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하루 만에 '직고용' 절차 돌입한 포스코..재계는 후폭풍에 촉각
소정의 교육 실시 이후 적정 직무 배치 등 조치 취할 예정
재계 안팎, 지난해 자회사 설립해 채용한 현대제철 사례 주목
협력업체 노동자를 포스코가 직접 고용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에 산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번 대법원 판결로 원청과 하청(협력사) 구조로 이뤄진 유사 업계를 중심으로 하도급 노동자의 직고용 후폭풍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포스코는 판결 직후 승소 판결을 받은 하청 노동자들을 상대로 직고용 절차에 들어갔다. 하지만, 대다수 원청 지위에 있는 업체들은 최근 글로벌 경기가 침체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직고용에 따른 인건비 부담을 우려하는 상황이다.
30일 법조계와 재계 등에 따르면 대법원은 지난 28일 포스코 광양제철소 협력사 직원 59명이 포스코를 상대로 낸 근로자 지위 확인소송에서 "원청이 직접 고용할 의무가 있다"며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협력업체 노동자들이 제품 생산과 업무 수행을 포스코의 전산관리시스템(MES)에 의해 계획·관리되는데 사실상 구속력 있는 업무상 지시라는 게 대법원 판단이다.
대법원은 최근 판결을 통해 원청과 하청 구조에서 근로자 지위와 관련해 직고용 인정 범위를 점차 넓게 보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7월 현대위아 사내 하청 직원들이 회사를 상대로 낸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서도 대법원은 사내 하청 직원들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파견근로자법 적용을 받는 보호대상 판단을 할 때 기본적으로 넓게 인정해 주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포스코 측은 판결 직후 "대법원 판결 결과를 존중하며 신속히 판결문을 검토해 그 취지에 따라 후속조치를 이행할 예정"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또한 1, 2차 소송에 참여해 근로자 지위를 인정받은 55명에게 직고용 안내문을 발송했다. 이들 55명은 소송에 참여했다가 정년을 맞아 '소송의 이익이 없다'는 이유로 각하 판결을 받은 4명을 제외한 인원이다.
포스코는 이들에게 소정의 교육을 실시하고 적정 직무 배치 등 조치를 취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 직고용 판결은 현재 진행 중인 소송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대자동차와 기아, 현대제철, 한국GM 등 포스코와 비슷한 소송에서 1·2심 모두 패소한 상태다.
기업들은 하청 노동자들을 직고용할 경우 많게는 수조원에 이르는 인건비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또한 일률적으로 적용하기 어려운 도급계약의 성질이나 업무 환경의 특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재계 관계자는 "대법원 판결을 존중하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인건비 증가 부담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기존 정규직 직원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풀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반면 노동계는 대법원 판결에 환영의 뜻을 밝혔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대법원 판결이 나온 직후 "판결을 계기로 포스코를 넘어 현대제철 등 사내하청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과 고용에 대한 논란에 종지부가 찍히기를 기대한다"며 "나아가 현대기아차, 한국GM 등의 사내하청 노동자 지위와 관련한 법정 다툼도 일단락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을 놓고 재계 일각에서는 지난해 현대제철이 자회사를 설립해 하청 노동자를 채용한 방식에 주목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7월 협력사 비정규직을 자회사 정규직으로 채용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당시 자회사를 통한 협력사 직원들의 정규직 전환은 철강업계 최초 사례다.
현대제철이 불법파견을 해소하기 위해 자회사를 세워 협력업체 노동자 7천여명을 채용하기로 했지만, 진통을 겪기도 했다. 현재는 약 4500여명이 자회사를 통한 채용이 이뤄졌고, 여전히 2천여명은 협력사에 남은 상태로 알려졌다. 일부 하청 노동자들은 소송을 제기해 법정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한편 일각에서는 하도급 근로 계약의 문제가 이미 오래전부터 불거진 만큼 후폭풍이 예상만큼 크지 않을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관측도 나온다. 기업들이 업무의 연속성이나 지시 여부와 같은 근로 형태를 파악해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는 취지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도 총 1만1천여명 정도의 사내 하청 노동자를 이미 정규직으로 전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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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승모 기자 cnc@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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