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토크]악재 또 악재..성적 좋은 은행권 숨 죽인 이유

김상준 기자 2022. 7. 30. 0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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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실적을 감춘다.

하나금융그룹을 제외한 7개 금융지주가 반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

한 금융지주 임원은 "재무 기법을 통해 실적을 일부 하향 조정해야 하지 않느냐는 논의가 있었다"고 말할 정도다.

사상 최대 실적에도 불구하고 은행권이 '눈치'를 크게 볼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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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토크 /사진=머니투데이

"사상 최대 실적이긴 한데, 앞으로 차주 지원한다는 내용을 더 중요하게 봐주세요"

"하반기 가장 집중할 부분은 리스크 관리입니다"

기업이 실적을 감춘다. 다음 스텝은 몸집 확대가 아니라 오히려 웅크리기다. 금융감독원이 지나친 이자 장사를 지적한 데 이어 횡령, 이상 해외송금 관련 검사 결과를 발표하자 금융사들이 보이고 있는 태도다. 요즘 금융권, 특히 은행들의 제1 목표는 '덜 맞기'로 보인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금융지주와 BNK·DGB·JB 등 3대 지방금융지주의 상반기 실적 발표가 전날(28일) 모두 완료됐다. 하나금융그룹을 제외한 7개 금융지주가 반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 기업으로서 6개월 동안의 경영 성과를 과시할 법도 하다. 그러나 오히려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한 금융지주 임원은 "재무 기법을 통해 실적을 일부 하향 조정해야 하지 않느냐는 논의가 있었다"고 말할 정도다. 또다른 관계자는 "발표 자료에서 '사상 최대 순이익'이라는 표현을 빼자는 데 이견이 없었다"고 했다. 대신 지주들은 향후 취약 차주를 지원하겠다는 선언을 약속들이나 한 듯 실적 자료에 내걸었다.

금감원을 필두로 한 정부·여당의 시선 때문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달 20일 은행권을 향해 "금리 상승기 지나친 이익 추구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며 이자 장사를 경고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과도한 예대금리차(예금과 대출금리 차이)'를 언급하며 은행권에 고통 분담을 당부했다.

이상 해외송금 관련 이슈도 금융지주들을 위축시키는 요인 중 하나다. 금감원의 검사 결과 신한·우리은행에서만 총 4조1000억원 규모의 이상 외환송금 거래 내역이 조사됐고, 의심되는 외환거래 규모는 7조원에 이르는 상황이다.이 원장은 전날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여러 시중은행에서 유사한 형태의 거래가 다발적으로 발생했다"며 "여러 불법적 요인이 있었다고 강하게 추정한다. 검사 범위를 광범위하게 확대하겠다"고 했다.

아울러 이 원장은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등이 제기한 DLF(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 징계 취소 행정소송과 관련해서도 "최대한 승소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손 회장이 제기한 중징계 취소 행정소송 1심, 2심 모두 패소했는데 상고 가능성을 시사한 셈이다. 이 원장은 "판례를 직접 읽고 있다"고도 강조했다.

금감원은 또 지난 26일 우리은행 횡령 관련 검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상 해외송금과 횡령 모두 금감원은 내부통제에 심각한 결함이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횡령 관련 금감원은 지주 회장, 은행장 등 대표이사(CEO)에 대한 징계 가능성을 열어뒀다.

사상 최대 실적에도 불구하고 은행권이 '눈치'를 크게 볼 수밖에 없는 이유다. 금융권 일각에선 새 정부 출범 초기 금융당국의 '기강 잡기' 강도가 과도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금감원의 책임을 이야기하는 의견도 있다. 우리은행 횡령이 시작된 2012년부터 최근까지 금감원은 우리은행을 11차례 검사했지만 횡령 정황을 발견하지 못했다. 이상 해외송금 관련해서도 금융정보분석원(FIU)이 모든 이상 거래를 걸러낼 수 없다고만 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횡령과 이상 해외송금에 대해선 할 말이 없지만 당국의 감독 미숙에 대한 책임도 적지 않다"며 "결과적으로 사후제재와 업계에 대한 지적 보다는 어떻게 하면 사전에 사고를 예방하는 체계를 확립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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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준 기자 awardk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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