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내부 총질’을 위한 변명

김은중 기자 2022. 7. 30. 03:0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는 언론사에 의해 수정되어 본문과 댓글 내용이 다를 수 있습니다.

지금 미국에서는 지난해 1월 6일 있었던 국회의사당 난입 사건을 놓고 ‘적폐 청산’이 한창이다. 핵심은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지지자 폭동에도 불구하고 백악관에 앉아 187분 동안 수수방관했다는 것. 진상 규명의 최전선에 딕 체니 전 부통령의 딸인 리즈 체니 연방 하원 의원, 트럼프 탄핵에 찬성했다 살해 협박을 받은 애덤 킨징어 의원이 있다. 두 사람 모두 트럼프 대통령과 같은 공화당 소속이라는 점 때문에 의회 청문회가 전국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문자메시지를 주고 받고 있다. 이 문자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대표가 바뀌니 달라졌습니다"라고 권 원내대표에게 문자를 보냈다. (공동취재사진) 2022.07.26. /국회사진기자단

정치권에서는 모두가 “네”라고 할 때 “아니오”라고 말하는 사람이 뉴스가 된다. 혜성처럼 등장해 ‘별의 순간’을 거머쥐는 스타도 거기서 나온다. 문재인 정부 압력에 굴하지 않고 조국 전 법무장관 일가를 수사해 ‘공정과 상식’이 트레이드 마크가 됐던 윤석열 대통령이 실증 모델이다. 가장 최근에는 무소속 양향자 의원이 여당이 제안한 반도체특위 위원장직을 수락하며 신선한 충격을 줬다. 또 더불어민주당이 정부의 경찰국 신설에 강력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27일에는 민주당 주철현 의원이 “통제 안 받는 경찰공화국을 꿈꾸냐”며 처음으로 찬성의 목소리를 내 화제가 됐다.

정치인이 개인의 양심을 지키는 대신 소속 정당과 지지자들의 바람을 거스른 대가는 혹독하다. 공화당 텃밭인 와이오밍주가 지역구인 체니 의원은 올해 8월 예비선거에서 생환(生還)이 불투명하고, 킨징어 의원은 재선을 포기한 상태다. 양향자 의원은 민주당에서 제명된 지 1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문자 폭탄’에 시달린다고 한다. 주철현 의원 페이스북에는 “검찰 출신이면 윤석열에게 빌붙어라” “창피하니 국힘으로 가라”는 악플이 달리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신파들이 끊이지 않는 건 다양한 의견을 존중하는 다원주의가 ‘초록이 동색’인 집단 사고보다는 나을 거란 믿음 때문이다. 이런 철학은 27일 공식 출범한 국민통합위원회 면면에도 녹아있다. 민간 위원 중에는 윤 정부에 비판적인 좌파 성향 경제학자도 있고, 민변 출신으로 민주당 이재명 의원을 노동·인권 모임에 끌어들여 ‘의식화’했다는 전직 의원도 포함됐다. 김한길 위원장은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다른 목소리가 하나로 모이는 과정이 통합”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대표’라고 표현한 텔레그램 메시지가 26일 카메라에 포착됐다. 대통령실이 “오해가 없기를 바란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그것과 상관없이 정국을 강타하고 있다. 결국 모두가 “네” 할 때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의 소중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윤 대통령이 행동으로 보여주는 수밖에 없게 됐다. 국정 운영에서 여야·좌우·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비판적 목소리를 존중하며 ‘내부 총질’이란 표현이 빈말이었음을 증명해 보이는 것이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