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지지율 28%..집권 여당은 내홍 격화

권호.최민지.성지원 2022. 7. 30.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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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국 출범을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오전 서울 서대문경찰서 신촌지구대를 방문해 경찰관들을 격려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이 취임 후 처음으로 30% 밑으로 떨어졌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29일 나왔다. 지난 5월 10일 취임한 지 두 달여 만이다. 그런 가운데 여당인 국민의힘 내에서는 윤 대통령의 ‘내부 총질’ 메시지 노출 후폭풍이 커지고 있다. 당장 이날 배현진 최고위원이 전격 사퇴 의사를 밝혔고, 초선 의원 32명은 신속한 비상대책위원회 전환을 촉구하는 연판장을 당 지도부에 전달했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 여당의 내홍이 겹치면서 여권 전체에 위기감이 확산되는 모양새다.

한국갤럽이 지난 26~28일 전국 18세 이상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29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윤 대통령이 직무 수행을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전주(32%)보다 4%포인트 낮은 28%를 기록하며 30% 밑으로 떨어졌다. 반면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62%로 전주(60%)에 비해 2%포인트 올랐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직무 긍정 평가가 처음으로 30% 아래로 떨어진 것은 취임 후 2년이 지난 2015년 1월 넷째 주였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직무 긍정 평가는 취임 후 4년이 지난 2021년 4월 다섯째 주에 처음 30%를 밑돌았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이준석 대표의 당원권 6개월 정지 징계 후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 체제로 전환한 국민의힘 내에서도 당 지도체제를 둘러싸고 파열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당장 이날 오전 윤 대통령 지지율이 30% 밑으로 떨어졌다는 소식이 전해질 즈음 배 최고위원이 최고위원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비슷한 시각 초선 의원 63명이 모인 단체 채팅방엔 비대위 전환을 촉구하는 내용의 연판장이 올라왔다. 박수영 의원이 성명서 초안을 올리며 의원들 동의를 요청했고, 과반인 32명이 동의하자 박 의원은 연판장을 권 대행 등 지도부에 전했다.

박 의원은 이후 페이스북에 “선당후사의 큰 결단을 기다리겠다”고 적었고, 기자들과 만나서는 “지도부의 결단을 지켜본 뒤 그게 선당후사의 노력이라면 (초선 의원들이) 더 이상 모일 필요가 없을 거고, 미흡하다고 판단되면 다시 액션을 취할 것”이라며 비대위 전환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추가 행동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권성동 대행 체제 6개월은 안돼” 배현진 최고위원 사퇴 ‘총대’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왼쪽)와 김용태 최고위원이 2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배현진 최고위원 뒤로 인사하고 있다. [뉴스1]
이날 배현진 최고위원의 사퇴는 일종의 ‘총대 메기’ 성격에 가깝다는 게 당내 중론이다. 지난 11일 의원총회에서 권 대행 체제가 승인된 이후에도 여권 내에서는 “성과를 내야 하는 윤석열 정부 초반에 여당이 직무대행 체제로 6개월을 보낼 수는 없다”는 주장이 친윤계를 중심으로 제기돼 왔다.

그러다 지난 15일 대통령실 전직 행정요원 우모씨의 ‘사적 채용’ 논란 때 권 대행의 실언 문제가 불거졌고, 지난 26일에는 윤 대통령이 보낸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 대표’라는 텔레그램 메시지를 권 대행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언론 카메라에 노출시키는 일까지 벌어졌다. 그러자 대통령실을 포함한 여권 내에서 권 대행을 향한 불만이 커졌고, 배 최고위원이 이런 흐름 속에서 최고위원직을 던진 것이다.

배 최고위원은 이날 1시간 넘게 진행된 최고위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윤석열 정부 출범 후 80여 일이 되도록 국민의 기대감을 충족시키지 못한 것 같다”며 “누구 한 사람이라도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할 때라고 생각해 결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퇴는) 이 대표 공백 사태가 생길 때부터 고민해 온 일”고 덧붙였다.

배 최고위원은 이날 취재진에 사퇴 의사를 밝히기에 앞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지도부가 책임져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다른 최고위원의 연쇄 사퇴로 이어지진 않았다. “최고위원들이 사퇴한 뒤 비대위 체제로 가도 이 대표가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하면 인용 가능성이 크다”거나 “최고위원 전원이 사퇴하지 않으면 비대위로 가는 건 판례상 불가능하다”는 반대 의견이 많았다고 한다.

친윤계에 가까운 조수진 최고위원도 “사퇴하려면 모두 함께 사퇴해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편 것으로 전해졌다. 비공개 회의 때 주로 듣는 데 집중했던 권 대행은 회의가 끝나갈 무렵 “이 모든 상황이 내 책임”이라며 회의를 마무리했다고 한다.

이 같은 당내 움직임에 권 대행은 “비대위 전환에 반대하지는 않는다”는 입장과 함께 당장 비대위 체제로 가기는 쉽지 않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이날 보수 성향 시민단체인 ‘공정한 나라’ 발족 행사 뒤 기자들과 만나 “과거 전례를 보면 최고위원들이 총사퇴를 한 뒤 비대위가 구성됐다. 일부가 사퇴한 상태에서 비대위가 구성된 전례는 없다”고 말했다. 재적 최고위원 중 과반이 궐위되면 비대위를 구성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전원이 사퇴해야 가능하다는 해석이다. 당내에선 권 대행이 당초 최고위원직 사퇴를 고민하던 일부 최고위원에게 “기다려 달라. 내가 설득해 보겠다”고 말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당내 상황이 급박하게 흘러가면서 여권 내 갈등이 새 국면을 맞고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그동안엔 이 대표 측과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그룹의 갈등이었는데, 비대위 문제에 대해선 윤핵관 그룹 내부의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배 최고위원과 박수영 의원은 대통령직인수위 때 당선인 대변인과 기획조정분과 인수위원을 지냈다. 인수위 이후에는 친윤계 핵심이자 당선인 비서실장 출신인 장제원 의원과 소통하는 관계로 알려져 있다.

비대위 요구가 높아지면서 차기 당권 주자들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그동안 신중론을 펴던 안철수 의원은 이날 “(권 대행이) 재신임이 안 되면 조기 전당대회로 가야 한다”고 밝혔다. 일찍부터 조기 전당대회를 주장한 김기현 의원도 페이스북에 잇따라 글을 올리며 “비상한 시기엔 비상한 조치를 해야 한다” “누란지위(累卵之危·아주 위태로운 지경), 사즉필생, 선당후사”라고 주장했다.

여권에선 이번 갈등이 쉽게 해소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친윤계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건 이 대표가 6개월 직무 정지가 끝난 뒤에도 대표직에 복귀하지 못하는 것이고, 이를 위해선 6개월이 지나기 전에 현 지도부가 종식돼야 하기 때문이다. 여권 관계자는 “‘내부 총질’ 메시지가 공개된 뒤 권 대행에 대한 대통령실 분위기가 좋지 않은 건 분명하다”며 “주말 사이 양측이 서로를 어떻게 설득하는지에 따라 여당 내 갈등이 분수령을 맞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당내에선 “최고위원들이 사퇴하지 않을 경우 다음주 의원총회에서 비대위 전환 촉구를 결의하려는 시도가 있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경찰국 신설에도 부정 여론 높아=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는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모두에게 경고음을 울린 수치라는 게 여권의 공통된 평가다. 실제로 윤 대통령 지지율의 경우 텃밭인 대구·경북(긍정 40%, 부정 47%)을 포함한 전 지역에서, 70대(긍정 48%, 부정 34%)를 제외한 전 연령대에서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 평가가 더 높았다. 최근 여당이 줄곧 앞섰던 정당 지지율도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36%로 같았다. 국민의힘은 지난주보다 3%포인트 빠졌고 반대로 민주당은 3%포인트 올랐다.

윤 대통령에 대한 부정 평가 이유로는 인사를 택한 비율이 21%로 가장 많았다. 뒤이어 경험과 자질 부족, 경제·민생 외면, 독단적·일방적 태도를 꼽은 비율이 각각 8%였다. 여야가 날카롭게 대립했던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을 이유로 택한 비율은 4%였지만, 경찰국 신설에 대한 견해를 따로 물은 결과 ‘경찰을 통제하려는 과도한 조치’라는 응답이 과반(51%)으로 ‘경찰권 견제를 위한 조치’라고 답한 비율(33%)보다 18%포인트나 많았다. 특히 윤 대통령이 “국기 문란”이라고 규정한 경찰국 반대 총경 회의에 대해선 ‘정당한 의사 표명’이라고 답한 비율(59%)이 ‘부적절한 집단행동’(26%)이란 답변의 두 배를 넘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지율이 오르내리는 복합적인 이유에 대해, 그리고 더 잘할 수 있는 방법들에 대해 참모들 모두 고민하고 있다”며 “다만 지지율을 올리기 위해 무엇을 한다기보다는 기존에 하려 한 것을 더 잘하고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묵묵히 하다 보면 국민도 진정성이나 하고자 하는 바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주실 때가 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호·최민지·성지원 기자 kw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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