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Q&A]매각 유혹 뿌리치고 남은 전국 유일 '마을공동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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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중산간 마을을 돌다보면 어디가 시작이고, 끝인지 한눈에 담을 수 없을 만큼 광활한 초지에 말이나 소가 자유로이 풀을 뜯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전국 초지의 48%를 차지하고 있는 제주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마을공동목장'을 유지하고 있다.
제주도는 2019년 마을공동목장 소멸을 막기 위해 마을목장을 국가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하려는 계획을 세웠지만 3년이 넘은 현재까지 논의가 진전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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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국가중요농업유산 지정 계획 흐지부지
(제주=뉴스1) 오현지 기자 = 제주 중산간 마을을 돌다보면 어디가 시작이고, 끝인지 한눈에 담을 수 없을 만큼 광활한 초지에 말이나 소가 자유로이 풀을 뜯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전국 초지의 48%를 차지하고 있는 제주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마을공동목장'을 유지하고 있다. 목장의 평균 면적만 112㏊(34만평)에 달한다.
해발 200~600m 중산간 지대에 주로 분포한 공동목장은 고려시대부터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는 제주 목축문화의 상징이다. 마을 조합원들이 함께 관리하고 운영하는 지역 공동체의 자산이자, 제주의 자연환경을 그대로 품고 있는 자원이기도 하다.
그러나 1943년 123개소, 2만4432㏊에 달했던 마을공동목장은 지난해 기준 총 51개소, 5062㏊로 절반 이상 줄었다. 면적으로만 따지면 2만㏊에 달하는 토지가 폐쇄됐거나 팔려나간 셈이다.
마을공동목장이 감소하는 이유는 시대에 따라 변해왔다. 4·3사건 이후인 1950년대에는 중산간 마을이 황폐화되며 목장조합이 와해된 경우가 많았다.
1990년대 이후에는 골프장과 리조트, 테마공원 건설 등 중산간 지대를 중심으로 한 대규모 관광개발로 마을공동목장이 급격히 팔려나갔다.
실제 서귀포시 표선면의 세화·토산목장은 291ha에 달하는 넓은 부지를 소유하고 있었으나 2015년 ㈜부영에 대부분의 토지를 매각했고, 제주시 용강목장도 2017년 86ha의 부지를 중국 JS그룹에 매각했다.
목축업이 쇠퇴하고 있지만, 각종 법령·조례에 묶여 소규모 개발행위조차 쉽지 않아 목장 활용법을 찾을 수 없다는 점 역시 목장 폐쇄를 가속화하고 있다.
목장조합들은 2020년부터 지방세특례제한법상 감면 대상에서 마을회가 제외되면서 공동목장을 소유한 마을회에 각종 세금이 부과되는 점도 목장 보존을 위협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세금을 충당하기 위해 목장 일부를 계속 매각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제주도는 2019년 마을공동목장 소멸을 막기 위해 마을목장을 국가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하려는 계획을 세웠지만 3년이 넘은 현재까지 논의가 진전되지 않고 있다.
공동목장을 보존해 '명품 마을'로 발돋움한 곳도 있다. 한라산 고산지대와 해안지대를 연결하는 중산간 지대에 자리한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 마을이다.
가시리 마을의 공동목장은 조선시대 임금에게 진상하는 말을 따로 키우던 '갑마장'이 있던 곳이다. 공동목장 규모만 225만평으로 도내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가시리는 이 갑마장 터에 조랑말체험공원을 만들고, 2012년엔 총 20㎞ 구간의 '갑마장길'을 열기도 했다.
이보다 유명한 건 유채꽃과 어우러지는 풍력발전단지다. 가시리 마을은 '유채꽃과 그린에너지가 어우러지는 생명의 마을'이라는 비전으로 2012년 처음으로 풍력발전단지를 조성했고, 이와 함께 태양광발전단지도 유치했다.
연간 약 10억원대의 토지임대료 수익은 전기요금 보조금, 케이블방송 시청료, 장학금, 노령 연금 등의 형태로 마을 주민에게 돌아간다.
oho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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