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비대위 전환에 필요한 당헌당규 개정과 자기부정..'위원장 임명 권한'도 없다
국민의힘 배현진 최고위원이 29일 권성동 '원톱' 체제인 현 지도부에서 사퇴하면서 당내 비상대책위원회로의 전환 요구가 분출했지만, 실제 지도부 재정비를 이루려면 '자기부정'이 필요하다. 체제 전환의 조건이 되는 최고위원 과반(9명 중 4명) 규모의 사퇴 의사가 불확실하고, 비대위 체제로 전환한다고 해도 위원장을 임명할 주체가 없기 때문이다. '법치'를 강조하고 있는 윤석열 정부 집권 여당의 당헌당규가 그렇다.
현행 국민의힘 당헌당규를 보면, 비대위 체제로의 전환은 당 대표가 영구적으로 직에 복귀할 가능성이 없는 '궐위' 상태이거나 최고위의 기능 상실일 때다. 일단 당은 이준석 대표가 6개월 당원권 정지에 따라, 향후 복귀가 가능한 '사고' 상태라고 정리해 놓은 상태다. 이같은 결론과 관련해서는 의총 추인까지 받았었다. 현재 권 대행이 '권한'대행이 아닌 '직무'대행인 이유기도 하다.
'과반만 사퇴해도 비대위'?…그런데 최고위원 사퇴가 없다
따라서 최고위의 기능상실, 즉 최고위원들의 사퇴가 비대위의 전환 조건이 된다. 이와 관련해 권 대행은 당내 비대위 전환 압력이 통제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보고, 최고위원들에게 사퇴를 설득하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비대위 체제 전환을 요구하는 측에서는 9명의 최고위원 중 4명이 사퇴할 경우 의결 기능이 상실되는 만큼, 비대위 전환의 조건이 충족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당장 배 최고위원의 뒤를 이어 사퇴 의사를 가진 인사가 최고위 내 없는 상황이다. 오히려 "끝까지 남겠다(김용태 최고위원)"는 목소리는 들린다.
'체제 전환 결정 뒤 위원장 임명'…그런데 임명권자가 없다
과반사퇴든 전원사퇴든 비대위 구성에 의견이 모아졌다면, 이제 비대위원장이 필요하다. 누가 이 시점에 장으로 적절한가와 관련한 혼란은 차치하고, 현재 상황에서 당헌당규상 비대위원장을 임명할 권한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또 다른 문제다.
제76조(비상대책위원회)에 따르면, 비상대책위원회의 위원장은 전국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당 대표 또는 당 대표 '권한'대행이 임명한다. 현재 이준석 당 대표는 6개월 당원권 정지 징계에 따른 사고 상태, 권 대행은 '권한'이 아닌 '직무'대행이다. 당 대표 징계라는 초유의 상황을 상정하지 않은, 일종의 입법 미비 상황인 셈이다. 비대위원장 임명권자는 현재 진공상태다. 당헌당규 개정이 필요하다.
때문에 이날 국민의힘 내부에서 배현진 최고위원 사퇴, 김기현·안철수 의원 등 차기 당권주자들의 비대위불가피론, 초선 일부 의원들의 비대위 전환 촉구 성명 등이 한꺼번에 쏟아졌음에도 향후 시나리오가 정리되지 않았다. '비대위 전환이 가능한가'를 놓고 의견이 분분했기 때문이다.
앞선 최고위·의총 결정, 당헌당규 초월할 정당성 확보했나
앞서 검사 출신인 권 대행은 법률가로서 당헌당규에 근거했다며 현 대행체제를 수립하고 동의를 얻은 바 있다. 당 윤리위원회가 이준석 대표에 대해 그의 임기보다 짧은 '6개월 당원권 정지' 결론을 낸 만큼, 규정 상으로는 이 대표가 징계 기간 뒤 복귀한다고 해석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당 기조국의 유권해석도 그랬다. 율사 출신의 한 의원은 "윤리위 징계가 너무 고약했다. 어차피 중징계를 내릴 거였으면 1년을 때리고 당 지도부가 비대위나 조기 전대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이도 저도 아닌 6개월 결론을 내니 당 운신의 폭이 너무 좁다"고 말했다.
권 대행은 다만 이날 오후 지도체제 개편에 대한 당내 요구가 임계점을 넘어 '법(당헌당규)으로 통제할 수 있는 수준'을 뛰어넘었다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대위 체제 전환을 위해 당헌당규를 바꾸는 '정치적 결단'까지 상정하고 있는 것이다. 앞서 윤리위 징계를 존중한다는 결정, 당 대표 직무대행 체제로 당 대표 '사고' 상황을 수습하겠다는 결정 모두를 형해화하는 작업이다. 동시에 권 대행 입장에선 정치적 부담을 각오해야 하는 결정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법치를 강조하는 게 정부여당의 기본 입장인데, '비상상황이니까 이렇게 가는 게 맞다'고 절차를 무시하며 비대위로 갔다가는 명분과 실리 모두 놓칠 수 있다"며 현 상황에 우려를 나타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여건이 갖춰졌는지 보고, 목표를 향해 차근차근 정당성을 확보해가며 움직여야 되는데 '이대로는 안된다'며 그냥 중구난방인 모습"이라고 말했다. 결국 국민의힘이 당헌당규를 초월하는 대안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지, 그 정치적 정당성에 대한 판단만 남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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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윤지나 기자 jina13@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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