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신 1300만명이나 했는데"..한국은 '타투가 불법'인 유일한 나라

한병찬 기자 2022. 7. 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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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의료법 조항 합헌" 결정..일본마저 합법화
'불법' 내몰려 범죄 표적돼.."망설임 없이 해외로"
타투이스트 최모씨(52)가 타투 시술을 하고 있다. 뉴스1 한병찬 수습기자

(서울=뉴스1) 한병찬 기자 = "문제가 있으면 책임지겠지만 그게 아니면 억울하지요."

경기도에서 타투(문신)숍을 운영하는 타투이스트 A씨는 지난해 4월 보건범죄단속에관한특별조치법 위반으로 징역 1년4개월을 선고받았다.

자신이 시술한 고객이 시술 부위 색이 변했다며 치료비 2000만원을 청구한 것이 발단이었다. A씨가 사후 관리 잘못 때문일 수 있다며 치료비 지급을 거절하자 고객은 A씨를 고소했다.

조사 과정에서 A씨는 자신의 시술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지만 경찰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시술 자체가 불법이기 때문에 시술 과정은 중요하지 않았던 것이다.

캐나다인 남편과 이민을 준비하던 A씨는 유죄 판결을 받은 뒤 영주권 신청을 못하고 이민도 갈 수 없게 됐다.

헌법재판소는 21일 의사 면허가 없는 비의료인의 시술을 형사처분하는 현행 의료법 조항이 합헌이라고 결정했다. 비의료인의 타투시술을 불법으로 규정한 대법원의 1992년 판례를 유지한 것이다. 이를 두고 이미 대중화된 타투 문화를 법과 제도가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합헌을 결정한 헌재의 일부 재판관조차 사회 인식의 변화로 타투 수요가 증가한 현 상황을 새로운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주문할 정도다.

◇"성추행 당해도 신고 꺼려"범죄에 노출된 타투이스트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10월 국회입법조사처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의 문신시술자는 35만명(문신 5만명, 반영구화장 30만명), 이용자는 1300만명이나 된다. 한국타투협회가 추산한 국내 타투 시장 규모 또한 1조2000억원에 이른다.

막대한 시장 규모에도 불구하고 타투이스트들은 아무런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홍대입구역 근처 타투숍에서 만난 20년 경력의 타투이스트 최모씨(52)는 "마음먹고 악용하면 당할 수밖에 없다"고 자신의 처지를 설명했다. 최씨는 지난해 20대 초반 남성으로부터 공짜 타투 요구를 받았다. 이 남성은 "의사 면허가 있느냐"며 "무료로 시술해주지 않으면 신고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최씨가 거절하자 남성은 "택시비라도 달라"고 요구했다.

타투이스트 엄모씨(32)도 협박을 받은 적이 있다. 타투를 받은 유명 음악인이 "우리 집이 경찰 집안"이라며 300만원을 요구했다. 엄씨는 "신고하면 바로 잡아갈 것이라고 협박해 돈을 줄 수밖에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여성 타투이스트들은 성범죄에도 노출된다. 17년 경력의 B씨는 "성추행을 당해도 신고하기가 꺼려진다"며 "여성 타투이스트 대부분이 겪었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소비자도 위험하다"대한민국은 타투하기 가장 안좋은 나라

타투 시술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형사처분하는 나라는 한국이 사실상 유일하다. "타투 문화의 중심지가 타투 하기 최악의 나라인 것은 아이러니"라고 타투이스트들은 입을 모은다.

스카우트 제안을 받고 한국을 떠난 타투이스트가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에서 타투를 시작한 C씨는 캐나다에서 스카우트 요청이 오자 망설임 없이 이주를 택했다. 범죄자 취급을 받지 않기 위해서다.

C씨는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타투를 합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C씨는 "타투가 위험한 것이 아니라 관리받지 못하는 환경과 산업이 위험한 것"이라며 "안전하고 위생적인 환경에서 타투를 하고 문제가 있으면 항의할 수 있는 권리를 소비자가 보장받아야 한다"고 말한다.

캐나다는 지자체 감시원이 타투숍의 청결 상태와 사업자 신고 등을 주기적으로 확인한다. C씨는 "이상이 있으면 타투숍이 불이익을 받기 때문에 아티스트 관리나 위생 교육을 철저히 한다"고 캐나다 타투 문화를 소개했다.

국회입법조사처 자료를 보면 미국의 주 대부분은 안전한 타투 시술을 위해 법·제도를 마련했으며 유럽도 중앙 혹은 지방 정부가 엄격한 위생·보건 관리 하에 누구나 타투 활동을 할 수 있게 하고 있다.

비의료인의 타투 시술을 불법으로 규정했던 일본마저 2020년 9월 합법화의 길을 열어 이제 한국은 타투를 불법으로 규정한 유일한 나라로 남게 됐다.

◇발의된 법 6개 국회서 계류…"사법부가 먼저 나서야"

우리나라에서도 타투 합법화 시도는 여러 번 있었다. 2007년 김춘진 의원의 '공중위생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시작으로 비의료인의 문신업 합법화를 위해 법안 발의가 있었지만 의료계의 반발로 입법화에 실패했다.

현재 국회에는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발의한 '타투업법안',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문신사법안', 엄태영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 발의한 '반영구화장문신사법안' 등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 행위를 위한 법안이 계류 중이지만 입법화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타투이스트 노동조합인 타투유니온의 김도윤 지회장은 "헌법재판소와 법원이 매듭을 풀어야 한다"며 "타투가 의료 행위가 아니라고 사법부가 먼저 이야기해야 계류 중인 법이 통과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지회장은 "누군가는 타투를 싫어하고 혐오해도 된다"면서도 "그러나 타투를 좋아하지 않는사람이 있다고 해서 법으로 금지시켜서도 안된다"고 말했다.

김도윤 타투유니온 지회장과 곽예람 법무법인 오월 변호사가 21일 서울 헌법재판소 앞에서 유명 연예인 타투 관련 사건 재판 중 신청한 헌법소원에 대한 선고(합헌) 이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2.7.21/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bcha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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