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방위 압박에 권성동, 비대위 수용..지도부 설득·당헌 변경 '첩첩산중'
국민의힘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의 원톱 체제의 전환을 요구하는 전방위 압박이 펼쳐진 29일 결국 권 대행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수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비대위 전환을 위한 최고위원회의 구성원 설득부터 비대위원장 임명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당헌·당규 개정까지 상당한 난관이 예상된다.
권 대행은 이날 배현진 최고위원의 사퇴, 초선의원들의 비대위 전환 촉구 성명서, 차기 당권주자로 거론되는 김기현 의원의 지도체제 개편 주장에도 뚜렷한 입장을 내지 않았다.
오히려, 권 대행은 기자들과 만나 "과거 전례를 보면 최고위원들이 총사퇴를 한 후에 비대위가 구성됐다. 일부가 사퇴한 상태에서 비대위가 구성된 전례는 없다"고 말했다. 배 최고위원을 제외한 나머지 최고위원들이 사퇴 의사를 내비치지 않았기 때문에 당헌당규에 근거한 현 체제 유지에 힘을 싣는 발언으로 해석됐다. 앞서 이준석 당대표가 6개월 당원권 정지 징계를 받은 이후, 권 대행은 이 대표의 부재를 '사고'로 규정하고 당헌당규에 따라 자신의 직무대행 체제가 맞다고 선언한 바 있다.
하지만 오후 들어 초선의원 성명서에 최종 32명이 이름을 올리고, 원내부대표단이 송언석 원내수석부대표에게 우려를 전달하는 등 비대위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자 권 대행도 더는 버티지 못했다. 권 대행 측 관계자는 "비대위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에 공감하며 애초에 완전 반대는 아니었다"며 "비대위 전환을 위한 선결 조건을 해결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권 대행이 비대위를 무사히 출범시키기 위해서는 우선 최고위원들의 사퇴를 설득해야 한다. 국민의힘 당헌에 따르면, 비대위 전환을 위해서는 최고위원회의의 기능이 상실돼야 하는데, '기능 상실'에 대한 뚜렷한 정의는 없는 상태다. 다만, 당내에서는 전례에 비춰 최고위원 정수 9명 중 과반인 5명이 사퇴하면 '기능 상실'이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문제는 최고위원 중에는 추가적으로 사퇴 의사를 밝힌 사람은 없다는 점이다. 한 최고위원은 "권 대행의 입장과는 별개로 스스로 사퇴할 뜻은 없다"고 말했다.
우여곡절 끝에 최고위원 설득이라는 과제를 마쳤다면 이번엔 비대위 체제를 출범시키기 위해 당헌·당규를 바꿔야 하는 모순에 직면하게 된다. 당헌은 비대위원장을 전국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당대표 또는 당대표 권한대행이 임명하도록 규정돼 있는데, 현재 당대표는 '사고' 중이고 권한대행은 없다. 직무대행인 자신도 비대위원장을 임명할 수 있도록 규정을 고쳐야 비대위가 출범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권 대행이 당대표 징계라는 초유의 사태 속, 당헌·당규를 기반으로 원톱 체제의 정당성을 확보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비대위는 태생적으로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하는 셈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문자 그대로 비상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절차적 정당성이 없는 비대위 체제라면, 우리에게 야당의 입법 폭주를 비판할 명분이 생기겠느냐"고 우려했다.
동시에 당헌·당규 개정으로 6개월 뒤 이준석 대표의 복귀 가능성을 지워버리게 될 경우, 당안팎의 추가적인 혼선을 감내해야 하는 부담도 생긴다. 또다른 관계자는 "당헌당규를 고쳐서 비대위로 가게 되면 이준석 당대표의 복귀 가능성이 닫힌다"며 "이 대표가 반발하며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내는 등 법적 대응에 나서고 만에 하나 인용될 경우 당 혼란이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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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황영찬 기자 techan92@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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