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미분양 한달새 25% 급증.. "집 사는 사람이 없다"
금리 너무 올라 새 집 장만 포기
전국 전·월세 거래량은 35% 늘어
월세 비율 처음으로 50% 넘어서
금리 인상에 따른 주택 수요 감소, ‘거래 절벽’ 장기화로 부동산 시장에서 관망세가 아닌 침체 분위기가 짙어지고 있다. 한 달 사이 수도권 미분양 주택은 25% 급증했고, ‘악성 미분양’으로 통하는 준공 후 미분양 물량도 46%나 늘었다. 상반기 전국 주택 매매 거래량은 작년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고, 이자 부담 때문에 전세 대신 월세를 택하는 세입자가 늘면서 전·월세 거래 중 월세 비율이 사상 처음 절반을 넘어섰다. 주택업계에도 경기 침체 우려가 확산하면서 수도권에서 주택 인허가, 착공, 분양, 준공 등 4대 공급 지표가 일제히 하락했다.
◇수도권 ‘악성 미분양’ 46% 급증
29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수도권 미분양 주택은 4456가구로 5월 대비 25.1% 늘었다. 경기도의 미분양 주택은 한 달 만에 35.5% 급증했고, 작년 12월만 해도 54가구에 그쳤던 서울 미분양 주택도 719가구로 늘었다. 강북구(318가구), 마포구(245가구)에서 최근 분양한 소규모 아파트 단지 등에서 미분양이 대거 발생한 탓이다.
입주가 시작될 때까지 팔리지 않은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전국 7130가구, 수도권 837가구로 집계됐다. 수도권의 경우 5월(573가구)보다 46.1% 급증했다. 서울에서 좀처럼 보기 어렵던 준공 후 미분양은 5월 37가구에서 6월 215가구로 4배가량 늘었다. 양지영 R&C연구소장은 “올해부터 분양 잔금 대출에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적용되고, 금리 인상으로 원리금 상환 부담도 커지면서 미분양이 늘고 있다”며 “앞으로도 시세 대비 분양가가 확연하게 저렴한 단지가 아니면 청약 흥행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매수심리·거래량도 ‘바닥’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25일 기준 전국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91을 기록, 11주 연속 하락했다. 2019년 11월 18일 조사(90.3) 이후 2년 8개월 만에 최저치다. 지수가 기준선(100)보다 낮을수록 아파트를 사려는 수요가 적다는 뜻이다.
새로 집을 장만하려는 사람들이 줄면서 올해 상반기 전국 주택 매매거래량은 31만26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5만9323건)보다 44.5% 줄었다. 수도권의 거래 감소 폭이 55.5%로 지방(33.7%)보다 컸다. 매매 수요가 전·월세 수요로 옮겨가면서 상반기 전국 전·월세 거래량은 157만467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115만8889건)보다 35.5% 늘었다. 전체 임대차 거래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율은 상반기 51.6%로 정부가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11년 이후 반기 기준으로 처음 50%를 넘겼다.
부동산 경기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주택 공급도 위축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반기 수도권 주택 인허가 물량은 9만6157가구로 전년 대비 17.8% 줄었고 착공(-25.8%), 분양(-26.4%), 준공(-7.4%) 등 나머지 지표도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한 중견 건설사 임원은 “주택 수요가 급감했고, 공사비와 금리 인상 여파로 사업비는 눈덩이처럼 불어났기 때문에 섣불리 사업을 벌였다가 회사가 위태로워질 수도 있다”며 “경기가 회복될 때까지는 긴축 경영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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