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용실 '노쇼' 전화했더니.."졸려서 취소할게요"
서울 ㄱ미용실 디자이너님 하소연입니다. 손님이 전화로 주말 오전에 '펌' 예약을 하셨대요.
이름과 연락처를 받았답니다. "주말엔 손님이 많으니, 늦지 않게 꼭 오세요"라고 당부도 했고요.
손님은 예약 시간이 지났는데도 안 왔습니다. 10분을 기다렸는데도요. 디자이너님은 쎄한 느낌이 들더랍니다. 전화를 했는데, 두 번째가 되어서야 받았다고요.
그리고 이렇게 말했답니다. 막 잠에서 깬 목소리였답니다.
"가려고 했는데 너무 졸립네요. 그냥 예약 취소할게요."
그 디자이너님은 "시간을 도둑 맞은 기분이 들었다"고 했습니다. 그 예약 손님 때문에, 미용실에 직접 왔던 다른 손님도 돌려 보냈었다고요. 그렇지만 별 도리가 없어 한동안 카운터에 멍하니 앉아 있었다고 했습니다. 불쾌한 기분이 반나절이 지나도록 계속 되었다고요.
서울 번화가의 ㄴ바베큐 고깃집에선 한 손님이, 8명 단체 예약을 했습니다. 부부가 하는 그리 크지 않은 가게였지요. 모처럼 맞은 단체 손님이라 재료를 손질하고 테이블을 세팅하고 숯을 피우고 고기는 초벌까지 마쳤답니다.
그런데 그 손님들이 나타나지 않았다고요. 이유가 이랬습니다. "비가 많이 와서 약속 취소했어요." 그리고 전화가 온 시간은, 예약 시간 5분 전이었습니다. 다음에 가겠단 말에, 바베큐 고깃집 사장님은 별다른 말도 못했답니다. 그때 못했던 말을 하시라고 했더니 이렇게 대답하셨어요. "기자님, 사람이 사람에게 왜 이렇게 예의가 없는지 모르겠어요."
오리 고기를 파는 ㄷ가게도 비슷한 상황을 겪었답니다. 손님 4명을 예약해놓고 20분이 넘도록 안 왔다고요. 어쩐지 이상해서 사장님이 전화했더니, 예약 손님은 "이미 다른 데 가서 먹었다. 안 가면 자동으로 취소되는 거 아니냐"고 했답니다. 사과도 못 들었답니다. 준비한 음식은 냉장고 안에서 갈 곳을 잃었답니다.
ㄹ일식집 사장님은 "골치하픈 노쇼 때문에 100% 예약제로 다 바꾸고, 예약금을 30% 받는 걸로 바꿨다"며 "그랬더니 노쇼가 99% 줄었다"고 했습니다.
예약금을 고지하면, 어떤 손님은 '카드 결제'인데 어떡하느냐고 되묻기도 한답니다. 대처 방안에 대해 ㅁ한정식집 사장님은 "일단 계좌 이체로 예약금을 다 받은 다음에, 나중에 오면 카드 결제로 바꿔준다고 하면 된다"고 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노쇼'를 막기 위해 2018년부터 소비자 분쟁 기준에 '위약금 규정'을 만들었습니다. 예약 시간을 기준으로 1시간 이내에 취소하거나, 연락 없이 오지 않으면 위약금을 물어야 하는 겁니다.
이와 함께, 반복해서 예약을 취소하는 손님에 대해선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관리하라고 당부합니다. ㅂ네일샵 사장님은 "3번 이상 연속해 예약 취소한 손님이 있었는데, 그에게 '잦은 노쇼로 예약이 불가하다'고 설명했다"고 했습니다.
이런 조치들을 싫어하는 손님도 당연히 있답니다. "어차피 갈 건데 뭘 그렇게까지 하느냐"며 기분 나빠한다는 거지요. 실제 다수 자영업자들이 손님들이 떨어질 걸 우려해, 예약금을 받는 걸 주저하고 있었습니다. ㅅ호프집 사장님은 "거부감이 있거나, 예약금 이야길 듣고 취소하는 경우가 있어서 그냥 노쇼 손해를 감수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불편하다는 겁니다.
이미 가게에 '예약금' 제도를 정착한 이들은, 도입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조언했습니다. 예약금 10%를 미리 받는다는, ㅇ중식당 사장님은 "예약금을 왜 받냐고 불만인 사람은, '어차피 내 손님이 아니구나'라고 생각하면 편하다"고 했습니다. 이어 그는 "노쇼 때문에 불가피하게 예약금을 받고 있다고 설명하면, 생각보다 손님들 거부감도 심하지 않다"고 했습니다. 그래도, 사회 전반적으로 노쇼 문제에 대한 '공감대'가 이정도는 생겼다는 이야기입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일종의 '문간에 발 들여놓기' 효과와도 연관이 있다고 했습니다. 초기에 진입하면 다시 되돌리기 어려운 심리라는 겁니다.
임 교수는 "작은 예약금이라도 주게 되면 손해가 생기는 걸 아까워하는 거고, 그러니 '일관성'을 지키는 측면에서 가게 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유독 우리나라가 외식문화에서 '돈을 받고 먹으면 야박하게 생각하는' 게 있다고 했습니다. 가게의 인심과 손님을 대접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인데, 이게 합리적으로 개선돼야 한다는 겁니다.
바꿔야 할 지점은 뻔한 얘기지만, '손님'에게 있다고 했습니다. 예약을 가볍게 취소하고, 약속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그조차 소비자 권리처럼 잘못 인식하는 것에 대한 문제입니다. 임 교수는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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