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대만해협의 평화 해치지 말라”, 시진핑 “불장난하면 반드시 타 죽는다”
우크라 전쟁 등도 입장차만 확인
향후 대면회담 일정 조율하기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4개월 만에 이뤄진 전화 통화에서 대만 문제를 두고 거친 설전을 벌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만해협의 일방적 현상 변화 시도에 강력히 반대한다”고 밝혔고, 시 주석은 “불장난하면 불에 타 죽는다”는 거친 표현으로 맞섰다.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다섯 번째인 이번 통화에서 두 정상이 이견(異見)만 재확인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28일(현지 시각) 미 백악관에 따르면 두 정상은 이날 137분 동안 통화했다. 통화 내용은 중국 측이 먼저 발표했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시 주석은 “우리는 대만 독립과 분열, 외부세력의 간섭을 결연히 반대하며, 대만 독립 세력에게 어떤 형태의 공간도 남기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중국의 국가 주권과 영토의 완전성을 결연히 수호하는 것은 14억여 중국 인민의 확고한 의지”라며 “민심은 저버릴 수 없으며, 불장난을 하면 반드시 불에 타 죽는다”고 경고했다.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할 것이라는 언론 보도가 나오자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인 것이다. 시 주석은 앞서 지난해 11월 바이든 대통령과 영상 정상회담에서도 ‘불장난’이란 표현을 썼다.
백악관은 중국 정부 발표가 나온 지 2시간쯤 뒤 보도자료를 내고 “미국은 현 상태를 일방적으로 바꾸려는 시도나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훼손하려는 것에 강하게 반대한다”는 바이든 대통령 발언을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노동자 등에게 악영향을 주는 중국의 불공정한 경제 관행 문제에 대한 우려도 밝혔다. 다만 그는 “‘하나의 중국’에 대한 미국의 지지를 재확인한다”고 했다. 바이든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이날 전화 브리핑에서 “미국과 중국은 대만 문제에 대해 입장 차가 있으나 지난 40년간 이를 잘 관리해 왔다”는 두 정상의 발언을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 여부를 두고 긴장이 고조되자 백악관이 (미·중 갈등) 수위를 낮추기 위해 특히 우려하는 모습”이라고 했다.
두 정상은 우크라이나 전쟁 문제 등도 논의했지만, 입장 차만 확인했다고 미 언론은 전했다. 다만 두 정상은 향후 대면 회담을 하기로 하고 구체적 일정을 조율하기로 합의하는 등 대화 채널을 유지하기로 했다. 백악관은 “두 정상은 실무진에게 기후 변화와 보건, 안보 문제 해결 등 이날 통화 내용의 후속 협의를 진행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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