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웹툰 불법 복제·유통 피해 확산.. "1년에 366억번 도둑 맞는다"

박수현 기자 2022. 7. 30.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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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불법 웹툰 조회 366억회..2017년比 3배↑
합법 사이트 2018년 40개→2020년 31개로 줄어
"작가는 자식 잃는 심정..이대로는 창작 못해"
기업 대응하지만 '역부족, 정부가 나서야' 한목소리
NHN 코미코 베트남 홈페이지에 올라온 서비스 중단 안내문. /NHN

국내 웹툰업체들이 해외 불법 복제·유통 급증으로 신음하고 있다. 최근에는 현지 독자가 작품을 무단 번역해 이를 소셜미디어로 배포하는 사례도 느는 추세다. 업계에선 문화체육관광부 단독 행정력으로는 대응이 쉽지 않은 만큼 법무부와 외교부 등 범부처가 손을 잡고 각국의 수사 공조를 끌어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NHN은 이달 31일부로 자사 웹툰 플랫폼 코미코의 베트남 서비스를 중단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지난 1일부터 플랫폼 내 신규 코인 충전도 막아놓은 상태다. 사용자가 이미 충전한 코인은 31일 이후로 폐기 처리할 방침이다. 베트남 시장에 진출한지 불과 2년 3개월 만이다. NHN 측은 “현지 유료 콘텐츠 결제가 좀처럼 늘지 않아 동남아시아 사업은 태국을 중심으로 전개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현지 불법 복제·유통 성행으로 사업 철수를 결정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웹툰작가노동조합에 따르면 베트남은 국내 웹툰 작가들이 가장 많은 사이버 불링(온라인 학대) 피해를 호소하는 국가 중 하나다. 불법 번역본을 유통하는 업체 또는 개인에게 작품을 내려달라고 요청하는 작가를 향해 “배은망덕하다”고 비난하는 식이다. ‘무료 번역’ 덕분에 인기를 얻었으니 오히려 감사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레진코믹스에서 웹툰을 연재하는 작가 YD(필명)는 지난해 소셜미디어를 통해 베트남 불법 번역가를 고소하겠다고 밝힌 뒤, 현지 독자들로부터 “가난한 나라 사람은 웹툰도 보지 말라는 인종차별자”라는 말까지 들었다.

웹툰 데이터 분석업체 코니스트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불법 복제·유통된 웹툰의 조회수는 366억회에 달한다. 이는 2017년 106억회 대비 3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이달 11일까지 집계된 국내외 불법 복제·유통 사이트 도메인 수는 9588개다. 제목을 교묘하게 바꿔 집계되지 않은 경우까지 포함하면 1억개를 훌쩍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불법 복제 사이트가 기승을 부리면서 합법으로 웹툰을 유통하는 사이트 수도 줄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해 12월 발간한 ‘웹툰사업체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40개에 달하던 합법 사이트는 2020년 기준 31개로 줄었다.

합법 플랫폼의 입지는 작가 등 창작자의 생계와 직결된다. 이들은 플랫폼이 벌어들이는 수익의 일정 부분을 원고료 등의 형태로 정산받기 때문이다. 김동훈 한국만화가협회 이사는 이에 대해 지난 15일 서울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웹툰불법공유 근절을 위한 토론회’에서 “웹툰 불법 공유로 자식을 잃는 심정을 느끼는 만화가 협단체가 중심이 돼 거버넌스를 구축하지 않으면 활동의 지속성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말하기도 했다.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지난 2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저작권보호과 서울사무소 회의실에서 열린 웹툰업계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네이버, 카카오와 같은 대기업은 그나마 관련 기술을 개발하거나 전담 조직을 만들어 대응에 나설 수 있다. 네이버는 웹툰에 식별 정보를 심어 이를 바탕으로 불법 공유 행위가 의심되는 이용자를 탐지하는 인공지능(AI) 기술, ‘툰레이더’를 통해 2017년 7월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해외 ‘1차 불법 유통’ 사이트 65개 중 34개의 웹툰 업로드를 중지시키거나 서버 접속을 차단했다. 1차 불법 유통 사이트는 웹툰이 무단 복제돼 최초 공유되는 사이트를 일컫는다. 카카오는 영어권, 중화권, 인도네시아권 인력으로 구성된 전문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고 있다. 이 TF는 지난해 11월 출범 이후 올해 4월까지 불법으로 유통된 웹툰 224만7664건을 차단했다. 이를 바탕으로 추산한 창작자 피해 예방 금액은 2646억원이다.

하지만 기업이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기업으로서는 불법 사이트를 추려 담당 수사기관에 신고하는 데까지가 최선이라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는 사이트를 처벌하기 위해선 국제 공조 수사가 필수적인데, 강력 범죄가 아닌 저작권법 위반 범죄에 대한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 등의 관심도는 극히 낮다”며 “외국 정부 역시 피해를 보지 않는 입장이어서 수사에 대한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한다”고 짚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정부가 문체부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다른 관계자는 “정부는 법무부와 외교부가 문체부와 협력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며 “불법 사이트를 체계적으로 운영하는 조직도 등장하는 상황에서, 모든 걸 문체부 혼자 감당하기엔 역부족이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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