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닐에 담긴 뜨거운 국물 먹어도 될까 안될까?[플라스틱 넷제로]
프탈레이트 성분, 국내에선 규제 대상
수입제품 검출 우려..EU조사에서 18%에서 검출
무역과 해양유출이 문제..국제조약의 필요성
‘플라스틱 넷제로(net-zero)’는 우리가 사용한 플라스틱을 모두 회수하고 처분해 자연환경으로 무단 유출되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제로(0)’로 만들자는 목표다. 플라스틱은 1950년대 상아의 대체제로 코끼리 보호를 위해 개발된 물질이지만, 이제는 자연과 인간의 건강을 훼손하는 물질로 떠오르고 있다. 전세계 공급체인과 플라스틱 국제무역을 고려할 때 플라스틱 문제 해결은 기후위기 해법만큼 광범한 다자간 국제협정을 통해 해결해야한다는 국제합의가 올 초 이뤄졌다. 오는 2024년 ‘플라스틱 국제협약’ 제정까지 앞으로 2년, 우리사회가 플라스틱 넷제로를 위해 정책·기술·시장·국제공조 등의 관점에서 어떻게 헤쳐나갈지 조명해본다.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비닐에 담긴 뜨거운 국물 먹었더니’를 기사 검색창에 치면 비교적 최근인 지난 5월에 쓰여진 두 개 기사를 찾을 수 있다.
기사의 취지는 서로 다르다. 먼저 쓰인 기사는 중국 광시의대 연구팀이 발표한 논문을 인용했다. 비닐과 플라스틱에 담긴 뜨거운 음식을 먹으면 소변에서 ‘프탈레이트’ 성분이 검출된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다른 기사는 우리나라의 경우 해당 성분을 식품포장재 사용 규제품으로 적용하고 있어 안심해도 된다는 팩트체크류 기사다. 과연 팩트체크 기사대로 우리나라에선 안심해도 될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글로벌 플라스틱 전망(Global Plastics Outlook)’ 보고서는 “아니오”라고 말하고 있다. 약 200페이지에 달하는 보고서는 플라스틱의 광범위한 국제무역 현황과 국가별 규제차이(갭)를 분석한 뒤 ‘플라스틱 국제조약(International treaty)’으로 귀결한다. 즉 국제 무역에서 플라스틱은 앞으로 교역과 경제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다는 말이다.
우선 프탈레이트 성분이 무엇인지부터 알아보자. 프탈레이트(phthalate)는 플라스틱을 부드럽게 하기 위해 사용하는 화학 첨가제다. 특히 투명 랩으로 널리 쓰이는 폴리염화비닐(PVC)을 부드럽게 하기 위해 사용하는 화학성분으로 사용돼 왔다. 다이에틸헥실프탈레이트(DEHP)가 대표적인 예다. 화장품·장난감·세제 등 각종 PVC 제품이나 가정용 바닥재 등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쓰인다. 내분비계 교란물질, 이른바 ‘환경호르몬’ 물질로 선진국에선 식품, 환경, 의료 등의 분야에서 DEHP 규제 기준을 마련해 놓고 있다.
환경에 잔류하며 플라스틱을 태울 때 공기 중으로 다량 방출돼 생활쓰레기 매립지 침출수나 폐수가 유입되는 강에서 많이 검출된다. 어린이의 경우 장난감을 입으로 빠는 행동 등을 통해 노출된다. 물을 자주 마시거나 체내에 축적된 환경호르몬을 땀으로 배출시키는 운동이 도움이 된다고 한다.
우리나라 역시 프탈레이트를 유독물질로 지정하고, DEPH 등 6종에 대한 사용을 제한하고 있다. 기준을 충족한 제품에는 KC마크를 표시하고 있으니 구매 전 반드시 체크하는 것이 좋다.
사용규제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은 구매시 꼼꼼하게 또 체크해야 한다. 그 이유는 국가마다 다른 규제 수준 때문이다.
대부분의 非OECD 국가는 DEPH 사용에 제한이 없으며, 여전히 널리 사용된다. 플라스틱 제품의 광범한 ‘무역(trade)’과 해양 유출로 인해 환경 위험은 전 세계가 상대적으로 평등하게(?) 나눠 부담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DEHP의 전 세계 소비량은 300만t으로 추산되며, 가장 많이 사용된 플라스틱 물질이었다. 판매량은 여전히 증가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올해 2월 발간된 것이다. 조사 시점은 오래됐으나 이 같은 문제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봐야한다)
보고서는 “나라마다 다른 규제는 전 세계적인 수준에서 볼 때 건강 위험을 지속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2017년 유럽 화학청(ECHA)이 수입 물품 5000개를 분석한 결과, 18%가 비준수 화학 물질을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빈번한 위반은 어린이 장난감에서의 고농도의 프탈레이트와 관련이 있었다”는 보고서의 경고는 다소 섬뜩하게 다가온다.
구속력 있는 ‘국제조약’ 거스를 수 없는 흐름
“단편적이고 불완전한 정책 환경을 개선하려면 구속력 있는 ‘국제조약’이 필요하다.”
보고서의 마지막 7장은 ‘순환을 강화하는 플라스틱 벨류체인을 위한 국제협력’ 방안을 논의한다. 이게 바로 핵심 결론이다.
국제조약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되고 있다. 보고서가 나온 직후 지난 2월 유엔환경총회에 참석한 175개 회원국은 오는 2024년 플라스틱을 전면으로 다룬 최초의 법적 구속력 있는 국제협약 도입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파리기후변화협약에 이어 환경분야에서 가장 거대한 다자간 국제조약이 될 것이란 평가다.
관건은 방향성이다. 앞으로 이에 합의한 국가와 조직은 △과도한 플라스틱 사용 제한 △순환성 설계 및 재사용 촉진 △재활용 강화 △누출 최소화 및 청소 등 다방면의 조치 모두에 국제협력이 강화될 것으로 보고서는 전망했다.
특히 저개발국가에 대한 원조의 강화가 필수이며, 이는 파리협약처럼 수십조원의 기금을 선진국에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기초 폐기물 관리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저소득 및 중산층 국가에서 연간 250억유로(한화 33조2000억원)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했다.
현재 공적개발원조(ODA)는 개발도상국의 플라스틱 유출을 해결하기 위한 재정 지원이 증가하고 있지만, 이는 필요한 것의 일부에 불과하다고 강조한다.
김경은 (ocami8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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