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파방송 바로잡기인가, 언론탄압인가.. 노사갈등으로 번지는 TBS 조례안

최인준 기자 2022. 7. 30.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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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주말]
(서울=뉴스1) 송원영 기자 = 서울시 미디어재단 TBS 노조와 전국언론노동조합 TBS 지부 노조원들이 21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앞에서 'TBS 폐지조례안 철회 및 이강택 TBS 대표 사퇴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2.7.21/뉴스1

‘시보완박(시사 보도 완전 박탈).’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회 의원들이 최근 TBS(교통방송)에 대한 서울시 예산 지원을 막는 조례안을 2호 조례안으로 발의하자 진보 진영을 중심으로 나오기 시작한 말이다. TBS 예산 지원 폐지 목적이 정치 편향 방송으로 논란이 된 방송인 김어준씨를 TBS에서 몰아내기 위한 것이라며, 올 초 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 빗대 표현한 것이다. 이 조례안은 이제 막 발의된 상태이지만 6·1 지방선거로 서울시의회 다수석을 차지한 국민의힘이 밀어붙이고 있어 통과는 시간문제라는 게 중론. 그러나 TBS 민영화, 기존 직원 고용 문제 등 복잡한 현안이 걸려 있어 예상보다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TBS 내부에선 서울시 출연금이 중단될 위기에 처하자 노조에서 이강택 TBS 대표 사퇴를 요구하는 등 노사갈등이 커지고 있다.

노조는 이강택 대표 사퇴 요구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 75명이 지난 4일 발의한 TBS 조례안은 서울시가 그동안 TBS에 해오던 재정 지원을 끊는 것을 골자로 한다. 1992년 설립된 TBS는 30년 가까이 서울시 산하 기관으로 운영되다가 2020년 별도 재단 법인으로 독립했다. 대신 서울시가 매년 일정 금액을 TBS에 출연한다. 지난해 서울시의 TBS 지원 규모는 370억원으로 연간 운영 예산의 70%가 넘는 금액. TBS는 방송통신위원회 규정에 의해 상업 광고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서울시 지원이 끊길 경우 방송 제작이 어려워진다. 이 때문에 TBS 측은 “현대판 분서갱유”라며 조례 입법 추진에 반발하고 있다.

반면 TBS 노조는 TBS 지원 폐지 조례를 발의한 서울시의회에 ‘언론 탄압 중단’을 요구하는 동시에 이강택 대표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TBS노조(제1노조)와 언론노조 TBS지부(제2노조)는 지난 21일 집회를 통해 “이 대표가 정무적 판단을 하지 못해 위기를 만들었음에도 정치적 신념에 빠져 회사를 위태롭게 한다”며 “서울시·시의회와 소통할 수 있게 비켜주는 것이 (대표의) 마지막 소임일 것”이라고 밝혔다.

TBS 조례안은 노사 갈등에 이어 정치 갈등으로도 번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6일 ‘국민의힘 정치권력에 의한 공영미디어 장악과 ‘TBS 죽이기’를 반대하는 국회의원 77명 일동’ 명의로 성명을 내고 “(TBS 폐지 조례안이) 공영미디어 장악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어준에 고액 출연료 지급하는 TBS

국민의힘이 TBS 지원을 끊는 조례안을 밀어붙이는 초강수를 둔 것에 대해 정치권 안팎에선 “편파방송 논란을 끊임없이 야기해온 김어준을 내보내기 위한 조치 아니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친문 성향인 김씨는 ‘뉴스공장’을 통해 천안함 피격 사건을 왜곡하거나 세월호 침몰설을 제기하는 등 다양한 음모론을 주장해 왔다. 최근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집무실 이전 관련 통계를 인용하며 서울 지역 반대 여론이 39%인데 60%가 넘는다는 식으로 왜곡 방송을 해 또 한번 논란이 됐다.

이런 김씨에게 고액의 출연료를 지급하는 TBS에 더이상 예산을 지원할 수 없다는 논리. 당 차원에서도 김어준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오 시장 당선 후 첫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은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편향된 방송이라고 비판하며 “보조금을 줄이든지 자르든지 해야 한다. 변화 없이 내버려 두고 있는 걸 보면 답답하다”고 비판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최근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김씨의 허위·날조 보도에 대해 봐주기 결정을 했다고 판단되면 업무방해로 (방심위를) 고발할 것”이라고 했고, 박성중 의원은 “김어준씨의 근거 없는 허위 주장이 계속되고 있다. 하루 빨리 사퇴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올해 시 예산안에서 TBS 출연금을 전년도(375억원)보다 100억원 넘게 삭감하겠다고 했다가 민주당과 TBS 반발로 55억원 삭감으로 결정했다. 오 시장은 지난 6·1 지방선거를 전후해 “TBS는 교통방송으로서 수명과 기능을 다했다. 교육방송 등으로 재편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정치적 부담만 커질 수도”

문제는 TBS 예산 지원을 하루아침에 끊을 경우 정치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김씨가 진행하는 라디오,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온 노영희 변호사는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어준씨는 절대 스스로 물러나지 않을 것이고, 오히려 퇴출되는 모양새를 원할 것 같다”며 “김어준 입장에서야 퇴출됐다고 해서 이름 없는 유튜버로 전락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투사’의 이미지를 갖게 되고 ‘현 정권에 저항하는 잔다르크’처럼 여겨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논란을 의식한 듯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은 TBS 조례안 추진에 대해 “김어준 방송과는 무관한 입법”이라며 선을 긋고 있다. 김현기 서울시의회 의장은 “스마트폰, 내비게이션으로 지도를 보는 세상에 교통방송이 제 역할과 기능을 제대로 못 하고 있다”며 “(조례 입법은) 납세자이자 TBS 최대 주주인 서울 시민의 목소리를 반영한 행정적 조치이지 정치적 목적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TBS 조례안을 대표 발의한 국민의힘 최호정 의원도 본지 통화에서 “정치적 부담이 무서워서 TBS 개혁을 피할 수는 없다”고 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TBS에 대한 서울시의 지원 중단 시기를 늦추거나 지원금을 순차적으로 줄여가는 방향으로 조례안 수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정치 평론가는 “지금이라도 공청회 등을 통해 조례안의 TBS 예산 지원 범위에 대한 다양한 목소리를 수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러스트=김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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