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봉사하는 자녀들의 미래가 밝은 이유

이용성 국제부장 2022. 7. 30. 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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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성 국제부장

경기도 한강변 ‘읍(邑)단위’ 지역으로 이사한 지 5년이 좀 넘었다. 처음 3년 동안 아파트단지, 인근 한강공원과 마트, 출퇴근 때 이용하는 전철역이 전부인 줄 알고 살았다.

그러다 어떤 계기로 성당을 통해 생전 처음 지역사회 봉사활동 하게 됐다. 한 달에 두 번 함께 모여 반찬을 만들거나 공산품을 구입해 관내 도움이 필요한 분들께 배달하는 게 주된 활동이다.

봉사 참여 횟수가 늘면서 이전에 늘 오가며 보던 아파트와 한강공원, 대형마트, 전철역 뒤로 소외된 이웃들의 고단한 삶의 현장이 숨어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러면서 비로소 내가 사는 지역의 ‘온전한’ 모습을 알게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온전한 모습을 안다는 게 왜 중요할까. 좋은 것만, 보고 싶은 부분만 보고 살아도 괜찮지 않을까? 그런데 어떤 대상을 온전한 모습으로 바라보거나 이해하지 못해 문제가 되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다.

정치인이나 관료가 어떤 사회 현상이나 문제를 온전하게 인지하고 받아들이지 못하면 효과적인 정책을 수립할 수 없다. 장님 코끼리 만지듯 저마다의 위치에서 보이는 부분만 가지고 문제 해결을 모색한다면 소모적인 정쟁(政爭)을 피하기 어려워진다.

시장과 소비 트렌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출시하는 제품과 서비스는 실패할 가능성이 클 수밖에 없다. 그런 상태에서 내리는 투자 결정도 마찬가지다. 학자도 예외는 아니다. 연구 대상을 온전히 파악하지 못하고 내놓은 논문이나 보고서는 오류로 점철되기 십상이다.

세상을 온전한 모습으로 보려면 먼저 세상 속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런데 그게 말처럼 쉽진 않다. 학창시절에는 입시에, 이후에는 업무에 치어서 오래 퇴적된 편안한 껍질을 깨고 밖으로 나오는 경험은 점점 더 하기 힘들어진다.

자녀가 미래를 위해 다양한 경험과 인맥을 쌓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부모들은 많다. 그런데 실제로는 ‘균질(均質)한 집단 속 나름의 다양함’을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AI(인공지능)·빅데이터 기반 알고리즘에 따라 운영되는 소셜미디어의 확산으로 자신의 가치관이나 신념에 부합하는 정보에만 주목하고 그 외의 정보는 무시하는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도 강해졌다.

사회봉사는 그런 굴레를 벗어나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히고 ‘AI 시대’를 헤쳐나갈 든든한 기반이 될 공감 능력과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우도록 돕는 지렛대 역할을 할 수 있다. 갈수록 불확실성이 커져가는 시대를 살아가는 자녀가 분야를 막론하고 리더로 성장하길 원한다면 어린 시절 사회봉사 경험은 좋은 출발점이다. 자녀들의 미래에 여러모로 도움이 된다.

우선 일상에서 당연한 듯 누리고 있는 것들의 진정한 가치를 깨닫고 감사하며 자족하도록 이끈다. 또, 인생 앞에 겸손하고 겸허한 마음을 갖게 한다. 도움이 필요한 이웃 중에는 가난을 대물림한 경우도 있지만, 순간의 실수나 판단 착오로 어려움에 처한 분들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경제적으로 어렵다고 꼭 불행한건 아니다. 때로는 어려운 이웃들의 친절한 미소와 작은 나눔, 감사하고 자족하며 사는 모습에서 깨달음과 위안을 얻는다. 또, 누군가에겐 대단치 않은 시간과 물질의 나눔이 다른 누군가에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깨달음은 자녀의 미래를 위한 값진 사회경제적 통찰이다.

사회봉사 경험을 통해 느낄 수도 있는 불편함과 문제의식은 창의력과 사명감, 공감능력을 자극하는 자양분이 될 것이다. ‘불편함은 최고의 창업 아이템’이란 말도 있다. 일상에서 느낀 불편함이 창업 성공으로 이어진 경우는 셀 수 없이 많다. 우버와 에어비앤비가 대표적이다.

우버를 창업한 트래비스 칼라닉은 프랑스 파리의 한 콘퍼런스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30분 넘게 택시를 기다리다가 사업 아이템을 떠올렸다. 교통 체증과 부족한 주차 공간 등 생활 속 불편함이 세계 최대 차량 공유 서비스 탄생의 원동력이 된 것이다.

에어비앤비의 공동 창업자 브라이언 체스키와 조 게비아는 1만명이 넘게 참가한 샌프란시스코의 한 디자인 컨퍼런스에서 호텔 방이 턱없이 부족한 것을 보고 ‘집을 잠시 비워야 하는 사람과 임시로 방이 필요한 수요자를 연결시키는’ 숙박시설 공유업에 대한 영감을 얻었다.

사회봉사 활동이 입시에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다.

하버드대와 프린스턴대를 비롯한 미국 아이비리그 명문대 입시에서는 학점(GPA)과 미국 수능 시험인 SAT에서 모두 만점을 받아도 합격을 장담할 수 없다. 경쟁이 워낙 치열하기도 하거니와 비(非)학업적 요인들에 대한 평가가 30% 정도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시회봉사도 포함된다.

세계 1위 경제대국 미국의 미래를 이끌어갈 리더들의 산실인 이들 대학이 ‘지역사회나 소외계층에 대한 꾸준하고 의미있는 봉사’에 가산점을 주는 이유는 뭘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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