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로 읽는 과학]양자효과 연구 위한 분자, 어떻게 한계까지 냉각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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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학술지 네이처는 29일 실험실 테이블 위에 얼어붙은채 서있는 안테나 모형과 그 주변에 떠있는 분자들의 모형을 표지에 실었다.
화학에서 극성 분자는 양자효과를 연구하기 위한 최적의 대상이다.
문제는 분자를 통해 양자효과를 제대로 관찰하기 위해선 우선 분자를 충분히 냉각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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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학술지 네이처는 29일 실험실 테이블 위에 얼어붙은채 서있는 안테나 모형과 그 주변에 떠있는 분자들의 모형을 표지에 실었다. 안테나 주변에 떠있는 분자 모형에는 주렁주렁 고드름이 맺혀 있는 모습이다.
화학에서 극성 분자는 양자효과를 연구하기 위한 최적의 대상이다. 분자는 내부 구조를 자세하게 살펴볼 수 있어 관찰이 용이하다. 분자를 극성에 따라 분류하면 쌍극자 모멘트의 합이 0이 되는 무극성분자와 쌍극자 모멘트의 합이 0이 아닌 극성분자로 나눌 수 있다. 쌍극자모멘트란 거리가 떨어진 상태에서도 크기가 같고 부호가 다른 전하 상태에 놓여 있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성질을 가진 분자는 장거리에서도 상호작용이 가능하다. 양자효과를 관찰하기 위한 또 다른 도구인 원자의 경우 상호작용을 위해서는 서로 충돌을 시켜야 한다.
문제는 분자를 통해 양자효과를 제대로 관찰하기 위해선 우선 분자를 충분히 냉각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에너지는 절대 0도(영하 273도)에서 에너지가 최소가 되는데, 이 상태에서 입자는 움직임이 느려지면서 하나하나 제어하고 연구할 수 있는 상태가 된다. 하지만 분자가 가진 고유한 충돌 움직임은 냉각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안드레아스 신데볼프 독일 막스플랑크 양자광학연구소 연구원과 동료 과학자들은 이날 사이언스에 양자효과를 가장 잘 관찰할 수 있는 상태인 '양자 축퇴(縮退)'에 도달하도록 극성 분자를 냉각시킨 성과를 소개했다. 축퇴란 양자역학에서 하나의 에너지 준위에 대해 두 개 이상의 상태가 존재하는 것을 말한다.
연구팀은 극성분자를 냉각시키기 위해 먼저 마이크로파를 사용해 반발성 장벽을 분자 주위에 둘렀다. 장벽에 둘러싸인 분자들은 초저온으로 냉각될 때 서로 부딪쳐 손실을 일으키는 반응을 일으키지 않았다. 대신 충돌 전과 후 운동에너지가 보존되지 않는 비탄성 충돌을 일으켰다. 이런 과정을 통해 분자는 21나노켈빈(1nK·10억분의 1K)으로 무사히 냉각됐다. 0K에 한없이 가깝게 얼려진 것이다.
연구팀은 “차갑게 얼어붙은 극성분자는 강력한 쌍극성 상호작용이 나타나는 다체현상(
입자나 입자로 볼 수 있는 물체가 서로 힘을 계속 미치면서 운동하는 현상)을 탐구하는 길을 열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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