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금리 역전됐지만 원화가치 상승, 셀코리아 없었다

황건강.염지현 2022. 7. 30.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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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가 역전됐지만 우려했던 원·달러 환율 급등(원화가치 하락)이나 주가 하락은 없었다. 지난 15일 달러당 1325원까지 하락했던 원화가치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또 다시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으면서 한·미 기준금리가 역전한 직후인 28일에만 17.2원 상승했다. 29일에는 소폭 하락했지만, 시장의 우려와는 달리 외국인의 대규모 자금 이탈은 나타나지 않았다. 실제 이날 코스피는 외국인의 순매수에 힘입어 전날에 이어 상승세를 이어갔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동안 미국이 금리를 올릴 때마다 한국 금융시장은 외국인의 자금 이탈 등으로 원화가치가 하락하고, 주식시장이 요동치고는 했다. 한국보다 신용등급이 높은 미국의 금리가 뛰면서 고수익을 좇아 미국으로 자금이 이동한 것이다.

하지만 정작 한국보다 미국 금리가 더 높아졌는 데도 외국인의 움직임은 잠잠한 셈이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 센터장은 “시장에서는 미국의 금리 인상 행보가 연말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지만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발언에 안도감이 퍼지고 있다”며 “안전자산에 돈이 몰리던 흐름이 위험자산을 찾으면서 코스피에도 2거래일 연속 외국인 순매수가 들어온 것”이라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27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통해 “어느 시점에서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추는 것이 적절할 수 있다”며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출 수 있음을 시사했다.

여기에 또 하나 주목해야 할 건 시장금리다.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는 역전됐지만, 시장금리는 아직 차이가 있다. 연준이 금리를 인상한 27일 미 국채 3년물 수익률은 2.809%였다. 그런데 이날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3.130%에 마감했다. 5년물과 10년물도 여전히 미국보다 0.3~0.4%포인트가량 높은 편이다. 아직은 미 국채보다 한국 국채가 수익률 측면에서 더 유리하기 때문에 외국인 입장에서는 굳이 미국 국채를 좇을 유인이 적은 셈이다.

그렇다고 외국인 자금 이탈 우려가 없는 건 아니다. 28일 2분기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연율 -0.9%로 집계되면서 현지에서 ‘경기 침체’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데 경기 침체가 맞느냐, 아니냐에 따라 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가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통상 2개 분기 연속 GDP가 역성장하면 경기 침체 국면에 들어섰다고 본다. 미국은 1분기 성장률도 마이너스(-)였다. 외형상으로는 경기 침체이고 그래서 시장에서는 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가 둔화할 것으로 내다본다. 아트 호건 B라일리 웰스매니지먼트 수석 시장 전략가는 현지 언론에 “시장은 하반기 기준금리 조정이 예전보단 덜 공격적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옐런
그런데 27일 파월 의장에 이어 28일엔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경기 침체는 전반적이고 광범위한 경제의 약화를 지칭하는데, 현재 일어나지 않고 있다”며 경기 침체에 동의하지 않았다. 옐런 장관이 경기 침체를 부인한 근거는 탄탄한 노동시장이다. 미국 실업률은 지난 3월 이후 넉 달 연속 3.6%를 유지하면서 완전 고용에 가까운 모습을 보였다. 파월과 옐런의 주장대로 만약 경기 침체가 아니라면, 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는 연말까지 이어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하더라도 한·미간 금리 차이가 좁혀지지 않거나 더 벌어지면서 외국인의 자금 이탈을 불러올 수 있다.

다만, 아직은 아니라도 조만간 경기 침체에 진입할 수 있다는 비관론도 나온다. 최근 CNBC는 경제전문가 30명을 대상으로 한 7월 설문에서 앞으로 12개월 안에 경기 침체가 올 확률은 55%라고 추산했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지금 시장에선 경기 침체 때문에 물가잡기에서 한 발 물러설 것으로 보는데 연준이 인정을 안 하고 있다”며 “만약 연준의 판단이 맞다면 미 금리는 계속 가파르게 오를 것이고, 외국인 자금 이탈이 현실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황건강·염지현 기자 hwang.kun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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