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직은 고졸 초봉 4500만원 넘어도 지원 없어.. 6개월이면 절반 퇴사"
지방 업체들은 1년내내 구인공고
경기도에 있는 중견 반도체 장비 제조업체 A사는 생산라인에서 일할 작업자를 구하기 위해 몇 개월째 계속 구인 공고를 내고 있다. 학력 제한이 없어 고졸이어도 각종 수당을 포함하면 초봉이 4500만원을 넘지만 지원자가 없다. 문제는 기존 젊은 직원들이 줄줄이 퇴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24시간 설비를 가동해야 하기 때문에 생산직은 교대로 야간 근무를 해야 하는데, ‘밤낮이 바뀌면 개인 여가 활동을 제대로 즐길 수 없다’는 이유로 그만둔다고 한다. 회사 관계자는 “만성적인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고, 어렵게 신입 직원을 구해도 6개월이면 절반이 그만둔다”고 했다.
중견·중소기업 상당수는 나쁘지 않은 조건을 내걸고도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 지방 상황은 더 나쁘다. 충남 보령의 B 금속가공업체는 지난달 17일 생산직 구인 공고를 냈지만 사람을 구하지 못해 지난 7일 다시 공고를 냈다. 신입사원 초봉은 4600만원 수준. 회사 관계자는 “지방에 공장이 있는 회사들에 인력난은 이제 당연한 일이 됐다”며 “겨우 한 명 뽑아도 금방 나가버리니 1년 내내 구인 공고만 올리고 있다”고 했다.
전북의 한 제조업체는 작년 7월부터 20억원을 투자해 기존에 없던 제품을 만들 수 있는 설비를 갖췄다. 제품 수주도 받았고, 관리 직원도 채용했지만 생산직 10명을 뽑지 못하고 있다. 지난 1월 고용노동부 워크넷에 채용 공고를 올렸지만 찾는 사람이 없다. 공장 관계자는 “어쩌다 지원하는 사람은 사무직만 원한다”며 “기존 생산직 직원들에게 더 많은 일을 맡기는 것도 한계가 있어 걱정”이라고 했다.
한국고용정보원의 지난해 9월 조사에서 중소기업들은 구인난에 시달리는 주요 원인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차이’(37.6%), ‘청년의 높은 취업 눈높이’(23%), ‘MZ세대의 가치관’(10.9%) 등을 꼽았다. 중소기업 외면 현상은 날이 갈수록 더 심해지고 있다. 청년층에선 중소기업뿐 아니라 대기업 취업마저 기피하는 기류도 일부 나타나고 있다. 스타트업에 취업하거나 스스로 창업하는 것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는 것이다. 고려대 졸업 후 창업을 한 김모(26)씨는 “대기업에 가면 경직된 조직 문화 속에서 톱니바퀴로 일하지만, 창업하면 내가 열심히 한 만큼 보상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