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대명'에 묻힌 민주당 전당대회..흥행 부진 '돌파구' 있을까
경찰국 신설·尹대통령 지지율 하락 등 외부 요인도 흥행 악영향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예비경선이 지난 28일 종료되면서 강훈식, 박용진, 이재명 후보(가나다 순) 3인이 당대표 선거 본경선에 진출했다. 소위 ‘어대명(어차피 당대표는 이재명)’ 분위기 속 다른 후보들이 이재명 후보에 대한 견제에만 집중하면서 오히려 전당대회 흥행이 부진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 21일 97그룹(90년대 학번·70년대 생) 후보였던 강병원, 강훈식, 박용진, 박주민 의원은 국회에서 ‘당대표 후보 토론회’를 열고 토론을 했다. 이날 토론에서는 당 혁신, 공약에 대한 논쟁보다 97그룹 단일화, 이 의원 출마에 대한 비판 등에 치중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대표적으로 강병원 의원은 “이재명 의원을 제외하고 7명이 나온 건 이재명 의원에 대한 위기감이 있어서라고 생각한다”며 “그래서 컷오프 이전 단일화 추진 방향을 선언하면 어떨까 싶다. 97그룹 중 누가 살아남든지 단일화를 해서 뜻을 실현하길 바란다”고 했다.
이후 이 후보가 당 안팎의 예상대로 예비경선을 무난하게 통과하면서 당권에 한 걸음 가까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별한 변수 없이 어대명 대 97그룹 구도가 만들어지면서 흥행에 더욱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97그룹 후보인 강훈식, 박용진 후보는 예비경선 다음 날인 29일부터 이 의원을 견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박 후보는 29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이 후보에 대해 “내가 하면 잘할 수 있다고 하면서 두 번의 전국 선거에서 패배에 책임 있는 분이 다음 선거는 잘 할 수 있는 방법과 구체적인 내용을 어제도 말하지 못했다”며 “혁신은 말로 하는 혁신이 아니라 선거에서의 승리고 민주당의 재집권 가능성을 여는 건데 이미 선거에서 패배해서 국민적 심판이 내려진 사람이 다시 우리 민주당의 얼굴이 되고 당대표로서 선거 지휘권을 쥐는 것이 과연 합리적일까하는 의구심들이 상당히 많다”고 비판했다.
강 후보도 이날 KBS 라디오에 출연해 “정확하게 말씀드리면 이 후보는 지금까지, 과거에서부터 지금까지의 리더십이라고 생각한다. 저는 미래의 리더십이 될 것”이라며 “결국은 이재명 후보와 새로운 후보가 당의 미래와 혁신을 놓고 통합을 놓고 겨뤄서 우위를 보여야 승산이 있는 것인데 이재명 반대, 이재명 리스크만 이야기해서는 저는 못 이긴다고 본다. 그러나 아쉽게도 반이재명, 이재명 비판 구도가 많이 고착돼 있다”고 했다.
외부 변수들도 전당대회 흥행에 악영향을 미쳤다. 예비경선 직전이었던 지난 26일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을 신설하는 내용의 시행령이 국무회의를 통과하면서 경찰국을 둘러싼 여야 갈등이 파국으로 치닫았다. 그러면서 당권 주자들의 메시지도 여당 비판에 집중되면서 차별성이 떨어지고 전당대회에 대한 관심이 시들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예비경선이 끝난 뒤인 29일에는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처음으로 30%를 밑도는 28% 기록하면서 정치권의 관심이 쏠렸다. 이에 후보 3인의 정견발표와 메시지도 이슈로 떠오르지 못했다.
한편 이 후보는 당권 도전 선언 이후 공식 발언을 자제하고 지지자들과의 만남에 매진하고 있다. 사법리스크와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는 답을 피하고, 평소처럼 강성 지지층인 이른바 ‘개딸’들과 트위터 등을 통해 소통을 이어갔다.
지난 대선 경선과 구도의 차이가 없고 친문(친문재인) 후보들이 컷오프되면서 더욱 흥행이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신율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강 후보는 친문이라고 보기 어렵고, 박 후보와 이 후보의 경쟁은 지난 대선 경선을 떠오르게 하는데 대선 당시가 떠오른다는 것은 흥행에 적신호”라며 “친문 지지층이 강 후보나 박 후보를 밀어줘 친문 대 친명의 구도가 나올 것인가가 흥행에 관건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강 후보와 박 후보가 단일화에 성공해서 양강 구도가 돼야 흥행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누가 대표가 될지 접전 양상이어야 흥행이 되는데 전당대회 초반부터 어대명 분위기가 자리 잡으면서 흥행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강 후보와 박 후보가) 치열하게 단일화를 한다든지 아니면 후보들이 국민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정책 어젠다를 들고나와야 한다. 지금은 정부에 대한 비판 외에는 딱히 뭐가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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