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우의 작가만세]박상영 "동성애 혐오에 실망 '믿음에 대하여' 쓰게 됐죠"

신재우 2022. 7. 3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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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대도시의 사랑법', 부커상 1차 후보 선정 주목
30대 이야기 다룬 사랑 3부작 마지막 시리즈 출간
젊은작가상 대상 수상...7년 다니던 회사 사표 전업작가로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연작소설 완결편 '믿음에 대하여' 출간한 박상영 작가가 지난 26일 서울 용산구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2022.07.30.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신재우 기자 = "저도 요즘 사는 여느 30대와 다르지 않아요."

'대도시의 사랑법'으로 올해 부커상 1차 후보에 올랐던 박상영(34) 소설가다.

최근 연작소설 '믿음에 대하여'를 출간, 사랑 3부작을 마무리했다. 여느 소설가들과 달리 그는 방송 출연도 하며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다. 부동산에 관심이 많고 차도 사고 싶고 사회에 대해 궁금한 게 많은 '요즘 애들'이라고 스스로를 표현했다.

최근 블러썸크리에이티브와 전속계약을 맺은 그는 작품들의 영상화까지 진행되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전 원래 준비된 사람이었어요."

근래에 알아보는 이들이 늘어 카페에서 속 시원하게 말하지 못하고 퇴근길 지하철에서 팬을 눈앞에서 만나는 등 난처한 상황도 있지만 이런 시선이 즐겁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연작소설 완결편 '믿음에 대하여' 출간한 박상영 작가가 지난 26일 서울 용산구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2022.07.30. pak7130@newsis.com


▲박상영 시즌2 시작…"사회적인 맥락에서 조금 더 유의미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어요"

박상영의 사랑 3부작 중 첫 번째 작품인 '대도시의 사랑법'은 영국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부커상 1차 후보에 올랐지만 최종후보에는 오르지 못했다. 사랑에 몸을 던지는 20대의 뜨거운 나날을 그렸다.

"오히려 이 정도가 딱 좋다고 생각했어요."

그 이상의 결과가 나왔다면?

"'믿음에 대하여'를 집필하는데도 큰 부담이 됐을 것이고 향후 작가 생활을 하는데도 무거운 마음이 들 것만 같았다."

이번에 출간한 '믿음에 대하여'는 그가 30대가 된 이후 본격적으로 다룬 30대를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다. 직장 생활과 사회를 살아가는 이들을 그리려다 보니 30대 인물들에 초점을 맞췄다.

"이제 저에게 쌓여있던 감정 해소는 다 됐어요. 너무 됐죠."

'믿음에 대하여'는 자신의 시즌2가 시작되는 기점이라고 했다. 전작까지 사랑과 고립이라는 감정을 다루며 감정을 해소하는데 집중했던 그는 이제는 사회적인 맥락에서 조금 더 유의미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은 마음이다.

시선을 사회로 돌리자 이야기는 더 넓어졌다.

수록작 '요즘 애들'을 통해 '김남준'의 회사 생활을 다루는 데에서 시작해 우리 사회를 살아가는 퀴어의 이야기로 넘어가 마지막 작품인 '믿음에 대하여'에서는 코로나19를 겪은 우리 사회를 살펴보는데 이른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연작소설 완결편 '믿음에 대하여' 출간한 박상영 작가가 지난 26일 서울 용산구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2022.07.30. pak7130@newsis.com


▲"젊은작가상 대상 수상 후 전업 작가 결심했다"

박상영이 전업 작가가 된 기점은 2019년 젊은작가상 대상을 받으면서다. 7년간 회사 생활을 했는데, 작가의 수입만으로 살 수 있다는 판단이 든 그때 직장을 박차고 나왔다. 주변에 글을 쓰는 작가들에게도 그는 어느 정도의 수익이 생길 때 전업작가로 돌아서라고 권한다.

30대 전업 작가. 이전과 무엇이 다를까?

"돈이 좀 생겼죠."(웃음)

엄청난 부가 생긴 건 아니지만 험난했던 20대보다는 경제적으로 여유로워졌다. 20대에는 대학원을 다니며 회사생활을 했기 때문에 열심히 일해도 돈이 모이지 않던 시절이었다.

책에는 그의 지난 회사 생활이 진하게 묻어있다. 잡지사에서 일한 그의 경력을 바탕으로 사회 초년생이 사회에 적응하는 모습을 담았다. "사회에서 대상화하는 20대의 모습이 아닌 하나의 이야기 속에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진짜 '요즘 애들'의 이야기를 담으려고 노력했다"고 했다.

대뜸 "요즘도 그런가요"하고 물었다. 그의 이번 작품은 기자들 사이에서 '본격 기자 PTSD 소설'로 불리는 걸 알았던 모양이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연작소설 완결편 '믿음에 대하여' 출간한 박상영 작가가 지난 26일 서울 용산구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2022.07.30. pak7130@newsis.com


▲한국의 퀴어 문학 대표 작가, "이태원 사태 큰 충격"

"현대사의 발전은 부동산사와 같이 하잖아요."

'믿음에 대하여'에는 30대 게이 커플이 집을 구하는 과정을 구체적으로 묘사하며 '부동산 꿀팁'처럼 읽히기도 한다.

"지난해 이태원 코로나19 사태를 보면서 이 소설은 꼭 써야겠다는 마음을 먹었어요."

그간 퀴어 문학을 쓰며 사회의 퀴어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나아져 간다고 생각했던 그는 다시금 커지는 동성애 혐오에 실망했다.

한국의 퀴어 문학에서 박 작가의 '대도시의 사랑법'은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박상영은 자신의 작품에서 꾸준히 퀴어에 대해 자연스럽고 직접적으로 드러내며 어느새 퀴어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자리매김하기도 했다.

퀴어 문학은 한국 문학에서 주류가 됐지만 퀴어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변방이다. 이때문에 박상영은 자신의 작품의 영상화가 적극적으로 이뤄져 퀴어 콘텐츠가 제작되길 바라고 있다. 이미 연극, 영화, 드라마, 웹툰화 작업 등이 확정되면서 박상영표 퀴어 콘텐츠 제작이 시작되고 있다.

"퀴어 콘텐츠는 이제 시장의 요구인 것 같아요. 돈은 진실하잖아요."

최근 늘어나는 퀴어 콘텐츠를 바라보며 박상영은 앞으로도 이러한 작업이 사회적으로 더 많아질 수밖에 없다고 예상했다. 최근 '남의 연애', '메리퀴어' 등 퀴어 연애 프로그램이 론칭된 것을 지켜보며 그는 퀴어 콘텐츠가 사회의 변화를 이룰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연작소설 완결편 '믿음에 대하여' 출간한 박상영 작가가 지난 26일 서울 용산구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2022.07.30. pak7130@newsis.com

박상영은 자신이 "근원적으로 믿음이 조금 부족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타인이 자신을 온전히 이해해줄 거라는 기대가 없다.

"'믿음에 대해'를 썼는데 저는 믿음보다 오히려 사회에 회의감이 조금 있는 것 같네요."

남들에게 자신을 이해시키고 설득시키는 것보다 타협하고 봉합하는 것이 그가 살아가는 방식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적극적으로 사회를 바꾸는 시도보다 문학 작품을 통해 말한다.

"제가 100분 토론에서 이야기한다면 설득이 안 되겠지만 이야기의 힘을 저는 믿는 거죠."

☞공감언론 뉴시스 shin2ro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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