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줄 막혀 고사 위기".. 기관투자 규제 장벽에 온투업체 '발 동동'
대출 수요에 비해 실제 대출 비율 0.01%
전문가 "투자자 보호 및 입법 취지에 맞게 규제 완화 논의해야"
온라인투자연계금융(온투업·전 P2P) 업계가 기관투자를 제한하는 현행 규제로 인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온투업계는 새 정부 출범 후 기관투자에 대한 규제가 풀릴 것으로 기대했지만, 최근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금융 우선 과제에서 이 같은 내용이 제외되자 허탈해하는 분위기다.
30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에서 출범한 금융혁신규제회의체는 지난 19일 금융규제혁신과제를 발표했다. 회의체는 디지털 전환 등 규제 개선을 위해 9개 주요과제와 36개 세부과제를 정했지만, 온투업계가 요구해 온 기관투자 규제 해소는 포함되지 않았다.
온투업계는 불안해하는 분위기다. 업계별 건의 사항에는 포함돼 있지만, 핵심 과제가 처리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또 하염 없이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난 5년 동안 기관투자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지만, 이번에도 업계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2020년 8월 시행된 온투법은 기관투자를 허용(35조 제1항)하고 있지만, 온투업계 관계자들은 저축은행법 등 각 업권법과 온투법을 모두 충족시키면서 대출을 실행시키는 방법이 불명확해 실제 기관투자가 이뤄지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입을 모은다.
예를 들어 온투금융사가 온투법상 여신심사를 하는데 투자사인 저축은행 등도 업권법에 따라 여신심사를 하는지, 여신심사를 하는 경우 금융사 심사를 위해 온투금융사가 연계투자하는 금융기관에 차입자의 신용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가능한지 등이 불명확하다. 즉, 현행법상 기관투자는 허용하도록 명시돼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저축은행 등에서 자금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온투업은 지난해 8월 출범 이후 지속적으로 성장해왔다. 26일 기준 누적 대출 금액은 약 4조5031억원이다. 같은 기간 대출 잔액은 1조4021억원 정도다. 이는 1년 전과 비교해 약 2배 정도 증가한 수치다. 온라인 대출 수요도 늘고 있다. 업계 규모 1위인 피플펀드의 신용 대출 조회 금액은 올해 1월 기준으로 15조원 정도였으나, 올해 6월에는 70조원으로 약 4배 이상 증가했다.
온라인 대출 수요는 늘고 있지만, 업체들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실제 대출 집행은 못 하고 있다. 온투업의 취급 금액을 보면 다른 업계에 비해 적거나 주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올해 6월 기준 온투업계의 신용대출잔액은 1886억원을 기록해 전달 대비 0.7% 줄었다. 같은 기간 저축은행은 1.4% 증가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P2P 시절 업계 규모는 약 2조원 정도로 추산됐으나, 지금은 약 1조원으로 줄었다”고 했다.
업계 규모가 줄면서 사업 유지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온투업의 경우, 2년 이상 자본 잠식 상태가 되면 등록증을 반납해야 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온투업을 통해 신용 대출을 받고 싶어하는 사람의 수는 늘고 있으나, 기금 부족으로 0.01% 정도만 대출을 받는 상황”이라며 “1조원의 대출 수요가 있다면 실제 집행되는 금액은 약 17억원 정도”라고 했다.
다른 관계자 역시 “정식 등록된 온투업체는 40여 곳이 넘어가지만 대부분 재정 상태가 좋지 못하다”라며 “이런 상황이 이어진다면 문을 닫는 업체들이 계속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금융 당국이 기관 투자에 미온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은 ‘업(業)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온투업의 주 사업은 개인 대출 신청자와 개인 투자자를 연계해 주는 것이라는 게 당국 설명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기관투자에 대한 논의는 진행 중이다”라며 “업계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온투법 내에 기관투자가 명시된 만큼 이에 대한 규제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투자자 보호라는 측면에서도 금융 기관의 투자는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현일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온투법에 기관투자가 적혀 있다는 점은 기관투자를 허용하겠다는 뜻 아니겠느냐”라며 “금융 기관 투자가 막혀 있다면 입법 취지에 맞게 제도를 손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기관투자가 활성화된다면 투자자 보호라는 긍정적 효과도 기대해 볼 수 있다”라며 “금융 기관이 투자에 참여하게 된다면 해당 업체의 건전성에 대해서도 평가가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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