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탕' 트리거 된 '내부총질' 문자..조기전대 시계 앞당기나
권성동 "비대위 찬성" 입장 선회..이준석 '노틀담 꼽추' 가사로 불쾌감 노출?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국민의힘 새 지도체제 논의가 급물살을 타면서 이준석 당대표와 권성동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나란히 기로에 섰다. 권 원내대표가 노출했던 윤석열 대통령의 '내부총질 메시지'는 배현진 최고위원이 '사퇴 선언'을 하는 단초가 됐고, 이는 지도부 교체를 요구하는 목소리로 번지는 나비효과가 연출된 모양새다.
배현진 최고위원은 29일 오전 국회에서 권성동 원내대표 주재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뒤 기자들을 만나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이후 80여일이 되도록 (당이) 속 시원한 모습으로 국민들께 기대감을 충족해 드리지 못한 것 같다"며 최고위원직에서 사퇴하겠다고 선언했다.
지도부 내에서 사퇴 선언이 나온 것은 처음이다. 배 최고위원은 "당 지도부의 한 사람으로서 그동안 많은 애정과 열정으로 지적해주셨던 국민과 당원 동지 여러분께 굉장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지도부의 일원의 한 사람으로서, 책임지는 모습도 보여 드려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사퇴 배경을 설명했다.
이후 당내에선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당 초선의원들은 성명을 통해 "현 상황에서 최선의 방법은 신속히 비대위 체제로 전환해 당을 정상화하고 윤석열 정부의 개혁입법을 국회에서 통과시키는 데 매진하는 것"이라고 촉구했다. 현재까지 성명서에 이름을 올린 초선 의원은 전체 63명 중 32명(50.8%)으로 파악된다.
'비대위 체제'는 권성동 원내대표와 이준석 당대표 모두에게 난처한 변수다. 당이 비대위 체제로 전환하면 권 원내대표는 자신의 '원톱 체제'가 사실상 실패했다는 것을 자인하는 꼴이라 정치적 리더십에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비대위 체제는 '조기 전당대회'를 전제로 구성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임기가 내년 4월까지인 권 원내대표는 차기 당대표 출마에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준석 대표도 곤란하기는 마찬가지다. 이 대표는 중징계를 받은 후 전국을 돌며 당원들을 '당심 공략' 행보에 매진하고 있다. 여권에서는 이 대표가 자신에게 우호적인 당원 세력을 모아 차기 당대표에 출마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었지만, 올해 내에 전당대회가 열리면 '당권 재도전 로드맵'이 무산될 수 있다. 이 대표는 당원권 정지 6개월 처분을 받아 내년 1월에서야 당원권이 회복된다.
배 최고위원이 '이준석 체제'와 '권성동 체제'를 일거에 물갈이하기 위해 최고위원직을 던졌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그는 사퇴의 변을 밝히면서 "마땅히 책임져야 하고 끊어내야 할 것을 제때 끊어내지 않으면 더 큰 혼란이 초래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는데, 이 대표의 복귀 가능성과 권 원내대표의 직무대행 체제를 모두 부정하고 '완전한 지도부 교체'를 주문하는 메시지가 아니냐는 해석이 뒤따랐다.
당 관계자는 "권 원내대표 체제에 대한 우려가 상당히 누적된 상황"이라며 "당 지도부가 새 정부 집권 초부터 임시체제로 간다는 것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원내대표가 취임 100일이 조금 넘은 기간에 각종 논란에 휘말려 3번이나 사과했다는 점도 불안 요인"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권 원내대표가 윤석열 대통령과의 사적 대화를 노출한 점을 당내에서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차기 당권주자들은 일제히 압박 태세에 들어갔다. 김기현 의원은 페이스북에 "비상한 시기에는 비상한 조치를 해야 한다"며 "지도책임을 진 사람에게 선당후사, 선공후사는 어떤 경우에도 반드시 지켜야 할 기본 원칙"이라고 했다. 안철수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권 원내대표) 재신임이 안 되면 조기 전당대회로 가야 한다. 다른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당내 여론을 의식한 듯 비대위 체제에 부정적인 입장에서 한발 물러나는 모양새다. 그는 전날 오전 "과거 전례는 최고위원들이 총사퇴한 이후 비대위가 구성됐고, 일부가 사퇴한 상태에서 비대위가 구성된 사례는 없다"며 비대위 체제 전환에 선을 그었지만, 같은 날 오후에는 '비대위 체제에 찬성한다'는 입장으로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준석 당대표는 우회적으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는 전날 페이스북에 그룹 솔리드의 'Someday' 곡을 공유하면서 "디즈니 노래는 항상 메시지가 있다. 영혼이 없는 그 섬의 사람들이게 바친다"고 적었다. 이 곡은 디즈니 애니메이션 '노틀담의 꼽추' 사운드트랙 'Someday'를 한국어로 더빙한 노래다. 이 대표는 여의도 정치권을 '그 섬'으로 표현하고 있다.
원곡 가사에는 '언젠가 삶은 더 공평해지고 궁핍은 더 적어지고 탐욕은 소용이 없을 겁니다', '언젠가 우리의 투쟁이 승리하게 되면 우리는 밝은 오후에 태양 앞에 설 것입니다', '어둡고 힘든 나날 아무런 희망이 없어 보일 때도 있지만 더 나은 것을 바라는 기도는 우리 모두가 한마음으로 바랍니다' 등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
dongchoi8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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