민 B씨는 “여성과 남성으로 이분화된 성별을 넘어 다양한 형태가 인정될지도 궁금한 부분”이라고 밝혔다. 홍주리 정의당 강원도당 여성위원장은 “작년 춘천 소양강에서 퀴어축제를 했다. 일부 교회의 반대시위도 있었는데 법이 제정된다면 서울처럼 도지사와 시장도 참석하는 축제를 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도 있다”고 밝혔다.

장예정 위원장은 “‘그런 말 하면 잡혀가’라고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이 동의를 얻는 이유는 일상 속의 흔한 혐오 표현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차별금지법에) 형사처벌 조항은 없어 법이 생겨도 잡혀갈 일은 없겠지만 제도의 문턱을 넘는 구체적인 정책 마련의 초석이 될 것”이라고 했다. 강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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