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반도체 동맹' 속도 내는 일본·대만, 뜸들이다 때 놓치면 큰일

조선일보 2022. 7. 30. 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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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최태원 SK 회장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가진 화상 회담에서 미국과의 반도체 공동 연구개발, 메모리 반도체 첨단 패키징 제조 시설 등에 220억달러를 추가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사진은 회담 후 바이든 대통령이 백악관 정원에 있는 최 회장 일행을 향해 손을 흔드는 장면. /조 바이든 대통령 트위터

미국이 양자(量子) 컴퓨터 등에 쓰일 차세대 최첨단 반도체 양산을 위한 공동 연구 파트너로 일본을 선택했다. 이를 위해 일본은 연내에 차세대 반도체 개발 센터를 설치하고, 10년간 1조엔(약 10조원)을 투자해 제조 라인을 구축할 계획이라고 일본 언론은 보도했다. 29일 미·일 경제정책 협의회에서 합의한 이 프로젝트엔 미 국립반도체기술센터(NSTC)도 참여할 예정이라고 한다.

미국이 자국 중심 반도체 공급망 구축을 위해 한국·일본·대만에 이른바 ‘칩4′ 반도체 동맹을 제안했는데, 그중에서도 일본과 가장 먼저 파트너십을 맺고 나선 것이다. 미국 중심의 반도체 공급망 재구축에 협조적인 일본에 미국이 첨단 기술 협력으로 화답한 셈이다. 40여 년 전 미국의 견제 탓에 메모리 반도체 주도권을 한국 등에 빼앗긴 일본은 ‘칩4′ 동맹을 반도체 산업 부활의 다시 없는 기회로 여기고 적극적인 참여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칩4′ 동맹 가입 의사를 분명히 한 대만도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증설하는 한편 일본에도 반도체 공장과 연구 개발 센터를 짓는 등 미·일·대만 삼각 협력 체제 구축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한국은 삼성전자가 미국에 파운드리 공장을 추가로 짓고, SK하이닉스가 반도체 연구·개발 공동 투자를 약속하는 등 기업 단위에선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정부 차원에선 중국의 반발을 의식해 칩4 동맹 참여 의사 표명을 미루고 있다. 그러는 사이 메모리 분야 세계 1위 한국 반도체의 기술 우위를 위협하는 소식이 잇따라 들려오고 있다. 미국 마이크론은 세계 최초로 232단 낸드 메모리 양산에 성공했다. 중국 반도체 기업 SMIC가 7나노 반도체 공정을 완성했다는 뉴스도 나왔다.

미국은 반도체 개발·설계 분야의 압도적 기술력을 바탕으로 여전히 세계 반도체 산업의 주도권을 쥐고 있다. 대만은 파운드리 분야 세계 1위, 일본은 반도체 소재·장비 분야에서 세계 최고 경쟁력을 갖고 있다. 이들과 협력하지 않고 차세대 반도체의 미래를 그리기 어렵다.

한국이 취약한 반도체 설계, 시스템 반도체 분야는 미국과 협력해 경쟁력을 높이고 범용 메모리 반도체는 일본과도 제휴를 검토해 볼 수 있다. 정부가 기업들과 머리를 맞대고 범국가적 반도체 전략을 짜내야 한다. 반도체 수출의 60%(홍콩 포함)를 차지하는 중국의 보복을 초래하지 않도록 다양한 채널로 중국과 상생하는 해법을 찾는 것도 정부가 해야 할 역할이다. 신중해야 하지만, 너무 좌고우면하다 때를 놓치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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