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멈춘, 생명의 초록융단.. 영혼마저 빠져나올 수 없다
글·사진 창녕=안영배 기자·철학박사 2022. 7. 30. 03:01
[여행이야기]물과 불 기운 조화 이룬 창녕
가야 소녀의 넋 깃든 송현동고분군
화왕산 불기운 막아주는 우포늪
부곡온천에서 여행의 피로 싹
가야 소녀의 넋 깃든 송현동고분군
화왕산 불기운 막아주는 우포늪
부곡온천에서 여행의 피로 싹
《경남 창녕에는 ‘메기가 하품만 해도 물이 넘쳐나는’ 우포늪과 ‘큰불이 나야 이듬해 풍년이 든다’는 속설로 유명한 화왕산이 있다. 우포늪 물기운과 화왕산 불기운이 조화를 이뤄 부곡온천 같은 온천수가 풍성하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그리고 더 먼 시절에는 이곳에서 가야의 신비한 역사가 펼쳐졌는데….》
○비화가야의 순장 소녀 ‘송현이’길
아담한 키(153.5cm), 가느다란 허리(21.5인치), 동그스름하며 귀여운 얼굴의 소녀. ‘송현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 소녀는 16세 나이에 주인과 함께 순장됐다가 1500여 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부활한 가야 여성이다. 창녕 송현동고분군에서 발굴된 인골을 이용해 첨단기술로 복원해낸 송현이의 국적은 ‘비화가야’. 옛날 불사국(不斯國), 비사벌(比斯伐) 등으로 불리던 창녕 지역의 가야 소국이다. ‘불’ 혹은 ‘빛’을 연상시키는 옛 이름답게 창녕의 주산은 불기운이 왕성한 화왕산(火旺山·756.6m)이다. 창녕읍에서 바라보면 산 정상이 불꽃처럼 솟구친 모습이어서 ‘불뫼’라고도 불린다. 비화가야 지배층은 주산(화왕산) 서쪽 여러 산등성이를 따라 200여 기의 무덤을 조성했다. 교동(창녕읍 교리) 쪽 산줄기엔 교동고분군이 자리 잡고 있고, 송현동(창녕읍 송현리) 쪽 산줄기를 따라서는 송현동고분군이 있다. 교동과 송현동고분군(사적 제341호)은 현재 다른 6개 지역 가야 고분군과 더불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앞두고 있다.
송현이는 송현동고분군 15호분 주인공의 시녀로 추정된다. 잘 다듬어진 고분 산책로를 따라 송현이의 ‘고향집’에 다다랐다. 송현동고분군은 낙타 등처럼 생긴 크고 작은 고분들이 창녕 시내 쪽으로 뻗어 내리면서 들어선 형태다. 전망 포인트에 올라서니 봉긋한 무덤 윤곽선을 따라 창녕읍 시내가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진다. 무덤이 망자의 공간이라는 사실을 잊게 할 정도로 주변 경관과 자연스럽게 어울린다. 평지에 조성된 경주 고분들과는 다른 느낌과 분위기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사진 촬영 명소인 이곳은 가야 사람들의 터 잡기 감각을 체험할 수 있는 현장이기도 하다. 가을 억새초원과 임진왜란 당시 곽재우 장군이 지키던 산성으로 유명한 화왕산 정상을 오르지 않더라도 이곳 쉼터에 앉아 화왕산의 맑은 기운을 오롯이 느껴볼 수 있다.
송현이는 송현동고분군 15호분 주인공의 시녀로 추정된다. 잘 다듬어진 고분 산책로를 따라 송현이의 ‘고향집’에 다다랐다. 송현동고분군은 낙타 등처럼 생긴 크고 작은 고분들이 창녕 시내 쪽으로 뻗어 내리면서 들어선 형태다. 전망 포인트에 올라서니 봉긋한 무덤 윤곽선을 따라 창녕읍 시내가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진다. 무덤이 망자의 공간이라는 사실을 잊게 할 정도로 주변 경관과 자연스럽게 어울린다. 평지에 조성된 경주 고분들과는 다른 느낌과 분위기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사진 촬영 명소인 이곳은 가야 사람들의 터 잡기 감각을 체험할 수 있는 현장이기도 하다. 가을 억새초원과 임진왜란 당시 곽재우 장군이 지키던 산성으로 유명한 화왕산 정상을 오르지 않더라도 이곳 쉼터에 앉아 화왕산의 맑은 기운을 오롯이 느껴볼 수 있다.
송현동고분군 지척에 있는 교동고분군도 가야인들의 독특한 풍수적 안목이 도드라진 곳이다. 대형 무덤을 중심으로 중소형급 무덤들이 아기자기하게 들어선 모습인데, 왕릉 규모의 큰 무덤은 대체로 명당 혈(穴)에 둥지를 틀고 있다.
교동고분 바로 옆에 위치한 창녕박물관에는 고분 축조 과정을 보여주는 디오라마, 고분에서 출토된 토기와 금공예품 등 각종 유물, 왕릉급 무덤을 재현해 놓은 전시 공간 등이 있다.
교동고분 바로 옆에 위치한 창녕박물관에는 고분 축조 과정을 보여주는 디오라마, 고분에서 출토된 토기와 금공예품 등 각종 유물, 왕릉급 무덤을 재현해 놓은 전시 공간 등이 있다.
창녕군에서는 창녕박물관을 기점으로 송현이를 기리는 ‘송현이길’(약 4km)까지 조성해 놓았다. 창녕박물관∼송현동고분∼송현동 마애여래좌상∼만옥정공원(창녕객사 및 진흥왕척경비)∼창녕석빙고∼명덕수변공원∼창녕향교∼교동고분∼창녕박물관의 순환 코스로 짜인 역사 산책길인데 2시간 정도면 한 바퀴 돌아볼 수 있다. 시내 중심에 석굴암과 고분들이 들어서 있는 게 마치 경북 경주와 비슷한 분위기다. 이 때문에 창녕을 ‘제2의 경주’라고도 부른다.
무더위에 송현이길을 산책할 때는 명덕수변공원을 빼놓을 수 없다. 규모가 비록 크지 않지만 호수 위를 걷는 덱, 호수의 반영(反影), 멋스러운 카페 등 도심 속 오아시스 같은 풍광 속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 창녕 우포늪에서 만난 초록 융단
화산 폭발로 생성된 화왕산과 짝을 이루는 우포늪(2.505km²)은 1억4000만 년 전에 생긴 국내 최대의 내륙 습지이자 대표적인 철새 도래지다. 우포늪은 화왕산에서 발원한 토평천이 낙동강으로 유입되기 전 쉬어가는 늪지대다. 서울 광화문의 해태상이 관악산의 화기를 막는 역할을 하듯이, 우포늪은 화왕산의 불기운을 제어하는 자연 방호벽이라는 풍수설도 있다.
우포늪은 국제적으로도 그 중요성을 인정받아 1998년 람사르 협약에 따라 보호습지로 등록된 데 이어, 2018년에는 세계 최초로 람사르 습지도시로 인증받았다.
우포늪은 여러 곳의 늪지를 합쳐 놓은 곳이다. 가장 큰 면적의 우포(소벌)를 비롯해 목포(나무벌), 사지포(모래벌), 쪽지벌, 복원습지인 산밖벌로 이루어져 있다. 각 늪지는 저마다 독특한 아름다움을 뽐낸다. 우포는 겨울 철새 도래지로 유명하고, 사지포는 연꽃이 출중하고, 목포는 늪에 뿌리를 내린 버드나무가 운치 있고, 쪽지벌은 가시연꽃이 신비한 자태를 연출한다.
우포늪을 산책할 수 있는 둘레길도 잘 조성돼 있다. 우포늪생태관∼제1전망대∼숲 탐방로 1길∼생태관으로 되돌아오는 1km(30분) 짧은 코스를 비롯해, 우포늪 생명길을 탐방하는 8.4km(3시간) 코스, 우포 출렁다리와 산밖벌까지 탐방하는 9.7km(3시간 30분) 코스가 있다.
보통은 남녀노소 부담 없이 우포늪을 즐길 수 있는 우포늪 생명길을 많이 찾는다. 보도로 뚜벅뚜벅 걷거나 자전거를 이용해 쉽게 둘러볼 수도 있다. 여름 무더위에 찾은 우포늪은 흘린 땀을 충분히 보상해줄 만큼 멋지다. 날씨가 더워지면서 그간 모습을 감추었던 마름, 자라풀, 생이가래, 개구리밥 등 수생식물들이 깨어나 늪 전제를 초록 융단으로 깔아놓은 듯하다. 그 위로 새들이 유유히 날아다니는 모습도 운치 있다. 운이 좋으면 국제적 보호종인 따오기를 만날 수도 있다.
○ 창녕 우포늪에서 만난 초록 융단
화산 폭발로 생성된 화왕산과 짝을 이루는 우포늪(2.505km²)은 1억4000만 년 전에 생긴 국내 최대의 내륙 습지이자 대표적인 철새 도래지다. 우포늪은 화왕산에서 발원한 토평천이 낙동강으로 유입되기 전 쉬어가는 늪지대다. 서울 광화문의 해태상이 관악산의 화기를 막는 역할을 하듯이, 우포늪은 화왕산의 불기운을 제어하는 자연 방호벽이라는 풍수설도 있다.
우포늪은 국제적으로도 그 중요성을 인정받아 1998년 람사르 협약에 따라 보호습지로 등록된 데 이어, 2018년에는 세계 최초로 람사르 습지도시로 인증받았다.
우포늪은 여러 곳의 늪지를 합쳐 놓은 곳이다. 가장 큰 면적의 우포(소벌)를 비롯해 목포(나무벌), 사지포(모래벌), 쪽지벌, 복원습지인 산밖벌로 이루어져 있다. 각 늪지는 저마다 독특한 아름다움을 뽐낸다. 우포는 겨울 철새 도래지로 유명하고, 사지포는 연꽃이 출중하고, 목포는 늪에 뿌리를 내린 버드나무가 운치 있고, 쪽지벌은 가시연꽃이 신비한 자태를 연출한다.
우포늪을 산책할 수 있는 둘레길도 잘 조성돼 있다. 우포늪생태관∼제1전망대∼숲 탐방로 1길∼생태관으로 되돌아오는 1km(30분) 짧은 코스를 비롯해, 우포늪 생명길을 탐방하는 8.4km(3시간) 코스, 우포 출렁다리와 산밖벌까지 탐방하는 9.7km(3시간 30분) 코스가 있다.
보통은 남녀노소 부담 없이 우포늪을 즐길 수 있는 우포늪 생명길을 많이 찾는다. 보도로 뚜벅뚜벅 걷거나 자전거를 이용해 쉽게 둘러볼 수도 있다. 여름 무더위에 찾은 우포늪은 흘린 땀을 충분히 보상해줄 만큼 멋지다. 날씨가 더워지면서 그간 모습을 감추었던 마름, 자라풀, 생이가래, 개구리밥 등 수생식물들이 깨어나 늪 전제를 초록 융단으로 깔아놓은 듯하다. 그 위로 새들이 유유히 날아다니는 모습도 운치 있다. 운이 좋으면 국제적 보호종인 따오기를 만날 수도 있다.
아이들과 함께 우포늪을 찾았다면 잠자리를 테마로 한 곤충체험학습관인 우포 잠자리나라를 들러볼 일이다. 잠자리 우화 장면, 수중에서의 잠자리 유충의 먹이 활동 등을 관찰할 수 있다. 한반도에는 총 11과 58속 123종의 잠자리가 있는데, 우포늪에만 10과 41속 73종의 잠자리가 서식하고 있다고 한다.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이며, 오후 4시까지 입장해야 한다. 어른 8000원 어린이 5000원.
○화왕산 불기운으로 데운 부곡온천
○화왕산 불기운으로 데운 부곡온천
화왕산 불기운과 우포늪 및 낙동강의 물이 만나 생겼다는 부곡온천에서 여행의 피로를 풀어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 부곡온천은 국내 최고 온도의 유황온천으로 1977년 국민관광지로 지정된 후 1970, 80년대 최고 호황을 누렸던 온천 관광지다. 2017년 국내 1호 워터파크 부곡하와이가 폐업한 이후에도 고품질의 온천수가 나와 여전히 성업 중인 곳이다.
부곡온천의 기원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려진 게 없다. ‘동국여지승람’(영산현조)에 “온천이 현의 동남쪽 17리에 있더니 지금은 폐했다”라는 기록이 있어서 오래전부터 온천이 존재했음을 추정할 수 있다.
지형이 가마솥처럼 생겼다고 해서 ‘부곡(釜谷)’이라 불린 마을에서 뜨거운 물이 솟아나는 우물이 있었는데, 전국 각지에서 옴 환자와 나병 환자 등 피부질환자들이 찾아와 치료를 했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말하자면 화왕산의 왕성한 불기운으로 가마솥(부곡)을 데우니 국내에서 가장 높은 수온인 78도의 온천수가 펑펑 솟아나와 환자들을 치료했다는 스토리다.
지금의 부곡온천은 고(故) 신현택 옹이 1972년 부곡면 거문리(원래 이름은 온정리·溫井里)에서 온천수(지하 63m)를 찾아낸 후 하루 6000t의 유황온천을 채수하면서부터다. 부곡온천 관광특구에는 호텔과 콘도, 골프장, 온천 분수대 등 온천을 기반으로 한 종합 휴양 시설과 다양한 온천장이 들어서 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가족만이 오붓하게 즐길 수 있도록 가족탕을 갖춘 객실들이 관광객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
부곡온천의 기원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려진 게 없다. ‘동국여지승람’(영산현조)에 “온천이 현의 동남쪽 17리에 있더니 지금은 폐했다”라는 기록이 있어서 오래전부터 온천이 존재했음을 추정할 수 있다.
지형이 가마솥처럼 생겼다고 해서 ‘부곡(釜谷)’이라 불린 마을에서 뜨거운 물이 솟아나는 우물이 있었는데, 전국 각지에서 옴 환자와 나병 환자 등 피부질환자들이 찾아와 치료를 했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말하자면 화왕산의 왕성한 불기운으로 가마솥(부곡)을 데우니 국내에서 가장 높은 수온인 78도의 온천수가 펑펑 솟아나와 환자들을 치료했다는 스토리다.
지금의 부곡온천은 고(故) 신현택 옹이 1972년 부곡면 거문리(원래 이름은 온정리·溫井里)에서 온천수(지하 63m)를 찾아낸 후 하루 6000t의 유황온천을 채수하면서부터다. 부곡온천 관광특구에는 호텔과 콘도, 골프장, 온천 분수대 등 온천을 기반으로 한 종합 휴양 시설과 다양한 온천장이 들어서 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가족만이 오붓하게 즐길 수 있도록 가족탕을 갖춘 객실들이 관광객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
글·사진 창녕=안영배 기자·철학박사 oj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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