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풍향계] 중견기업 세제혜택 확대..그 뒤에 기재부 설득한 '겸손 화법' 있었다

세종=전준범 기자 2022. 7. 30.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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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 세제 개편서 중견기업 시설투자 혜택 강화
깐깐한 세제실 설득해낸 산업부 중견기업정책과장
"따뜻한 배려와 겸손한 태도로 마음 열리게 만들어"
尹 대통령 "국가 전체를 바라보고 원팀으로 일하라"
“나랏일도 결국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조율하는 과정입니다. 논의 시작부터 끝까지 타 부처 입장을 세심하게 배려하고 납득할 만한 근거를 제시한 ‘그’의 성품과 명석함이 긍정적인 결과에 기여하지 않았을까요?”

기획재정부 세제실 관계자는 산업통상자원부 중견기업정책국 소속인 ‘그’를 이렇게 평가했다. 관가에서도 콧대 높고 깐깐하기로 소문난 기재부 세제실의 마음을 녹인 그는 심진수 산업부 중견기업정책과장이다. 심 과장은 기재부가 이달 21일 발표한 ‘2022년 세제 개편안’에 중견기업의 시설투자 세액공제 혜택 강화 내용이 담기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제실의 머리를 설득할 꼼꼼한 자료와 세제실의 마음을 사로잡을 겸손함이 그가 준비한 비장의 무기였다.

심진수 산업통상자원부 중견기업정책과장

30일 정부와 경제계 등에 따르면 중견기업계는 올해 세제 개편안의 최대 수혜 분야 중 한 곳이다. 이번에 기재부는 중견기업의 원활한 가업 승계를 지원하기 위해 가업상속공제 적용 대상 범위를 연매출 4000억원 미만에서 1조원 미만으로 대폭 확대했다. 중견기업연합회(중견련)는 즉각 성명을 통해 “기업의 역동성을 끌어올리는 긍정적인 조치로 크게 환영할 만하다”고 했다.

여기에 기재부는 현재 5~8%인 중견기업의 신성장·원천기술 시설투자 세액공제율을 6~9%로 상향 조정하고, 3~6%인 일반 기술 시설투자 세액공제율도 5~8%로 올렸다. 세제 개편안 발표 이후 산업부 중견기업정책국은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다. 산업부 한 관계자는 “기재부가 가업 승계 지원에 나설 것이란 관측은 이전부터 나왔지만, 중견기업 시설투자 세제 혜택 강화는 솔직히 크게 기대하지 않았던 부분”이라고 했다.

이 깜짝 선물과 관련해 기재부에서는 산업부의 중견기업정책을 책임지는 심진수 과장을 일등공신으로 꼽았다. 연세대 경영학과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환경자원학과(석사)를 졸업한 심 과장은 행정고시 42회에 합격해 공직 생활을 시작했다. 산업부에서 지역경제총괄과 팀장, 전자전기과장, 구주통상과장, 에너지기술과장, 재생에너지산업과장 등을 두루 거쳤다.

세제 개편에 관한 기재부 협의를 앞두고 심 과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에서 우리 경제의 허리 역할을 하는 중견기업이 정부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이지 않게 하고자 세제 지원 강화의 당위성을 설명할 자료를 치밀하게 준비한 것으로 전해진다. 산업부 관계자는 “(심 과장이) 한국 경제에서 중견기업이 무너지면 안 되는 이유와 정부 지원의 현실, 업계의 절박함 등을 기재부에 잘 전달했다”고 했다.

정부세종청사 전경 / 이민아 기자

기재부는 그러나 심 과장과의 협의 과정을 다른 각도에서 평가했다. 기재부 세제실 관계자는 “자료 준비와 설득 과정도 훌륭했지만, 심 과장의 따뜻한 배려와 겸손한 태도가 부처 간 경계심을 무너뜨리고 열린 마음으로 협업하게 한 결정타가 아니었나 생각한다”고 했다.

“각 부처로부터 이런저런 요구사항이 정말 많죠? 노고가 많으십니다.”

우리나라 조세 정책을 총괄하는 기재부 세제실은 나라 곳간을 채우고 씀씀이를 관리해 재정 건전성을 유지해야 하는 업무 특성상 방어적일 수밖에 없다. 심 과장은 이런 세제실 직원의 고충을 수시로 공감하면서 중견기업계의 애로를 조심스럽게 전달해 기재부 실무자들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고 한다. 기재부 관계자는 “예산 더 달라, 세금 낮춰달라 등 막무가내인 경우가 많은데 (심 과장은) 아주 나이스한 태도로 우릴 존중해준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심 과장은 “중견기업계가 정부에 전달한 고충을 모든 중견기업정책국 동료와 함께 취합해 (기재부에) 전달했을 뿐이다. 칭찬은 감사하지만, 더 고생한 선후배가 많다는 사실을 알아달라”며 공을 돌렸다.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한 주요 당국자는 연일 ‘원팀’을 강조하며 부처 간 칸막이 제거를 요구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5월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새 정부 첫 공식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한덕수 총리를 중심으로 원팀이 돼 국가 전체를 바라보고 일해달라”고 당부했다. 앞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도 5월 15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장관간담회에 참석해 “새 정부 경제팀은 부처 간 칸막이를 넘어 원팀으로 합심해 당면한 위기를 극복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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