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 건강] 콩팥병, 알아챘을 땐 늦어..만성질환자 '요주의'
(서울=연합뉴스) 김잔디 기자 = 우리 몸의 노폐물을 걸러주는 콩팥(신장)은 이상이 생겨도 증상을 알아차리기 어려운 장기다.
콩팥 기능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몸이 붓거나 피로감 등이 나타나기 쉬운데 일상적인 피로와 혼동하기 쉬워 이미 크게 나빠진 상태에서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
전문가들은 증상을 알아챘다면 이미 늦었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콩팥병이 3개월 이상 지속된 만성 콩팥병은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결국에는 혈액 투석과 신장 이식을 해야 하는 상황에 부닥친다. '예방과 관리'가 최선이라는 만성콩팥병에 대해 오국환 서울대학교병원 신장내과 교수의 도움을 얻어 정리했다.
당뇨병 환자는 '검사 적기'가 따로 없다…"정기검진 필수"
30일 의료계에 따르면 만성콩팥병은 고령화 시대에 필연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는 질환이다.
고령화 시대 대표적인 만성질환인 당뇨병과 고혈압이 만성콩팥병의 가장 큰 원인이고, 평균 수명이 길어지면서 60세 이상 고령의 고위험군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오 교수는 "콩팥병은 상태가 상당히 나빠진 이후에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나이가 60세 이상이거나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이 있고 평소에 약물을 많이 복용하는 사람들은 비교적 콩팥병에 걸릴 위험이 높다"고 말했다.
특히 만성콩팥병의 절반 정도는 당뇨병으로 인한 합병증이므로, 당뇨병 환자는 혈당 관리와 함께 콩팥 기능을 유지하는 데도 힘써야 한다. 당뇨병 환자는 당뇨병으로 진단을 받는 즉시 생활 습관을 개선해 콩팥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하고, 매년 소변과 피검사로 콩팥 기능을 확인해야 한다.
오 교수는 "당뇨병이나 고혈압 진단을 받았다면 그때부터 무조건 매년 1회 소변과 피검사로 콩팥 기능을 확인해야 한다"며 "증상이 나타나서 알아챈 순간에는 늦은 것"이라고 경고했다.
환자들은 대개 당뇨병을 얼마나 오랜 기간 앓았을 때 또는 어떤 증상이 나타났을 때 콩팥병을 의심해야 하느냐고 질문하지만, '그 순간'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정기 검사만이 하루라도 더 콩팥 기능을 보존하는 길이라고 했다.
그는 "소변 검사나 피검사는 동네 의원에서도 간단하게 진행할 수 있으므로 특별한 증상이 없어도 정기적으로 체크해달라"고 당부했다.
만성콩팥병, 병의 진행 속도 늦추는 게 최선
만성콩팥병은 병의 진행 정도에 따라 1∼5단계로 구분되는데, 마지막 단계인 5단계로 가면 자신의 콩팥만으로는 살아갈 수 없는 수준이 돼 혈액투석이나 복막투석, 신장이식을 받아야 한다. 만성콩팥병의 치료는 병의 진행 속도를 최대한 늦추면서 환자가 본인의 콩팥만으로도 일상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데 1차 목적이 있다.
오 교수는 "만성화된 후에는 이전 수준으로 기능을 회복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더 나빠지지 않도록 하면서 악화하는 속도를 최대한 늦추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만약 만성콩팥병을 1단계에서 진단받았다면 이때는 발병 원인을 파악해 제거하고 음식을 싱겁게 먹고 운동을 하는 등 생활습관을 개선하는 것만으로도 크게 좋아질 수 있다. 이러한 상태를 유지하면서 더는 병이 악화하지 않게 하는 것이다.
그는 "병을 방치할 경우 1년 만에 나빠져서 투석을 받아야 하겠지만 잘 관리해서 3∼4년 동안 투석 없이 살아갈 수 있게 한다면 그만큼 시간을 버는 것 아니겠느냐"며 "투석 없이 오랫동안 잘 살 수 있게 관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때 중요한 건 단계에 맞는 식이요법과 치료를 선택하는 것이다. 환자에게 싱겁게 먹으라고 하면 극단적으로 소금 섭취를 끊는 경우가 종종 생기는데, 이렇게 되면 입맛이 떨어지고 영양 상태가 악화해 장기적으로 좋지 않다.
섭취하는 음식의 종류에도 차이가 있다. 체내 나트륨 배출을 돕는 토마토, 바나나 등은 일반인이나 초기 콩팥병 환자에게는 몸에 좋은 음식으로 볼 수 있지만 투석을 해야 할 정도로 콩팥병이 악화한 환자에게는 마냥 좋다고 하기 어렵다.
오 교수는 "토마토 등은 나트륨 조절에 도움이 돼 섭취를 권고하긴 하지만 만성콩팥병 4, 5단계인 환자의 경우 토마토나 바나나를 과하게 섭취하면 몸 안에 칼륨이 축적돼 위험할 수 있다"며 "자신의 콩팥 기능에 맞춰 적절한 식이요법을 할 수 있도록 반드시 의사와 상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jand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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