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의 덫에 걸린 MZ세대]"월급으론 미래 없다" 저임금 청년들 '빚투'했다 벼랑 몰려
SPECIAL REPORT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금리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대출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미 연준(Fed)은 지난달과 지난 28일 두 차례에 걸쳐 ‘자이언트 스텝(한번에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았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도 최근 기준금리를 0.5%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이 영향으로 5대 국내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변동형과 고정형 모두 최고 6%를 넘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 7%대 진입이 눈앞에 다가왔다는 분석도 나온다.
직장인에게 대출 금리 인상은 치명적이다. 주택담보대출 4억원이 있을 때 은행 대출금리가 3%라면 월 이자는 100만원이다. 하지만 대출금리가 7%로 올라가면 매달 부담해야 하는 이자만 230만원으로 급증한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3월 기준 연 3.96%인 금융권 가계 대출 평균 금리가 7%가 될 경우 원리금 상환에 소득의 70% 이상을 써야 하는 대출자가 19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 가운데 120만명은 대출을 갚는 데 소득의 90% 이상을 써야 한다. 추가 소득이 없는 한 지금의 월급으로는 대출을 갚지 못할 처지에 놓인다는 의미다.
대기업 직원은 허리띠를 조금 졸라매면 버틸 수 있지만 중소기업 직원은 생계가 막막해지는 셈이다. 특히 낮은 임금에도 무리해 집을 산 청년들의 부담이 커졌다. 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인한 ‘벼락부자’를 목격한 청년들은 최근 ‘벼락거지’를 면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매수에 나섰다.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년 2분기부터 지난해 2분기까지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신규취급액은 579조원이다. 이중 2030세대가 44.5%인 257조원을 빌렸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발생한 주택담보대출의 절반은 청년 세대가 받은 것이다.
전문가들은 당장의 부채 탕감보다 청년 일자리 양극화를 해소하는 정책이 더 효과적이라고 진단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현재 청년 세대 내에서도 충분한 소득을 안정적으로 받을 수 있는 직장을 구한 집단과 그렇지 못한 집단 간 격차가 크다”며 “충분한 소득의 안정적인 직장이 없음에도 대규모 부채를 일으킨 청년들이 상당한 문제에 봉착해 있다”고 분석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청년 수당 등 현금성 복지는 청년을 더 가난하게 만들 뿐”이라며 “더 좋은 일자리를 가질 수 있도록 교육 훈련의 기회를 높이고 노동 시장 내 이동을 원활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양질의 일자리 창출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일자리 정부를 표방한 문재인 정부에서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지만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했다. 공공 일자리 위주의 정책 추진으로 민간부문 일자리 회복엔 영향이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 주도로 만든 공공 일자리마저 대부분 저임금 단기간 일자리에 불과했다. 정부가 세금으로 단기 일자리만 양산한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배경이다. 대표적으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2020년 7월부터 시작한 디지털 뉴딜 사업의 일자리 5만3080개 중 77%(4만552개)는 월평균 60시간 단기 일자리였다. 보수도 낮았다. 단기 근로자들의 월평균 보수 수준은 62만원에 불과했다.
설상가상 코로나19 영향으로 주요 대기업의 신규 채용이 감소하며 사내 고령화 현상도 심화하고 있다. 기업분석 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27개 대기업의 연령대별 직원 분포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30대 미만 청년 직원은 12만6344명으로 2019년 16만4877명 대비 23.4% 감소했다. 반면 50세 이상 직원은 12.5% 증가했다. 리더스인덱스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대기업이 청년 신규 고용을 줄이면서 나타난 역전현상”이라고 분석했다. 강성진 교수는 “우리나라의 노동시장 해고 관행이나 고용 관행은 전 세계 140개국 중에서 100위 이하로 경직된 편”이라며 “퇴직 이후 연금 등 보장 체계를 마련해 장기적으로 노동시장 유연화를 준비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혜인 기자 yun.hy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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