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비대위 체제로 가닥.. 권성동은 원내대표직 유지
국민의힘 배현진 최고위원이 29일 “여당이 국민의 기대감을 충족시키지 못했다”며 최고위원직을 사퇴했다. 권성동 원내대표가 ‘당원권 6개월 정지’ 징계를 받은 이준석 대표를 대신해 지난 11일 대표 직무대행을 맡은 지 18일 만에 당 지도부가 다시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당내에선 “이참에 지도부를 전원 교체하고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비대위 체제에 신중론을 폈던 권 대행은 이날 밤 본지 통화에서 “최고위원 전체 7명 가운데 4명 이상이 사퇴해 비대위 요건이 되면 비대위로 가는 것”이라며 “내가 여기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배 최고위원에 이어 주말 사이에 조수진, 윤영석 최고위원이 사퇴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준석 대표와 가까운 정미경·김용태 최고위원은 사퇴 불가 입장이지만, 성일종 정책위의장이 사퇴하면 현 지도부가 물러나고 비대위로 전환하게 된다. 비대위원장에는 정진석 국회부의장과 함께 주호영 의원 등이 거론된다. 비대위는 임시 지도부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은 차기 당대표 등 공식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를 해야 하고, 그 시기는 이르면 9월이 검토되고 있다.
배 최고위원은 이날 사퇴 입장을 밝히면서 “마땅히 책임져야 하고 끊어내야 할 것을 제때에 끊어내지 않으면 더 큰 혼란이 초래된다고 생각한다”면서 “지도부 일원으로서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 드려야 할 때”라고 했다. 이후 박수영 의원 등 국민의힘 초선들이 비대위 체제 전환을 요구하는 ‘연판장’을 당 지도부에 전달했다. 연판장에 이름을 올린 초선은 32명으로, 초선 전체 63명의 과반에 해당한다. 그러나 반대쪽에선 “마땅한 비대위원장 후보도 없는 상황에서 권 대행이 내려오면 당내 혼란만 커질 수 있다”고 했다.
권 대행은 이날 본지 통화에서 “비대위 요건에 맞으면 비대위로 가는 것”이라며 “요건은 ‘최고위 기능 상실’이니 최고위원 과반인 4명이 사퇴하면 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내가 최고위원들이 사표 내는 것이나 비대위 전환 자체를 반대하는 게 아니다”면서 “요건 맞으면 비대위로 가고, 나는 원내대표만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원내대표 역할에 집중하고 싶은 게 나의 솔직한 마음”이라고 했다.
앞서 권 대행은 배 최고위원 사퇴 직후에는 “비대위 전환과 관련해 당 기획조정국의 유권 해석을 받아봐야 할 것 같다”며 신중론을 폈다. 그러다 조속한 비대위 전환 필요성을 주장한 초선 의원들의 연판장을 받은 뒤, ‘요건에 맞으면’ 비대위 전환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한 것이다.
국민의힘 당헌은 당대표가 궐위되거나 최고위원회의 기능이 상실됐을 경우 비대위를 설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준석 대표의 6개월 당원권 정지 징계는 ‘궐위’가 아닌 ‘사고’로 이미 정리가 됐다. 남은 ‘최고위 기능 상실’ 규정만 충족하면 비대위 전환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강성 친윤계에선 “최고위 과반이 무너지면 의결이 불가능해 사실상 최고위 기능이 상실된 것”이란 입장이다.
국민의힘 차기 당권 주자로 꼽히는 김기현·안철수 의원의 입장은 다소 엇갈렸다. 김 의원은 페이스북에 “지도 책임을 진 사람에게 선당후사는 어떤 경우에도 반드시 지켜야 할 기본 원칙”이라며 “비상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비상조치’ 언급은 비대위 전환을 촉구한 것이다. 그러나 안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준석 대표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는 직무대행 체제로 갈 수밖에 없다”며 “당헌에 지금 직무대행 체제로 되어 있고, 의총에서 결의가 됐다”고 했다.
일각에선 당 내홍을 수습하기 위해 주말 동안 윤 대통령과 권 대행, 친윤계 핵심들이 어떤 식으로든 소통을 할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당 관계자는 “권 대행도 이른바 원조 ‘윤핵관’이고 강성 친윤들도 ‘대통령의 뜻을 따른다’고 말하고 있다”며 “결국 주말 동안 ‘윤심(尹心)’이 어떻게 작용하느냐가 관건이 아니겠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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