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컷] 깨끗한 바다, 가까이 보면 쓰레기 천지
푸른 바다가 부르는 여름, 탁 트인 바다는 보기만 해도 시원하다. 그런데 이런 바닷가에 가까이 가서 자세히 보면 해변에서 반짝이는 것은 예쁜 조개껍데기가 아니라 관광객들이 먹고 버리고 간 플라스틱 병과 깨진 술병, 과자가 담겼던 비닐 등이다.
요즘엔 청소도 즐겁게 한다. ‘플로깅(쓰레기를 줍는 조깅)’은 도심이나 자연에서 청소하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는 것. MZ 세대들은 주운 쓰레기를 예술작품처럼 배열해서 인증 샷을 남기기도 한다. 플로깅처럼 바닷가 쓰레기를 청소하는 것을 ‘비치코밍(해변beach+빗질하다combing의 합성어)’이라고 부른다.
유튜브에서 ‘바다지킴이들(Korean Ocean Keepers)’이라는 이름으로 전국의 해수욕장을 다니며 비치코밍을 하고 있는 조용범(53)씨도 2년 전 인천 을왕리 해수욕장에서 목격한 후 해변 청소를 결심했다.
매주 주말마다 해수욕장을 찾는 조 씨는 지난 1년 동안 전국의 52개 해수욕장을 돌며 청소했다. 하루 5시간에서 8시간 정도 한 해변에서 쓰레기를 주우면 50리터 대형쓰레기봉투로 4개, 5개에 꽉 찬다.
처음엔 장갑만 끼고 손으로 쓰레기를 주웠다가 다음날 허리를 못 필 정도로 아팠다. 그래서 나름대로 찾은 방법이 신발정리용 집게와 플라스틱 썰매를 사서 쓰레기를 줍고 모았더니 몇 시간을 계속해도 가능했다.
그가 최근에 다니는 여름 바닷가에 많이 발견되는 쓰레기는 폭죽들. 밤새 터뜨린 폭죽들을 치우지 않고 터뜨리고 남은 폭죽들이 모래에 꽂혀 발견된다. 조 씨는 “‘일회용컵 보증금제’ 처럼 폭죽을 사고 터뜨리고 남은 껍데기를 다시 갖다 주면 일정금액을 돌려주는 제도를 해보면 어떨까요?”라고 제안했다.
하지만 이렇게 청소하는 것을 보면서도 다시 버리고 가는 비(非)양심족도 많다. 바다를 보던 한 젊은 남녀는 깨끗이 치운 30분 후 다시 와보니 그 자리에 빈 플라스틱 컵만 꽂아놓고 떠났다. 모래놀이를 하며 놀다가 버리고 간 어린이 장난감도 많다. 차 안에서 바다를 보며 풍경을 감상하다가 차 밑에 마시던 일회용 컵만 남기는 경우도 있었다고 했다.
충남 태안군 만리포해수욕장에서 만난 한 주민은 “관광객들이 먹고 남긴 음식을 바닷가 모래 밑에 파묻고 가서 파리나 구더기가 들끓어서 치운 적도 있다”고 했다.
조 씨와 함께 매주 비치코밍 활동을 하는 박신우(53) 씨도 “검정 비닐봉지 하나에 내 쓰레기 가져가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요?”라고 했다.
하지만 실제 비치코밍을 하는 사람들이 모두 공감하듯이 조 씨도 관광객들이 버리는 쓰레기보다 배에서 버리는 어구들이 훨씬 많다고 했다. 어망이나 폐그물, 부표로 쓰인 스티로폼, 낚시하고 버린 루어도 자주 발견된다.
조 씨는 “바다가 넓으니까 깨끗해 보이지만 가까이 가서 보면 쓰레기가 엄청 많다”고 했다. 많지 않은 유튜브 구독자들이라도 댓글로 응원하는 것에 힘이 난다는 그는 몰디브의 ‘틸라푸시(Thilafushi)’처럼 우리도 거대한 쓰레기 섬을 갖지 않기 위해, 자신도 언젠가는 바다에 직접 나가서 쓰레기를 치우는 꿈을 갖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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